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paring Screen time - Rainbow 畵面調整 彩虹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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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블로그_suk-one-yoon.blogspot.com
초대일시 / 2024_1121_목요일_05:00pm
주최 / 컴바인웍스 전시기획 / 김은주
관람시간 / 11:3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예약시 관람 가능)
컴바인웍스 Combine Works Art Space 서울 종로구 계동길 128 4층 Tel. +82.(0)2.765.4615 www.combine-works.com combineworks
지금 당신은 어떤 풍경을 보고 있나요 ● '삐~~~' 방송 시작 전 수상기에 수신된 전파의 화면이나 음성 상태 점검을 위한 시간 곧, 화면조정을 위한 시간임을 알리는 소리다. 이 소리와 함께 항상 보던 화면이 있다. 기하학적인 도형과 컬러풀한 무지개색 칩이 나열된 이미지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린 이 순간, 심장이 두근거린다. 다음 방송프로그램이 언제 시작될지, 어떤 장면을 보여줄지 말이다.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무렵, 움직이는 화면을 처음 접하고 빛이 세 가지 원색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텔레비전 앞에 홀린 듯 다가갔다. 흘러가는 영상에 바짝 다가가 보고나서야 이미지가 수많은 픽셀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나의 픽셀은 빛의 삼원색(RGB, Red Green Blue)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사실은, 재미있고 신나는 세상을 기대한 어린아이에게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었지만 화면조정시간이 되면 더 다양한 장면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 특정 세대에 익숙한 '화면조정시간' '화면조정'에 쓰이던 이미지는 다양하다. 과거 사용하던 조정화면은 화면을 가득 메운 동그라미와 가산혼합 3가지 색, 감산혼합 3가지 색 그리고 블랙과 화이트의 조합인 실버 색으로 표현된 컬러바 형태다. 테스트패턴, 컬러바를 거쳐 과거 우리가 설정하곤 했던 윈도우 기하학적 배경화면, 그리고 필러처럼 장면 사이를 메워주던 풍경이 담긴 영상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존에 이 시간은 다음 장면으로의 전환을 위해, 색에 담긴 장면, 곧 이야기를 잘 드러내게 하기 위한 유용성을 가졌지만 현재 그 시간과 자리는 광고가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이 화면의 실용성은 제로에 가까운 듯 보이지만 여전히 유튜브, 인스타그램, 네이버 등에 올리는 짤막한 동영상에 '삐'소리와 함께 전환의 의미로 심심찮게 얼굴을 내민다.
현재 당신이 마주한 삶의 장면이 - 흐릿하고 노이즈가 보인다면 - 색이 분명하지 않고 형태가 일그러져있다면 - 수천 장의 사진이 뒤섞여 특정 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수많은 이야기가 흘러드는 당신의 수상기에도 화면조정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 윤석원 작가는 인물들의 초상, 라이트앤매터, 차경시리즈 등 기존 작업에서 매트한 화면에 대상을 그린 후 작가만의 블러링 기법을 통해 대상을 흔들리는 이미지로 재현했다. 이 방식은 과거의 역사적 · 실재적 상황을 소환하고, 추억을 불러일으켜 작품을 감상으로 이어졌다.
이에 반해 이번 전시 [화면조정-무지개] 에서는 기존 작업에서 보여준 작품 속 이미지를 비롯하여 대상을 여러 각도와 배율로 재배치, 조정하여 유려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빛을 담아내는 이미지로 전환시켰다. 기억, 하나의 레코드로 담백하고 담담하게 그려진 화폭은 보는 이에게 작가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현재성에 가까운 심상을 전한다. 그리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데 있어 감정을 덜어내고 작가의 마음을 담담히 드러내려는 새로운 실험의 결과인 것이다. ● 2024 테스트패턴 시리즈 작업 세 점에서 나타나는 색들의 조합은 마치 화면조정시간에 마주했던 단정하고 기하학적인 이미지로 보인다. 하지만 작가가 지닌 자신만의 칼라바를 베이스로 하는 색들의 변주로 만들어진 또 다른 작업을 마주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조형성이 점, 선, 면으로 환치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 삶은 확실하게도 멀리서는 희극 가까이는 비극에 가까운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우리가 살아내는 하루하루, 세상 속 '보는/보이는 삶'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짊어진 지금 이제 스스로 '사는 삶'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지개가 사라지기 전 폭풍 같은 화면조정이 필수인 것처럼. ● 무지개가 맑고 푸른 하늘에서 자주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쎈비구름이나 소나기구름으로 인한 폭우와 낙뢰 등 거친 상황 직후에 생기는 게 보통이다. 화면조정의 한 장면으로서 무지개가 걷히고 나면 마침내 새로운 장면이 펼쳐지지 않을까.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 그리고 관객이 자신만의 새로운 무지갯빛을 상상하며, 거울에 비춰진 자기 모습과 내적 페르소나가 충돌 없이 편히 마주하며, 새로운 풍경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 김은주
Vol.20241119b | 윤석원展 / YOONSUKONE / 尹碩沅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