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비움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배수관展 / BAESOOKWAN / 裵洙寬 / sculpture   2024_0215 ▶ 2024_0218

배수관_상화, 광야를 멍하다_스테인리스 스틸에 우레탄 페인트_250×100×80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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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관 블로그_blog.naver.com/smile966831

초대일시 / 2024_0215_목요일_05:00pm

제13회 서울국제조각페스타 2024 부스展

주최 / 사단법인 한국조각가협회

입장료 / 성인 15,000원

관람시간 / 11:00am~07:00pm

코엑스 COEX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3 3층 D홀 C25

배수관의 조각-멍의 작가적 조형 의식 ● Ⅰ. 근본적으로 인간이 행하는 예술적인 제작적 행위는 지극히 의식적이자 의도적 구조를 지닌다. 작가가 작품에 예술적이자 미적 의미를 부여함에 어떠한 작가적이자 제작적 의식과 의도를 반영하는가에 문제 삼는 이유도 이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배수관_멍-무심_스테인리스 스틸에 우레탄 페인트_75×33×25cm_2023

의식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 정신적 영역을 說할 때 쓰이는 용어이다. 지적할 바는 의식이라는 주체가 인간의 편에 놓여 있는 만큼 의식이란 용어를 사용함에 의식의 저편에 놓여 있는 의식의 객체, 즉 의식을 낳는 빌미를 제공하는 '현실―형식'으로서 세계 대상에 대한 매체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인식이 세계와의 접촉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 작가에게 있어 의식은 바로 이 세계라는 접촉 매체에 대한 작가적 수용을 동반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의 의식은 작가적 의도를 수반하게 되고 그 의도가 접목된 의식이 작가에게 자리함과 동시에, 작가는 그 의식을 바탕으로 해 작품 이미지를 구체화한다. 이들 과정을 동반하는 가운데 작가적 의식은 의식으로서 예술적인 眞 의미를 확립하는 것이다.

배수관_멍-힐링_혼합재료_60×22×22cm_2023

Ⅱ. 작가 배수관이 지향하는 작가적 세계이자 작품세계에 있어 '멍의 의미'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에 대해 '멍한 상태의 자기를 비우는 몰입의 과정 속에서 ... 어느 한 곳에 자신의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몰입'의 과정이자 상태로 귀결짓는 작가적 의식은 예술적으로 큰 의미를 내포한다. 문제는 이러한 작가적인 '의식의 흐름'이 의식이 아닌 무의식으로 대체되어 질 수 있다는 점이다. 멍의 사전적 의미가 그렇듯이 한편에서 보자면 예술적 의식은 '정신이 나간 것처럼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는' 상태로 진척되는 것이다. 이는 예술적 활동이 '몹시 놀라거나 갑작스러운 일을 당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얼떨떨한' 정신상태에서 비롯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작가의 작가적 몰입과정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수관_멍-신사_스테인리스 스틸에 우레탄 페인트_60×20×20cm_2023

Ⅲ. 진정한 의미에서 '멍한 상태'는 의식의 집중에서 오는 것이 아닌 무의식적 진공상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멍한 상태는 얼빠진 상태로 실재한다. 멍한 정신상태는 주어진 사실에 대한 실망과 낙담의 상태에서 비롯한다. 작가 스스로도 작가적 의도대로 그러한 정신적 과정이자 상태가 작가적 의식을 지배되기를 원한다. 작가적 의도대로 작가적 의식으로 멍한 상태에 도달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 주목할 점은 이의 구현을 위해 작가는 작가적 의식이자 의도가 사적 이익에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의식의 멍한 상태, 즉 의식의 무의식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사적 정서가 작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전제한 바를 따르지 않는다면 그때의 의식은 멍한 무의식의 상태에 안착하기보다는, 또한 그것이 사악한 의식으로 도치되어 작가적 의도가 반영되기 보다는 그 의식을 소실시켜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작가 배수관은 괴체적 속성 부여를 특성으로 하는 조각이란 예술적 제작을 구성함에 굳이 멍한 의식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과정을 전제로 작가는 스스로 작품이란 공간을 채우기보다는 비우기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배수관_멍-쉼_스테인리스 스틸에 우레탄 페인트_59×32×14cm_2023

그럼으로써 작가는 스스로 작가적인 사적 욕심이 배제된 공간을 구축해 나간다. 그리고 이를 전제로 공공적인 조각적 특징을 채움이 아닌 비움의 공간으로 이끌어 자신의 예술적 의도를 구현해 나간다. 이렇게 작가는 조각의 예술적이자 제작적 수단을 통해 작가의 과한 사적 욕심을 버리고 그의 작가적 의식을 무의식적으로 확장해 나가 결과적으로는 조각의 공공성을 확립하고 있는 것이다.

배수관_멍-빛으로 채우다_혼합재료_43×40×40cm_2023

Ⅳ. 작가는 작품제작이 '생활의 일부로서 삶과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그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극복' 할 것을 지향한다. 작가적 무의식 상태인 '멍의 의미' 또한 이러한 이유로 채택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작가는 멍한 의식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마음을 비우는 명상의 시간, 극적 몰입의 과정을 반복' 할 뿐만 아니라 이들 과정을 작품제작 과정에 활용하고 있다. 전제한 멍한 의식상태의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그의 작가적 의식은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작가의 의식적이자 의도적 산물인 조각품들은 '멍―비움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마치 헨리 무어가 작품에 구멍을 뚫음으로써 무한한 '공간의 확장'을 시도한 것과 같은 작가적 의식의 반영이다. 그렇게 그는 작가적 조형물의 속을 비워가며 그 공허함을 의식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치환해나가고 있다.

이렇게 작가적 조형의미를 확립해나가고 있는 주어진 작가적 의식은 '멍한 작가적 의식'을 통해 구멍 나 버린 조각공간을 채워가면서 스스로 조각에 형이상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스스로 의식을 소실해 가면서... (2023. 11. 30.) ■ 홍준화

Vol.20240215d | 배수관展 / BAESOOKWAN / 裵洙寬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