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 코드 HERITAGE CODE

서수영展 / SEOSOOYOUNG / 徐秀伶 / painting   2024_1101 ▶ 2024_1222 / 월요일 휴관

서수영_Heritage Code 1_수제장지에 24k 금박, 합금박, 석채, 먹_163×132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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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영 인스타그램_@_seosooyoung__artist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4 성남작가조명展 Ⅴ

▶ 헤리티지 코드展 유튜브 영상

기획 / 박은경(성남큐브미술관 큐레이터) 주최,주관 / 성남문화재단 성남큐브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성남큐브미술관 SEONGNAM CUBE ART MUSEUM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808 반달갤러리 Tel. +82.(0)31.783.8144 museum.snart.or.kr @cubeartmuseum

서수영(b.1972-)은 동시대 통용되는 '한국미'의 근원을 탐구하기 위해, 한국미술사를 직조하는 최고의 미감이 담긴 '국보(國寶)'를 작품의 소재로 삼아 현대미술의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는 중견 한국화가이다. 지난 30년간 한국화가로서 일관된 화업을 쌓아온 서수영은, 한국 전통회화의 견고한 방법론을 토대로 화폭 위에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 왔다.

서수영_Heritage Code 2_수제장지에 24k 금박, 합금박, 석채, 먹_163×132cm_2024

최근 서수영은 조선시대 백자와 회화를 오마주(hommage)하는 작업을 통해, 한국미를 구성하는 미학적 원류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고고한 백색 미감 속 문인정신(文人精神)이 깃든 백자는 우리의 정신문화와 물질문화를 모두 담고 있는 한국미의 총체라고 평가받는다. 서수영의 작업은 단순한 상고주의(尙古主義)에 입각한 것이 아닌 예술을 통해 역사를 기억하고 동시대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기 위한 과정이다.

서수영_Heritage Code 3_수제장지에 24k 금박, 합금박, 석채, 먹_163×132cm_2024

국보를 현대미술로 재해석하는 서수영의 작업은, 완물상지(玩物喪志)의 차원이 아닌 그 속에 담긴 문인들의 감식안(鑑識眼)과 문인정신의 가치를 함께 계승하고자 함이다. 한국적 미학의 확립과 더불어 문인정신의 본질을 함께 이어갈 때 진정한 한국미의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서수영의 작품을 통해 문인의 시선과 미감은 동시대 미학적 변용을 거쳐 구체화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수영의 100호 회화 신작 6점을 비롯하여 대표작 30여 점을 함께 선보인다.

서수영_Heritage Code 4_수제장지에 24k 금박, 합금박, 석채, 먹_163×132_2024

조선의 백자는 단순한 공예품이 아닌, 당대 최고의 과학 기술과 미감이 집약되어 탄생 된 시대적 산물이라는 중요한 상징성이 있다. 한국은 10세기 후반에 시작된 고려 백자의 전통을 바탕으로 중국의 기술을 수용하여, 15세기 조선 초기에 이미 경질백자(硬質白磁)를 생산하는 기술력을 갖추게 되었다. 유럽의 경우 1710년 독일 마이센(Meissen)에서 요한 프리드리히 뵈트거(Johann Friedrich Böttger, 1682-1719)가 백자 제작에 성공했다. 조선의 백자는 유럽 보다 약 200년이나 앞서갔던 당대 최고의 첨단 기술이었다.

서수영_Heritage Code 5_수제장지에 24k 금박, 합금박, 석채, 먹_163×132_2024

조선의 백자를 조망하는 것은, 조선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이 지향했던 가치와 이상향, 정신세계를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조선백자는 당대 최고의 과학 기술과 최상의 미감이 집약된 결정체이다. 서수영은 청화백자를 애호했던 문인정신과 감식안을 동시대에도 계승하고 이어가야 할 한국미로 평가하며 이를 한지 부조 위에 화려하게 그려냈다.

서수영_Heritage Code 6_수제장지에 24k 금박, 합금박, 석채, 먹_163×132_2024

서수영의 작업은 근대기 타자화된 시각에서 정립된 '한국미의 준거틀'을 탈피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한국미의 화려함과 정교함에 주목한 서수영의 작업 주제는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활동한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가 주장한 한국미에 대한 해석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한국미를 '비애의 미'로 바라보며 동양적 민예론의 맥락에서 해석했지만, 이는 고도의 식민사관과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설계된 한계를 지닌 이론이다. 해방 이후 고유섭, 최순우, 김원용 등 많은 미술사가와 미학자들이 민예론을 반박하며 한국적 미감이란 무엇인지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렸지만, 야나기의 민예론이 지닌 한계를 온전히 극복하지 못했었다.

서수영_보물의 정원 202421_수제장지에 24k 금박, 합금박, 석채, 먹_73×61cm_2024

이러한 맥락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조선백자를 비롯한 한국의 전통 공예는 '소박함·고졸함·질박함' 등과 같은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이미지로 묘사되었고, 한국미를 특정 짓는 레이어로 학습되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속에 급격한 서구화 및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우리의 전통 미감을 논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부정되던 시기도 있었지만, 현재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한국미의 본질을 탐구하는 치열한 활동들이 학계·예술계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서수영_보물의 정원 202402_수제장지에 혼합재료_117×91cm_2024

우리나라 최초의 관찬 역사서 『삼국사기(三國史記)』를 편찬한 고려 중기의 역사학자 김부식(金富軾, 1075-1151)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즉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를 말하며, 한국미에 대한 최초의 미학적 정의를 내렸다. 고려불화에서 조선의 청화백자에 이르기까지, 서수영의 작업 주제는 한국미에 대한 특질을 '격조 높은 화려함'에서 찾으며 시작되었는데, 이는 '화이불치(華而不侈)'의 미감과 맞닿아 있다.

서수영_보물의 정원 202408_수제장지에 혼합재료_73×61cm_2024

서수영의 작업은 주제적인 측면 외에 양식적 측면에서도 한국미를 구성하는 전통적인 요소와 물성을 모두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지(紙)·필(筆)·묵(墨)으로 상징되는 전통 문인화의 구성 요소를 바탕으로 하면서, 전통 석채(石彩)를 활용해 오방색을 현대적인 미감으로 채색하여 생동감을 더했다. 또한 백자 표면의 빙렬(氷裂)은 섬세한 금채로, 백자를 품고 있는 산수화의 묘사는 물성이 도드라지는 화려한 금박으로 정교하게 표현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수영_보물의 정원 202410_수제장지에 혼합재료_73×61cm_2024

동양화의 첫 단계인 '회사후소(繪事後素)'를 행하는 것처럼, 서수영의 작업은 작품의 바탕이 되는 한지를 직접 제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작가에게 한지는 백자 특유의 미감을 부드럽게 담을 수 있는 최상의 재료이다. 또한 한지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지식이 계승되고, 서화(書畫)의 출발점이 되었던 매체였던 중요한 상징성이 있다. 전통미술 속 다양한 물성을 조화롭게 응용한 서수영의 작업은 한국미란 특정한 시대의 산물이 아닌, 동시대에도 끊임없이 변주되어 계승되는 '현재성'을 보여주고 있다.

서수영_보물의 정원 202406_수제장지에 혼합재료_91×72cm_2024

서수영의 회화는 마치 '그림 속의 그림(畵中畵)'을 보듯, 백자 위에 묘사된 인물과 문양을 섬세하고 문기 어린 필치로 묘사 먹의 농담(濃淡)까지 놓치지 않고 재해석하여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이는 전통 문인화와 채색화, 창작 고려불화에 이르기까지 한국화의 조형 언어를 구성하는 전 장르를 30여 년간 묵묵히 붓으로 한국화를 탐구하고, 개척하며, 정진해 온 한국화가 서수영의 회화적 기량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서수영_보물의 정원 202407_수제장지에 혼합재료_91×72cm_2024

이번 전시를 위해 큐레이터로서 작가와 특별한 협업의 시간을 가졌다. 전시를 기획하며 서수영의 30년 화업을 분석해 도출한 키워드 '헤리티지 코드 HERITAGE CODE'는,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가 되었고, 동시에 신작 시리즈의 제목이 되었다. 이와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전시 주제의 맥락 선상 안에서, 한국미를 구성하는 조형적·사상적 요소가 담긴 국보를 선별하여 작가의 신작 모티브로 제안하게 되었다.

서수영_보물의 정원 202404_수제장지에 혼합재료_91×72cm_2024

전시 준비 초기 단계에선, 먼저 전통 회화의 물성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서수영 특유의 조형 언어를 참조하여 작가의 화업을 10년 단위로 분석하였고, 작가가 기존 작업에서 한 번도 선보이지 않은 국보 작품을 찾아 연구하는 과정을 거쳤다. 일례로 서수영은 기존 작업 「보물의 정원」 시리즈에서, 주로 조선왕실 관요 제작 청화백자와 18세기 금사리(金沙里)에서 제작된 유백색 달항아리에 집중하여 이를 한지부조 회화와 입체 작업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었다. 청화백자를 그린 경우 항아리 형태의 기형인 '호'를 가장 많이 그린 것으로 분석되었다.

서수영_헤리티지 코드展_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_2024

작가의 근작 「보물의 정원」 시리즈는 현재 전 세계인의 일상 테이블웨어로 사용되는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현대 도자와 화병, 티팟, 시계 등 동시대를 구성하는 다양한 오브제와 함께 국보 백자가 재해석되어 몽환적 미감으로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또한 두터운 한지 부조 위에 과감한 색채 활용이 돋보이는데, 전통 채색 물감인 석채를 활용하여 오방색을 서정적이고 현대적인 색감으로 구현하였다.

서수영_헤리티지 코드展_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_2024

국보 지정 문화재 중 조선시대에 제작된 회화와 도자기로 범주를 한정하였으며, 작품의 제작 시기와 제작 동기가 최대한 명확히 밝혀져 있어 미술사적 가치가 높으면서 당대 '시대미감(時代美感)'을 대표할 수 있는 국보 회화 2점과 순백자 1점을 신작 모티브로 추천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작품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하는 100호 신작 6점 중 「Heritage Code 5」와 「Heritage Code 6」이다.

서수영_헤리티지 코드展_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_2024

중국식 화풍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 화풍을 이룩하여 진정한 조선의 그림을 그린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1745-1806?)의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 19세기 문인의 표상이자 동아시아의 지성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 조선왕조가 추구한 질서와 사상이 순백의 미감으로 정결히 담겨 있는 조선 전기 『백자병』 등 한국미술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깃든 작품들이 서수영이 그려낸 새로운 동시대 회화로 오마주 되었다.

서수영_헤리티지 코드展_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_2024

서수영은 지난 10년간 주로 겸재 정선(謙齋 鄭歚, 1676-1759)의 회화를 화려하고 정교한 금박 회화로 재해석하였는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조선시대 겸재 정선 이외의 다른 화가를 오마주한 것은 처음으로 작가에게도 의미 깊은 프로젝트가 되었다. 단원과 추사의 원작에서 느껴지던 필묵의 힘은 한지 부조 위에서 화려한 금박회화로 새롭게 변주되었다.

서수영_헤리티지 코드展_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_2024

신작 「Heritage Code 5」에 오마주 된 회화는 단원 김홍도의 화풍이 총망라된 대작 『삼공불환도』이다. 『삼공불환도』는 1801년 순조의 천연두 완치를 기념하여 제작된 계병(稧屛) 중 하나이며 총 8폭으로 구성된 대형 병풍이다. 중국 후한시대 학자 중장통(仲長統, 179-220)의 「낙지론」을 주제로 하여 그려진, 중국적 주제를 다룬 그림이지만, 묘사된 인물과 산수, 건물 등의 표현은 단원의 화풍이 총망라된 한국적 그림이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크다. 「Heritage Code 5」에 표현된 『삼공불환도』는 원작의 제6폭과 제7폭 사이에 묘사된 풍경의 일부분이며 좌우가 반대되어 그려졌다.

서수영_헤리티지 코드展_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_2024

김홍도의 회화와 함께 오마주 된 국보 도자기는 18세기 조선백자를 대표하는 명작 『백자철화포도문항아리』이다. 백자 위에 그려진 철화 그림은 마치 한 폭의 '묵포도도(墨葡萄圖)'를 연상케 한다.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두 차례의 호란 등 연이은 전쟁을 거치며 청화 안료를 구하기 어려워진 조선은 청화의 대체품으로 철화를 사용했다. 코발트 특유의 고급스럽고 화려한 미감이 돋보이는 청화 안료에 비해, 비교적 수수한 철화의 사용은 단편적으로 볼 때 문화적 후퇴로 해석될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철화가 백자 위에서 자아내는 특유의 미감이 성리학의 이념을 고담(枯淡)하게 구현하여, 그동안 조선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미감을 탄생시켰다. 조선이 처했던 시대적·문화적 위기를 스스로 새로운 문화적 발전의 기회로 역변시킨 철화백자의 미감은 서수영이 발견한 능동적인 한국미의 특질 중 하나이다.

서수영_헤리티지 코드展_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_2024

신작 「Heritage Code 6」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조선 전기 『백자병』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조선은 국가적 통치 이념과 자기 수양의 표상을 백자에 투영하여 각종 국가적 의례에 적극 활용했다. 문양이 없고, 단정한 형태에 부드러운 백색을 띄는 것은 조선 전기의 백자 병을 대표하는 조형미이다. 「Heritage Code 6」에는 조선 사회가 추구한 시대미감이 녹아들어 있다. ● 작품 중앙에 금박회화로 표현된 『세한도』는 원작과 달리 좌우가 반대되어 그려졌다. '세한'은 혹독한 겨울을 뜻하는 말로, 「논어」의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歳寒然後知松柏之後凋)" 즉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의 푸름을 안다'는 뜻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조와 의리를 지키는 군자의 마음을 상징한다. 「Heritage Code 6」에 함께 그려진 두 국보는 실제 제작 시기가 약 300년 이상 차이가 나지만, '군자(君子)'를 이상향으로 지향했던 조선의 사상적 원류와 공통된 조형미가 내포된 점에서 한국미를 재해석하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역사는 현재의 우리를 구성하는 시간의 누층이다. 서수영의 작업은 단순히 옛것의 권위와 상징을 예찬하고 모방하는 상고주의(尙古主義)를 표방하는 고답적 시각이 아닌, 한국미술사를 직조하는 고전미학과의 연계성 속에서 한국미의 특질과 동시대성을 찾는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현재 우리가 추구하는 한국미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동시대 지속 가능한 한국미에 대한 담론을 확장 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박은경

Vol.20241103j | 서수영展 / SEOSOOYOUNG / 徐秀伶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