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비움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배수관展 / BAESOOKWAN / 裵洙寬 / sculpture   2025_0206 ▶ 2025_0209

배수관_Walk Together In The Sun_레진에 페인팅_62×60×13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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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관 블로그_blog.naver.com/smile96683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사)한국조각가협회

관람시간 / 11:00am~07:00pm

코엑스 COEX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3 3층 C홀(C25)

코로나 팬데믹 시기 군중들로부터 격리될 겸 마음이 답답할 때면 바다나 산과 들로 혼자서 부단히도 돌아다녔다. 아내의 잔소리와 무기력한 자존심을 뒤로하고 원초적 자아로 돌아가 마음의 안식을 얻고자 몸이 녹초가 되도록 걷고 또 걸었다. 이렇게나마 삶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털어내는 가운데 시나브로 샘 쏟는 작품 아이디어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 수년간의 코로나라는 혼란기가 끝나갈 무렵 나는 작업에 대한 에너지가 조금씩 차오르면서 명상에 대한 관심으로 "멍"시리즈가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되었다. ● 해변에서 바다를 멍하게 바라보거나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파노라믹 경관은 먹먹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기에 충분하였다. 이것은 정신적, 육체적 리셑(초기화) 상태에서 재충전이라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인체의 가슴 부위나, 동물의 몸통에 구멍을 뚫는 조형적 상징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배수관_Mong-Over View_레진에 페인팅_61×20×18cm_2024
배수관_Mong-Over View_레진에 페인팅_60×30×12cm_2024

일반적으로 "멍하다"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다는 의미로 사용되며, "비움"은 일정한  공간에  사람, 사물  따위를  들어  있지 아니하게  하는 "비다"의 형용사이다. 이러한 멍한 상태의 자기를 비우는 몰입의 과정 속에서 인간은 안정과 새로운 예술적 창조를 경험하게 된다. 몰입(沒入, flow)은 주위의 모든 잡념, 방해물들을 차단하고 원하는 어느 한 곳에 자신의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일이다. 몰입하는 사람의 심리 상태는 에너지가 쏠리고, 완전히 참가해서 활동을 즐기는 상태이다. 헝가리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몰입했을 때의 느낌을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하였다. ● 자유로운 영혼의 바다를 유영하는 작가들은 고귀한 정신활동의 결과로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에게 있어 멍 때리기는 마음을 비우는 명상의 시간은 충전의 시간으로서, 극적 몰입의 과정을 거쳐 예술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의식과도 같은 행위인 것이다.

배수관_Walk In The Sun_레진에 페인팅_35×10×8cm_2024
배수관_MONG-Crying Out_레진에 페인팅_43×48×22cm_2025

미학 박사 홍준화는 "배수관의 작품 제작이 '생활의 일부로서 삶과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그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극복' 할 것을 지향한다. ● 이러한 이유로 작가는 멍한 의식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마음을 비우는 명상의 시간, 극적 몰입의 과정을 반복' 할 뿐만 아니라 이들 과정을 작품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작가의 의식적이자 의도적 산물인 조각품들은 '멍―비움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 이는 마치 헨리 무어가 작품에 구멍을 뚫음으로써 무한한 '공간의 확장'을 시도한 것과 같은 작가적 의식의 반영이다. 그렇게 그는 작가적 조형물의 속을 비워가며 그 공허함을 의식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치환해나가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과거 20여 년 전부터 나는 포스트모던 담론 이후 점차 비중이 확대되어가고 있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나 인간과 자연(환경)이라는 거시적 패러다임에 관심이 많았다. 현대사회의 구성원들 중에서 나의 존재가 어떻게 관계 지어지고 군중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성찰하면서 타자와의 통섭에도 귀를 열게 되었다. 폐쇄된 작업장이 아닌 밖으로 열린 창조적 접속의 과정 속에서 특별한 감정적 교류를 체험하면서 작업이 삶 자체이고 삶이 곧 작업이라는 모토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 미술 형식으로 보면 특정 유파나 이즘에 경도되지 않고 자유롭게 나를 드러내고자 한다. 굳이 미술사조의 형식을 빌리자면 최소한의 표현을 강조한 미니멀리즘, 대중 지향성의 팝아트의 경향을 보인다. ● 특정 이즘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가장 나다운 본연의 자아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싶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작된 현재의 '멍' 시리즈는 우리의 삶에서 고요한 순간들을 담아내면서 그를 통해 사색하고, 공감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 '멍' 시리즈는 나에게 있어 삶의 활력을 주는 동시에 작업의 원천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이다. ■ 배수관

Vol.20250206a | 배수관展 / BAESOOKWAN / 裵洙寬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