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선생 산수유람기

Mr. Duck's tour journal

김호민展 / KIMHOMIN / 金鎬敏 / painting   2024_1218 ▶ 2025_0106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展_한벽원미술관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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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민 블로그_blog.naver.com/hominart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월전미술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한벽원미술관 HANBYEOKWON ART MUSEUM 서울 종로구 삼청로 83 (팔판동 35-1번지) Tel. +82.(0)2.732.3777 www.iwoljeon.org

한벽원 초대전 : 김호민의 『오리선생 산수유람기』展에 부쳐. ●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김호민의 작품은 동양의 산수화와 서양의 풍경화를 두루 섭렵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김호민 작가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간단하게 산수화와 풍경화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자면, 동양이나 서양이나 고대의 산수는 인물의 배경으로 그려졌던 것이 바로 산수(山水)와 풍경(風景)이다. 서양에서는 왕족이나 귀족의 집안의 벽면에 프레스코화로 그린 풍경화도 있었지만, 근대 화풍 이전에는 풍경만을 위한 풍경화는 많지 않았다. 반면 동양에서는 노장사상(老莊思想)이나 유교 사상(儒敎思想)이 녹아든 산수화가 하나의 장르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면서 각 지역과 학파들의 화론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 산수화에는 도(道)와 신(神)사상이 깔려있었다. 이러한 사상은 자연스럽게 와유사상(臥遊思想)으로 이어진다.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마차진_한지에 수묵담채_41×116.8cm_2024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해안선(교암리)_한지에 수묵담채_89.4×324cm_2024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해안선(교암리)_한지에 수묵담채_89.4×324cm_2024_부분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안인진_한지에 수묵담채_130×325cm_2024

산수화(山水畵)는 당(唐)대부터 독립적 장르로 그려지다가 송(宋)대에 꽃을 피우게 되었고, 이윽고 원말사대가를 배출하게 된다. 이러한 산수화는 전문화가의 채색화 스타일의 북화풍과 사의(思意)적 표현의 문인화 스타일의 남화풍이 양립했다. 우리나라는 고려말, 조선초에 중국의 화풍이 유행하다가 실학개념을 반영한 겸재 정선 등의 진경산수가 그려지면서 우리나라 산수화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이에 비해서 서양의 풍경화는 근세 이후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이나 제국주의 시대의 기념비적인 인물화의 배경으로 그려지다가, 근대 인상파 전후로 원근법과 스푸마토기법, 소실점이 강조된 풍경화들이 그려지게 된다. 이와 비교해서 동양 산수화의 삼원법(三遠法;고원古園, 평원平遠, 심원深遠)과 근대원소법(近大遠小), 그리고 공기원근법이 대비된다 하겠다.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노병(역곡천)_한지에 수묵담채_91×116.8cm_2024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해안선_한지에 수묵담채_81×130.5cm_2023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해안선(마차진)_한지에 수묵담채_130.3×192.2cm_2024

현대에 들어와서 산수화는 서양의 과학적 사고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풍경화를 수용하면서 동양의 전통적 방법의 산수를 발전시켜오고 있다. 김호민 작가의 풍경을 보면, 전통 산수화를 모티브로 현대 일상의 풍경을 그리는가 하면, 겸재 정선 이후의 실경산수 정신에 입각한 형태의 작품을 보여준다. 한편, 조선 후기 천재화가들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면모 또한 엿볼 수 있는데, 김홍도가 그린 저잣거리와 기방 앞의 풍경들, 또는 신윤복의 주유청강도(舟遊淸江圖)나 단오풍경, 김득신의 파적도(破敵圖) 등의 풍속화에 깃든 그들의 예리함과 기발함, 그리고 통렬한 비판 의식이 김호민의 작품에서 발견된다. 즉, 작가가 활동하던 그때 당시의 시대상과 극히 일상적 모습을 특별한 풍경으로 만들어내는 연금술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추사 김정희 세한도에 재치 있게 그려진 텐트와 캠핑 풍경들이 그런 예이다.

김호민_병아리훈련병_한지에 수묵_60.6×72.7cm_2021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展_한벽원미술관_2025

김호민 작가는 대중교통 안에서의 군상들의 모습, 스마트폰에 몰입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 등을 그려내면서 동시대 현대인들이 겪는 정보사회 속 단절된 사회 관계성에 대한 아이러니함을 예전의 작업에서 파헤친 바 있다. 그러한 그의 시선은 좁은 일상의 풍경에서 외부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연(自然)으로 연결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캠핑을 즐긴다는 것이다. '자연 속에 몸을 맡길 때, 자연과 동화되는 느낌을 받고 자유로움을 느낀다'라고 그의 작업 노트에서 밝히고 있다. 결국 도(道)와 자기 존재를 자연에서 찾는다는 말이다. 그의 '한계령 시리즈'에서 굽이치는 길을 따라 달리는 버스의 모습이 실제 비례대로 표현되는 모양새는 인간의 거대한 발전 또한 자연의 시선에선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자연의 숭고미(崇高美)를 더욱 강조한다.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한강1_한지에 수묵담채_162.2×130.3cm_2024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한강2_한지에 수묵담채_162.2×130.3cm_2024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展_한벽원미술관_2025
김호민_캠핑희망도-한계령(봄)_한지에 수묵담채_193.9×130.3cm_2023
김호민_캠핑희망도-한계령(겨울)_한지에 수묵담채_193.9×130.3cm_2020

한계령 시리즈가 산을 주제로 했다면, 관동팔경(關東八景) 시리즈에서는 물을 주제로 한다. '오리선생'이 그려지는데, 작가는 오리 풍선 보트에 자신의 시선을 실어 현대의 여전히 아름다운 지금 현대의 우리나라 동해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 산수풍경이 전통 산수화와 다른 점은 캠핑하는 모습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해의 북쪽 풍경으로 갈수록 철책과 경비 초소, 그리고 헬리콥터나 비행기가 등장한다. 이 상황은 조금 더 접근하고 들어가서 아름다운 비경(秘境)을 그리고 싶지만, 더 갈 수 없는 분단의 아픔과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한편, 그의 산수풍경을 이루는 다양한 준법과 획의 활용은 전통회화의 완숙미를 보여준다. 즉, 기본기가 탄탄하다. 또한, 치밀한 구상력과 집요한 표현 능력은 여느 작가들에게 쉽게 찾아보기 힘든 감각이다. 그러면서 구도와 시각은 지극히 현대적이며, 파격적인 구도와 절제감 있게 더해진 과감한 색은 현대 산수풍경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러버덕(Rubber Duck)의 등장은 작가와 일반인 사이의 소통 매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展_한벽원미술관_2025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망양정_한지에 수묵담채_72.7×60.6cm_2023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총석정_한지에 수묵담채_72.7×60.6cm_2023
김호민_오리선생 산수유람기展_한벽원미술관_2025

2023년 이후, 신작들에서는 오리선생의 한강 유람이 시작된다. 관동팔경에서도 그랬듯이 사람의 모습과는 다르게 오리 선생은 상당히 큰 부피가 등장한다. 오리는 유물론적 차원을 넘어선 사랑과 평화, 그리고 자신과 관람자의 시선을 담고 있는 은유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와유사상(臥遊思想)에 입각한 관념산수(觀念山水)는 관람자가 그림 밖에서 유영(遊泳)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김호민의 산수풍경은 작가와 관람자 모두가 그림 속에서 함께 유람(遊覽)하는 것이다. 오리선생의 배경이 되는 서울의 풍경은 화려한 서울의 풍경이 아니라, 서민적 풍경에 가깝다. 다닥다닥 숨 쉴 틈 없이 솟아 있는 건물들은 각박한 서울살이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교각의 사이를 지나가는 오리선생 또한, 비좁게 지나고 있음에서 버거운 우리들의 삶의 여정을 표현한 것임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어둠 속에도 집과 뾰족지붕의 십자가 불빛은 그러한 우리들의 시름을 달래주는 은유적 표현들이다.

이렇듯, 김호민 작품의 특징과 개성은 보는 사람의 시선을 작가의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데 있다. 즉, 관람자가 작가와 함께 주인공이 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렇게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 참여하게 되고 몰입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김호민 작품세계 근간을 정리해 보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일상에서 자연으로,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회귀해오는 과정을 오리선생에 승선해서 작가와 함께 유람해 보기로 하자. 그럼 다음 풍경은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벌써 궁금해진다. ■ 이홍원

Vol.20241218f | 김호민展 / KIMHOMIN / 金鎬敏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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