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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1120_수요일_02:00pm
2024 공주 올해의 작가展
주최,주관 / (재)공주문화관광재단_아트센터 고마 후원 / 공주시_공주시의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센터 고마 ARTCENTER GOMA 충남 공주시 고마나루길 90 2층 Tel. +82.(0)41.852.9806 www.gongjucf.or.kr www.facebook.com/gjcf2020 @gjcf_2020 www.youtube.com/@공주문화관광재단
「가위·바위·보」(2022) 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시작점을 던지는 작품이다. 작가는 다채로운 작업을 하는 듯 보이지만, 많은 이야기의 시작점은 일상의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일상에서 오는 순간들, 그보다는 넓고 깊은 여러 가지 상황들, 우리가 수동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일련의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작가의 역할 중 하나는 그런 것들을 단지 무의식적으로 인지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읽어 내고 활용해서 미래의 잠재적 가능성을 제시하거나 추측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업하면서 도구로서의 손과 의미로서의 손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었다. 가위·바위·보는 도구와 의미를 모두를 수용할 수 있었다. 「가위·바위·보」(2022) 작품은 손의 방향과 상황 그리고 움직임의 형태로 희로애락을 경험할 수 있도록 작업하였다. 이러한 이유에서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작업하게 되었다. 도구로서 손을 담아내기 위해서 조각으로 작업하였고, 손의 다양한 의미의 전달을 위해서 사진과 아티스트북을 만들었다. 각각의 재료는 작업하면서 작가가 느끼는 감정과 상황을 다양하게 표출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단순하고 가벼운 놀이에 불과한 주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과정이 본 작업이 되어 작품을 확장하며 사고의 깊이를 표현해낸 데 연구의 의의와 가치가 있다. ● 작업하는 과정은 학습의 도구이며, 일종의 동기를 부여하는 촉매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습작'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도 예술이라는 것이 평생에 걸친 '학습'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구상하는 드로잉은 본질로서 그 안에서 연구자가 흥미를 느꼈던 대상과 상황, 환경을 이해하게 되며 지속해서 작업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된다. 이는 결과물보다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탐색과 배움의 과정은 작업의 해석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삶을 묘사한다. 인간과 역사적 세계를 개별화하는 모든 작업은 과학이 그것을 인식하기 훨씬 이전에 시(詩)에서 먼저 이해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동형성의 표현, 즉 정도 차이와 친화성 등의 반복적인 표현은 '전형적으로 봄'이라는 수단이 된다. 표현예술에서의 전형적 지각은 삶의 관계들과 운명 같은 것들에서 발견되는 여러 다양한 술어적 관계들을 모두 포함하게 된다." 1) ● 이러한 사고는 작업과 삶 그리고 예술의 가치에 대하여, 그 관계의 중요성을 이해하며 무엇이 좋은가를 고심하게 된다.
작가는 손의 움직임을 의미전달의 퍼포먼스로 생각하며 작업하였다. 손의 움직임은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각각의 움직임이 가진 의미와 내용이 다르므로 영상으로도 작업하였다. ● 가위, 바위, 보 게임은 소리를 내어 외치고 난 다음 동시에 각자가 원하는 형태로 손 모양을 만들어서 승부를 가르는 게임이다. 연구자는 세 단어로 지시어를 만들어서 작업물을 완성하였는데, 가위에서 바위로 가는 중간에서 머뭇거림, 바위에서 주먹으로 가는 기다림 그리고 주먹에서 가위에서의 위태로움의 순간들을 조각과 사진으로 작업하였다. 이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 역시 작품이 됨을 의미하며,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일상에서의 사사로운 이야기와 사건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며 작업하였다.
작가는 일상 속의 영감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인지되는 간단한 동작들과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놀이 안에 담긴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의미를 읽어 내고자 한다. 이를 활용하여 예술이 가진 가능성을 실험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가치는 보이는 것 이면의 존재하는 동기와 아이디어, 그리고 작가의 의도에 있다. 연구자에게 손은 그러한 가치의 대상이자 도구이다. 손의 쓰임새는 다양한데, 손은 소중한 것을 꼭 쥐고 움직일 수 있지만 어떠한 것도 잡았다 놓을 수 있는 선택과 결정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연구자는 선택과 결정을 만드는 놀이인 가위바위보에 주목하게 되었다. 가위·바위·보에는 짧은 외침과 동시에 정해진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순서를 정하거나, 운명이 결정되는 상황이 담겨있다. 가위바위보는 사소한 결정을 하기 위하여 순서를 정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전통적인 미학을 넘어 세상과 사회와의 관계를 모색하며 그 안에 함축된 역사적이고 사회적이며 문화적인 가치를 찾아보려 한다. 간단한 손동작으로 이루어진 놀이의 의미뿐 아니라 내포하는 미학적인 부분부터 삶의 순간이 맞닥뜨리는 과정을 작업으로 연구하며 해석한다.
이러한 조건이 붙여진 언어는 경험을 고정화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표현되는 방법에 있어서 언어를 통해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가 가지는 객관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타인의 행동을 상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또한, 어떤 근거에 대한 탐구는 우리에게 사유의 새로운 방식들에 대한 영감을 주어야 하는 어떤 비판의 핵심을 형성한다. 반면 그것이 충분치 않은 것은, 근거나 자신에 의해 만들어지는 근거가 훨씬 넓은 외연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의미가 애매하고 그 자체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전체에 대한 부분적인 이해로 본질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이해되는 해석학에서의 의미 전개와도 맞닿아 있다. ● 가위·바위·보는 가장 기본적인 논리 추론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순서와 대응 관계를 통해서 흩어진 채 혼재된 상황을 서로 관련 있는 맺음으로 찾아낸다. 여기에는 일렬로 나열된 순서 찾기, 원으로 배열된 순서 찾기, 또는 서로 관련 있는 사항끼리 대응시키는 문제 등이 있다. 작가가 제시하는 정보를 정리하고, 제한된 조건 속에서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는 연습이 필요한 과정에서 순서를 정하는 방식이 작가의 작업 과정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조건을 오판하지 않는 세심한 주의력도 필요하며, 조건들을 꼼꼼히 살펴 정리하고 찾은 조건들을 다시 이용하여 조건들을 정리하는 논리력도 요구된다. 또한, 그림이나 표를 이용하여 흩어진 정보를 도식화하는 과정을 통하여 최종 작품이 나올 수 있는 모든 과정, 아이디어(유창성), 다양함(융통성), 독특함(독창성) 그리고 정교한 마무리(정교성)의 작업도 필요하다. 물론 이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하더라고 창의적인 과정 자체에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작업 과정의 관계성을 연구하면서 연역법을 찾았다. 약 24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 추론 방법이다. 그에 따르면 "연역법은 어떤 것을 가정하고, 실제로 그러므로, 그 가정에서 필연적인 결과가 나오는 논리" 다. 여기서 가정된 것은 전제이고, 필연적인 결과는 결론이다. 2)
연구자는 가위·바위·보 작업을 하면서 이미 알려진 방식대로 명확하게 가위·바위·보는 서로서로 연결되었다고 가정하며 작업하였다. 작업의 방법에서 여러 가지 재료의 쓰임에 따라 작품이 가지는 고유의 의미가 다양한 관계성으로 변주되며 확장됨을 알 수 있다. 수학에서는 특정 원인이나 관계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왔다면 똑같은 조건일 때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가정과 상반된 결과이기에 작업 연구가 더 흥미로웠다. ● 연구자는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에 관심이 많기에 세심하게 주변을 살피고 대상을 수집하며 관찰한다. 어떤 상황을 예민하게 발견해 내고 그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양의 궁금증을 만들고 제시하며 작업하려고 한다. 연구자에게 손은 관심과 애정의 대상이다.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결정하는 과정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는 동작이 가위·바위·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위·바위·보는 손가락과 손바닥의 형태를 재현함과 동시에 의미를 만들 수 있다. 가위·바위·보 행위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과정이라고 한다면, 정정당당함이라는 결과를 서로가 인정하기 때문에 가위·바위·보의 정해진 동작은 연구자에게 흥미로웠다. 또한, 행위의 모든 과정은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사용해야 한다는 같음이 존재하므로 연극적이고 조각적이라고 생각하였다.
연구자는 가위·바위·보를 세 가지의 다른 재료로 작업을 하였다. 첫 번째는 아티스트북 형태로 제작되어 쉽고 가볍게 어디든, 마치 가위·바위·보 게임처럼 전시할 수 있도록 작업하였다. 다음으로 사진 콜라주로 만든 가위·바위·보는 예술작품의 다양한 변주로서 실험해보고 싶었다. 손가락이 움직이는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사진 작업을 하여서, 대칭으로 보이는 대상이 다른 행위의 순간을 맞잡아 볼 수 있도록 작업하였다. 마지막으로 캐스팅 작업이다. 동작이 일시 정지된 듯한 조각은 가위·바위·보의 행위를 알아보기보다는 손의 움직임으로 보이기 때문에 상황의 긴밀함보다는 조각적인 자연스러움이 엿보이도록 작업했다. 이에 사진 작업을 바탕으로 연구자의 손을 12가지의 다른 동작으로 캐스팅을 하였다. 가위에서 바위 그리고 보로 향하는 변화된 모습이 연속되어 보이는 사진과 다르게, 시간과 공간이 함축되는 석고 캐스팅 후에 비금속 물질로 캐스팅 작업을 하여 고정성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적절히 선택된, 그리고 윤색된 대상은 매우 큰 힘을 지닌다. 그래서 작업은 종종 눈 앞에 실재하는 사물보다 더 생생한 인상을 심어준다. ● 곰곰이 숙고하며 / 세련되고 소풍스러운 / 환멸과 비웃음 / 어설프고 건방진 / 화사하지만 단아한 / 기발하지만 자유롭게 ● 작품은 어쩌면,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을 품은 살아남은 지혜다. 그 깊이에 압도되기 보다는 작품이 가진 지혜를 자기 삶에 투영해서 읽고 음미할 때 비로소 작품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전의 작품을 내 삶의 문제의식과 엮어 창조적으로 읽어낼 때, 비로소 작품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됨을 알 수 있었다. 내면에 감춰둔 상처와 번민, 희망과 지혜를 재발견하게 하는 소중한 매개로서 작업하는 과정, 그리고 그에 대한 작품은 나에게, 우리의 삶에 도움을 줄 것이다. 내 안에서 나를 강하게 만들 줄 아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매순간 나답게 보내는 시간에 감동했으면 한다. 나다운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공감을 찾을 줄 알았으면 한다. 그렇게 어제보다는 더 나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되었으면 한다. ■ 김도경
* 각주 1) 빌헬름 딜타이, 『정신과학과 개별화』(Geisteswissenschaften und Individuation)』, 이기홍 옮김,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08. pp. 100-101. 2) 톰 잭슨, 『수학 mathmatics_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수의 역사』, 김민정 옮김, 원더북스, 2018, p.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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