숨이 닿지 않는 곳으로부터 From Breathless

 

김현준展 / KIMHYUNJUN / 金鉉俊 / sculpture.video.installation   2025_0221 ▶ 2025_0330 / 월요일 휴관

김현준_숨이 닿지 않는 곳으로부터展_쉐마미술관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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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인스타그램_@hyunjun_k

초대일시 / 2025_0222_토요일_03:00pm

관람료 / 성인 2,000원 / 청소년,어린이 1,000원

관람시간 / 10:00am~05:30pm 입장마감_05:00pm / 월요일 휴관

쉐마미술관 SCHEMA ART MUSEUM 충북 청주시 청원군 내수읍 내수로 241 Tel. +82.(0)43.221.3269 schemaartmuseum.com @schema_artmuseum

바다 밑에 로마(Roma)가 있다사물 기호학 : 그 밑에 로마가 있다. ●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사물에 다가서야 한다. 최대한 가까이, 가능하다면 그 내부에 이르기까지 다가서야 한다. 사물에 대해 아는 만큼 '나'와 '세계'에 대해 알 수 있다. "이름을 아는 것보다 사물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미셀 푸코(Michel Foucault)가 말하지 않았던가.1) 지금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진정 알고 싶다면, 학교나 도서관이 아니라 숲이나 바다로 가야 한다. 학교에선 이름에 대해 배울 뿐 사물에 대해서는 아니다. 이반 일리치(Ivan Illich)에 의하면 학교는 소비사회를 위해 일하는 로버트를 만들어내는 기계장치와 같다. 학교의 지식은 인식론적으로는 규정하고, 이름 붙이고, 명확하게-투명하게-하는 방법만을 학습시킨다. 콰콰카와크족 지리학자 사라 헌트에 의하면 이렇게 숙성된 서구의 지식은 "본질적으로 '고정화'에 맞닿아 있기에, '생성'에 바탕을 둔 문명, 세계관과 공존할 수 없다.2) 학교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배운 예술가들에게서, 그들이 습득한 지식이나 정보 이상을 기대하는 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김현준_숨덩어리_단채널 영상_00:08:00, 310×550cm_2025
김현준_숨이 닿지 않는 곳으로부터展_쉐마미술관_2025
김현준_사물의 춤_단채널 영상_00:05:00, 310×550cm_2025
김현준_숨덩어리_시멘트덩어리_가변설치(21Pieces)_2025
김현준_숨이 닿지 않는 곳으로부터展_쉐마미술관_2025
김현준_숨이 닿지 않는 곳으로부터展_쉐마미술관_2025

야코프 뵈메(Jakob Böhme)에 의하면 자연의 모든 사물은 그 내적 형태를 반드시 외적으로 드러낸다. 모든 사물의 활동은 자신의 내적 의미의 드러냄을 위해 일어나고 진행된다. 자신만의 언어, 즉 '자신에 대해 증거하는 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영역 확장 욕망에 매몰되어 자연과의 관계가 단절되었기에 사물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이 치명적인 청력 상실로 인해 숲과 대양, 광야와 사막의 발화를 들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그 결과는 돌이키기 존재의 돌이키기 어려운 상실이다. 뵈메의 사물 기호학적 맥락에서 본 이 시대의 모습이다. ● 김현준은 바다 밑에서 들려오는 사물의 언어를 듣는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언어, 그것은 정복하고 팽창하는 제국의 언어요 여전히 포효하는 로마의 발화다. 정복자의 야심, 칸트적 이성으로 유전된 잠재적인 폭력의 주문이기도 하다. 짓밟고 억압하는 체계의 철자법이고 욕망의 운률이다. 그것들은 자신들이 왜 그곳에 있게 되었는지, 어떻게 이 문명의 기원과 결부되어 있으며 식민주의와 노예매매의 오랜 족보를 공유하는지를 고백한다. "자연은 이성의 질문에 답변하도록 강요되어야 한다."고, 자연은 수동적인 물질일 뿐인 것으로, 이성의 계획에 따라 산출하고자 하는 요구를 따르기만 하면 되는 대상이라는 구태한 설교의 언어다. 어머니 자연을 인간, 곧 백인 남성에게 노예로 조달하는 거대한 창고로 여기는 뒤틀린 자연과학적 인식론의 주장이요 과학기술 문명의 슬로건이다. 이것이 김현준이 바다 밑에서 듣는 언어다. 괴테의 표현을 빌자면 "생동적으로 발전하는 인상적인 형식"인 생명이 위협받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소리다.

김현준_The light things_스티로폼_따개비, LED_22×22×22cm_2024
김현준_The light things_유목, LED_20×14×14cm_2023
김현준_The light things_유리병, 민조개삿갓, LED_25×15×7cm_2024
김현준_The light things_플라스틱부표, LED_54×28×28cm_2023
김현준_The light things_폐플라스틱, LED_54×32×32cm_2023
김현준_The light things_개뼈, LED_35×17×15cm_2024
김현준_The light things_폐합판, LED_46×61×10cm_2024

인간의 문화적 코드는 자연적 코드의 일부분이다. 자연이 손상되면 문화는 그 손상을 재현한다. 문화가 손상되면 예술은 진실과 유리되어 표류한다. 그러나 이 시대의 인류는 과학기술을 통해 자연을 지배함으로써, 문화적 기억과 자연적 기억 사이의 협화음에 깊이 유념하지 않고 있다. 자연과학의 인식론을 넘어서는. 자연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의견교환이 가능한 대안적인 사물 기호학의 정립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 땅에 폭력과 약탈, 전쟁으로 귀결되지 않는 문명과 사회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술도 다르지 않다. 레닌, 스탈린, 히틀러, 마오쩌둥의 역사는 각각 그것들의 치명적인 DNA를 간직한 예술을 만들어냈다. 무솔리니의 미래주의, 스탈린과 마오쪄둥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히틀러의 끔찍한 국가사회주의 …, 앤디 워홀에서 제프 쿤스로 이어지는 팝아트의 짧지 않은 연대기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이미 1978년 하버드의 강연에서 솔제니친이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여러분의 사회를 우리 사회의 변화의 이상으로 제안할 수 없습니다." 문제적인 사회가 문제적인 예술을 만든다. 그리고 이 시대는 과거의 어느 때 못지 않게 문제적이다.

김현준_숨이 닿지 않는 곳으로부터展_쉐마미술관_2025

만일 이 시대에 스스로 자각하고 돌이킬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수용하고 반성에 근거해 선택하고 행동할까?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가가, 지금 우리가 봉착한 정신의 어둠이 새벽을 맞이하기 직전의 여명인지, 아니면 더 깊고 어두운 밤을 향한 행보인지를 가름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현재 어떤 어둠에 처해 있나?3) 김현준은 오늘도 사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고통의 언어를 주의를 기울여 듣는다. 그리고 숨을 참고 수압을 견디며 바다 밑으로 내려간다. 주의를 기울여 듣는 힘이 곧 창의력이다. 프랑스의 사상가 시몬느 베유(Simone Weil)에 의하면 가장 높은 단계의 주의력은 기도와 같다. 주의를 기울여 사물의 소리를 듣는 것이야말로 예술가의 일이다. 그렇게 일할 때 창작은 신을 향한 염원에 가 닿는다. (『숨이 닿지 않는 곳으로부터』 평론 중 일부) ■ 심상용

주석 1) Michel Foucault, Les mots des choses, Paris, Gallimard, 1966. 2) 마리아 이니고 클라보, 「비서구 미학의 힘, 공동체의 영성」, 아트인 컬쳐, 2025년 3월호, p.122 3) 해롤드 브라운, 『감각 문화』, 차성구 옮김 (서울: 예영커뮤니케이션, 2000), p.337

Vol.20250221b | 김현준展 / KIMHYUNJUN / 金鉉俊 / sculpture.video.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