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선제 GALLERY SUNJAY 경상북도 칠곡군 가산면 호국로 1366 Tel. +82.54.971.8855 gallerysunjay.com
6⋅25 한국전쟁 당시, 남한 방어의 요충지였으며 최대 격전지였던 다부동에 위치한 갤러리선제는 매년 6월 호국전을 가진다. 올해는, '관계성'이라는 개념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미디어아티스트 김재욱의 『moved』展으로 호국의 의미를 되새긴다. ●『moved』展은 고정된 페인팅 또는 사진작업과는 달리 변화하는 움직임으로 완성되어지는 '미디어'전이며, 역사성에 기반을 둔 전시라는 점을 은유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김재욱은 계명대학교에서 영상애니메이션 학사를 취득하였으며, 뉴질랜드 Global Glen Eden Primary School 수료, 그리고 미국 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MICA)에서 아티스트 수업 후 로컬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인 유능한 청년작가이다. 영상을 기반으로 비디오 콜라주, 모션그래픽, 미디어오브제 설치 등 다양한 뉴미디어 기법을 활용하여 실험적인 방법으로 작업한다.
갤러리선제의『moved』展에서 김재욱의 작품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될 수 있는데, '(master)PIECE'시리즈로 명명되는 3작품과 '연화' 그리고 'art in the age of five'로 총 5가지 영상물들을 선보인다. 이 작업들은 '호국'에 대한 의미를 다방면적인 시각으로 고찰하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국'이라는 단어에서 일차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또는 목숨을 바친 사람들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시각들도 내재함은 물론이며, '호국'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지녀야 할 기본의식에 대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한다. 또한, 그러기 위해 제일 밑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시사하고 있다.
김재욱의 여러作 중, 갤러리선제에서의 메인 작품은 '(master)PIECE'시리즈로, 이 시리즈물에 대해 조명하겠다. 작가는 시리즈 명에 그의 의도를 주입하였는데, masterpiece(걸작)이라는 한 단어를 조각냄으로써 분리된 단어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동시에 단어전체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끔 한다. 또한 작업방식에서도 작가가 의도한 바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한 화면 안에 여러 가지 조각의 화면들이 다시 구성되어 하나의 작업으로 치닫게 되는 콜라주 형태를 지니는데, 단편적인 혹은 단일적인, 그리고 나약하게나마 느껴지는 기억들이 한데 모여 발현될 수 있는 힘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시리즈 1, 2는 일본에서 들어온 화투 패에 얽힌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품이 구성된다. 화투 패는 1월에서 12월까지를 나타내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으며, 월마다 각 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번째 시리즈인 위안부는 화투 패 중, 비광에 얽힌 '오노의 전설'에 빗대어 메시지를 전달한다. 갓을 쓴 사람은 10c에 살았던 일본의 한 유명한 서예가(오노도후)로 비오는 날 개구리가 담벼락을 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실패하는 것을 보고 돌아서려는 찰나,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인지 어떤 이유에서인지 개구리가 성공하는 것을 보고는 '계속해서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깨달음을 느꼈고 다시 학문에 정진하여 당대 최고의 서예가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지속적인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게 되어있다. 힘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인 위안부할머니의 인터뷰영상을 시작으로 관련 뉴스기사, 다큐멘터리, 인터뷰 등의 영상들이 화면을 치밀하게 구성하여 하나가 됨에 따라 그들의 영향력도 거세져 간다.
두 번째 시리즈인 독도는 화투 패 중, 국화에 독도를 이입하였다. 국화는 다른 꽃들에 비해 추운계절까지 피어있다는 점 때문에 일본에서는 '무병장수'를 뜻하며, 화투 패에도 壽(목숨,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국화는 '오상고절'로 충신을 뜻한다. 모든 꽃들이 잠들 때, 홀로 꼿꼿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壽(목숨,수)를 홀로 獨(홀로,독)으로 재해석하여 대한민국 영토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독도이지만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다시 한 번 재조명하는 바이다.
세 번째 시리즈인 태극기 역시 콜라주방식을 따르지만, 화투 패의 형상을 지닌 시리즈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 영상은 대한민국 4사 지상파(MBC, SBS, KBS1, EBS) 방송사들의 애국가 영상을 활용하여 태극기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한 국가의 정체성과 얼을 담고 있으며 나라를 대표하는 여러 상징물들이 등장하는 애국가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4사의 방송사들은 동일성과 함께 이질성을 가진 애국가 영상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런 미묘한 차이들을 담고 있는 '지상파 방송 4개 채널 애국가 비교'라는 칼럼에 의해 2010년 큰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방송사들의 철학 또는 기호에 따라 달라진 애국가 영상이 무엇을 표방하든 간에, 이 모든 모습(부정적이든·긍정적이든)이 현 대한민국임을 말해준다. ● "기억 조각들이 모이면 하나의 추억이 된다, 작은 촛불은 모이고 모여 대규모 촛불집회를 만들어낸다, 한 명의 목소리는 여러 입으로 모여 한(恨)을 품은 발언권을 가지게 된다." 화투는 상징적인 오브제이며, 한 낱 껍데기에 불과한 화투 패를 종합하면 새로운 의미가 성립되는 놀이규칙을 미디어 조각 모음으로 해석하였다. (김재욱) ● 호국의 달 6월을 맞이하여 바쁜 삶 속 잠시나마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기리고 현재 대한민국을 이어나가게 해주는 모든 국민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갤러리선제에서 가져보길 바란다. ■ 최다혜
Vol.20160611e | 김재욱展 / KIMJAEUK / 金宰煜 /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