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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 2024_1106_수요일_05:30pm
지역작가공모지원사업 A-ARTIST Ⅵ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수성아트피아 SUSEONG ARTPIA 대구 수성구 무학로 180 Tel. +82.(0)53.668.1840 www.ssartpia.kr @ssartpia_official
콜라주비디오로 청하는, 지역・도시를 향한 위로 ● 창작(創作)은 미적 체험의 창조성을 강조한다. 창작물에서 창조(創造)는 파괴, 소멸, 해체와 대립하는 일이며, 원자나 분자를 조작해 물체를 성형하거나 없던 존재를 생성하거나 세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여기서 일은 무엇인가를 해결하는 활동이고, 그 무엇인가는 문제(問題)와 같은 의미일 것이다. 인간은 예상되는 현실적 어려움이나 바람직하지 않은 여건 상태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일정한 목적과 계획으로 하는 활동 혹은 일을 작업(作業)이라 부르는데, 예술창조와 창작으로서 작업은 결국 문제의 해결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김재욱도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도출하여 실행에 옮긴다. 추측하건대, 김재욱의 작업은 자신의 경험과 관련 있는 몇몇 도시를 관찰하면서 지역 불균형과 격차, 수도권 집중의 문제를 지역 특정성에 대한 주목으로 해결해 보려는 심산의 개념이 아닌가 싶다. 그는 특정한 땅을 먼 곳에서도 잘 보이게 표시하는 랜드마크(Landmark), 즉 특정한 산, 바위, 나무, 탑, 건축물, 조형물 등으로 지역이나 지리를 설명하는 상징으로 삼는다. 그는 실재하는 원래의 위치로부터 해체하여 떼어낸 랜드마크로서 특정 요소를 예술창작의 작업을 통하여 재조립한다. 디지털 가상공간과 실재요소, 사실이 통합되는 작가의 작업에 의해 새로운 세계가 창조되는데, 이때 랜드마크가 디지털 영역이고 인간의 기억과 세대를 아우르는 추억을 담았다는 면에서 무형의 비물질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조합하여 새로운 가상의 땅, 지역이 만들어지고, 실제 존재하는 현실로부터 추출한 것이면서도 초현실적인 가상의 도시가 창조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지역의 땅을 달리 소생시켜 그 특정한 일상의 미적 체험을 되찾아 주고자 한다.
그리고 이번 전시의 제목을 '음양(陰陽)'이라고 설정한 것은 불균형과 격차, 집중이 파괴와 소멸, 해체에 닿을 것이라는 작가의 예지적 감수성을 투영한 것이고, 그 해결 지점에 음양의 이치를 대응시킨 것이리라고 이해한다. 음양이론은 우주나 인간 사회의 모든 현상과 생성 소멸을 음과 양의 관계로 설명한다. 이 사상은 만물 자연의 생성 변화를 설명하거나, 도덕적인 것과 천지 변화의 이치가 음양의 도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다. 옛 문헌에 따르면, 새로 태어난 음은 차츰 자라서 순음이 되고 음이 극하면 그 안에서 양을 낳으며, 그 양이 차츰 자라서 순양이 되고 양이 극하면 그 안에서 음을 낳으며, 그 음이 차츰 자라 순음으로 다시 되풀이된다. 김재욱의 작업에서 음양은 자신이 관찰한 만물이 지향하는 순리이기도 하겠지만 그가 창작한 가상세계의 운행이 계속 되풀이하며 일상을 유지하는 항상성의 원리이기도 하다.
김재욱의 이번 전시, '음양'은 대구, 인천, 강원, 부산 등 4개 지역의 실제 특정 장소에 대형으로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각각의 영상을 한자리에 모아 시‧공간적인 기억의 연결과 교류를 시도한다는 차원에서 균형과 평등의 의미를 재고한다. 각각의 지역을 새롭게 창조한 가상세계를 하나의 공간에서 운영하는 설계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작가의 작업 의도를 은유하기에 적절해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신일월대구도(2019)'는 작가 자신의 고향인 대구를 소재로 그리움을 표현한 작업으로 대구 동성로 태왕 스파크 건물 옥외 전광판(가로30m×높이11m)에 상영 중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되돌아보며 대한민국 국적임을 표현한 '신한국생도(2020)'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탑승동에 위치한 미디어타워 전광판(가로8m×높이3.5m)에서 상영 중이며, 약 2년 기간 군복무를 통해 우리나라의 분단 이데올로기를 경험한 강원도의 '신강원산수도(2021)'는 동해안 최북단 강원도 고성 접경지역에 위치한 아트호텔의 내벽 미디어월(가로6.5m×높이2.8m)에서 상영 중이다. 또 우리나라의 여름 휴가지를 대표하면서 많은 사람의 추억을 담은 부산을 표현한 '신부산해도(2023)'는 부산역 앞 부산유라시아플랫폼 3분할 LED 미디어월(가로83m×높이13m)에서 상영 중인 영상이다. 그리고 위성 전시처럼 전시장과 700m 떨어진 수성못 MOTII 전광판에서 미지의 공간을 표현한 '신식소우주도(2022)'의 상영을 연계하여 운영한다.
움직이는 콜라주 회화라고도 할 수 있는 김재욱의 작업은 해체와 재조립의 형식적 특성이 있다. 그가 다루는 단편적 이미지는 분해 또는 해체, 풀어헤침의 행위적 관점에서 원래의 세계 전체조직에서 분리한 것이다. '신일월대구도(2019)'에서 보여지는 갓바위, 야구장, 월드컵경기장, 도시철도 3호선, 디아크, 김광석상, 83타워, 계산성당 등은 단편화된 개체로서 콜라주의 재료인데, 사실과 실재, 가상, 허상의 형태를 취하면서 작가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재조립된 것이다. 이 과정은 마치 기억을 공작하는 행위처럼 보인다. ● 그의 작업에는 풍선, 폭죽, 무지개, 미러볼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의 숨을 불어넣어 생명력을 얻은 풍선이 하늘로 유유히 날아가 사라지고, 찰나의 빛이 아름답지만 영원하지 않은 폭죽이 무한히 터지고, 주변에 항상 존재하나 특수한 환경에서만 목격할 수 있는 무지개가 끝없이 흘러내린다. 화면 속 도시마다 발견되는 이들은 작가가 행하는 위로의 방식처럼 짐작된다. 그리고 무한한 자연공간에서 빛을 내는 태양과 달은 인공의 한정적인 공간에서 발광하는 미러볼과 결합하여 공존한다. 거꾸로 흐르는 폭포는 무수히 많은 데이터가 흘러내리는 대신, 매일 누군가가 뭔가를 만들고 파장을 일으켜 계속해서 새로운 밈들이 업로드되는 디지털화 현상을 표현한다.
김재욱은 여러 미디어요소를 조합하는 자신의 영상 작업을 비디오콜라주(video collage)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영상콜라주 프로그램과 용어의 구별이 필요하여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영화와 관련해 콜라주필름(collage film)이란 용어가 있다. 이것은 사진이나 신문, 광고지 등의 여러 이미지를 조합한 뒤 프레임 단위로 촬영이나 동화(動畫) 등의 편집 과정을 통해 구성 형식이나 시각적 리듬감을 강조한 실험영화의 일종을 의미한다. 부조리와 무정부주의 등의 정치적 주장을 전개한 스탠 밴더빅(Stan Vanderbeek, 1927~1984)의 'Breathdeath'(1963)와 한국 최초의 실험영화로 알려진 김구림(1936~)의 '1/24초의 의미'(1969)가 대표적인 예시 작품이다. 앞 단어 콜라주(collage)의 뜻은 '풀로 붙이다'의 의미이고 회화 기법의 하나이다. 1911년경 입체주의 시대의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와 브라크(Georges Braque, 1882~1963)는 화면의 구체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물감으로 그리는 대신 신문지, 우표, 벽지, 상표 등의 실물을 붙여 화면을 구성하는 파피에 콜레(papier colles) 기법을 창안하였고 이는 콜라주의 유래가 되었다. 이후, 다다의 콜라주와 포토몽타주로 확장되었고, 초현실주의의 콜라주와 입체적인 아상블라주(assemblage), 콤바인아트(Combine art)로 이어졌다. 이처럼 콜라주는 김재욱의 작업처럼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견인한 개념의 일부이기도 하다. 김재욱의 콜라주는 2D평면과 3D입체 이미지, 고정된 스틸 이미지와 움직이는 무빙 이미지, 실제를 기반한 실사와 가상의 컴퓨터그래픽(CG) 데이터 등을 조합한다. 이것들을 재료로 콜라주하고 일부는 움직이는 운동으로 연결하여 반복 재생, 즉 되풀이되게 설계하는 것이 그의 작업이다. 그래서 콜라주한 비디오 영상이라는 의미에서 이 작업을 '콜라주비디오'라고 부르면 어떨까 제안한다. ●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유・무형의 요소를 공작하는 그의 '콜라주비디오' 작업은 지역과 도시에 대한 위로를 담고 있다. 도시의 재해석을 통한 균형과 평등을 기원하는 것인데, 이는 결국 우리 인간을 향해 청하는 위로이다. ■ 정종구
Vol.20241106l | 김재욱展 / KIMJAEUK / 金宰煜 /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