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고 닮다 Putting in and Resembled

김형섭展 / KIMHYUNGSUP / 金亨燮 / photography   2025_0201 ▶ 2025_0219

김형섭_rp #002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80×60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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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이구일포토그랩스

관람시간 / 10:30am~08:00pm

이구일 포토그랩스 291Photographs'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5층 Tel. +82.(0)2.3213.2586 @291photographs_official

스튜디오가 도산공원 근처에 있다. 날씨가 흐드러지게 좋은 날이면 점심 식사 후 도산공원을 느리게 천천히 걸으며 햇볕을 쐬곤 했다. 그러다 일정이 한가한 날이면 호림박물관까지 둘러본다. 사실 전통문화에 그리 관심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호림박물관의 멋진 외관과 고급스러운 내부 시설은 내가 그곳에 들어가면 뭔가 대접받는 느낌이 드는 훌륭한 곳이다. 더구나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옛것을 보면 정답고 편안한 마음이 들어 산책의 연장이 된다.

김형섭_rp #005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80×60cm_2019
김형섭_rp #006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60×80cm_2019
김형섭_rp #011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190cm_2019

이렇게 무심히 산책하듯 둘러보는 박물관이지만 나의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유물들이 있다. 주로 디자인적으로 현대의 것보다도 더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되는 것들이다. 두 가지를 꼽는다면 하나는 조선시대의 '문자도'이다. 문자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문자도'라고 하는데, 10폭짜리 병풍에 수복(壽福) 두 글자만으로 다양한 그림 형태로 빽빽하게 채워 놓은 것을 보았을 때 그 신기한 상상력과 디자인적 완성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의 어떤 유명 로고 디자이너의 작품보다 더 훌륭한 것 같았다. 또 다른 하나는 조선시대 백자이다. 그동안은 그저 유물로서만 보였던 그릇이나 물병, 항아리들이 언젠가부터 다르게 보였다. 약간 푸른색을 띠는 피부와 외형에서 보이는 단아함과 청아함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유연한 선의 흐름, 전체적인 형태 조화 등 디자인적 완성도가 엄청 높게 느껴졌다. 게다가 사람의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부정확한 대칭까지.

김형섭_rp #012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80×60cm_2019
김형섭_rp #014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90×120cm_2019
김형섭_rp #015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90cm_2019

사진가로서 언젠가 꼭 한 번은 촬영해 보고 싶었던 백자를 우연한 기회에 촬영할 기회가 생겼다. 모 기관이 현대 도예가의 작품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전시를 하자는 제안을 통해서였다. 도예가 중에서도 전통적인 생산방법을 고수하는 작가 중 몇 명의 작품들을 선택하였고 그들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도예 작품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이해도도 높였다. 한동안 내 스튜디오에는 여름 방학 말미에 남겨진 숙제처럼 백자가 넘쳐났다.

김형섭_rp #017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10×145cm_2019
김형섭_rp #019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45×110cm_2019
김형섭_rp #020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45×110cm_2019

그릇들은 무언가를 담기 위해 존재했을 것이다. 조선시대 도공들의 노력은 무언가를 잘 담기 위한 기능성과 품질에 먼저 충실했을 것 같다. 몸체는 단단하지만 무겁지 않고 유약은 매끈하고 강해야 했다. 하지만 현대의 도예가들은 미적인 형태에도 더 집중한다. 엣 백자의 조형성에서 얻은 영감으로 새로운 조형성을 창작한다. 조선시대 백자가 사용가치에 중점을 두었다면, 현대의 도예가들은 사용가치와 더불어 심미적 전시가치에 더 고민하였으리라 짐작된다.

원래 담는 것에 목적 두었을 옛 것 백자로부터 영감을 얻어 새로운 조형적 가치를 생성해 내는 현대도예가의 작품에 또 사진가(나)의 조형 감각을 더한다. 사진가(나)는 피사체와의 거리를 통해 평면 속 여백의 면적을 조절하고 렌즈 효과로 공간을 표현하며 가장 강력한 재단 도구인 프레임으로 공간 속 사물의 조형성을 강조한다. 내가 만든 사진들 속 백자들은 뭔가를 담을 순 없지만 조형성에 조형성을 담아 다시 평면으로 재생산했다. 사진 속 백자들을 다시 살펴보니 여전히 옛 백자와 닮아있다. 또한 서로 함께하며 닮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의 부부나 가족처럼. ■ 김형섭

Vol.20250202c | 김형섭展 / KIMHYUNGSUP / 金亨燮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