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지컬 데이 Magical Day

황민희展 / HWANGMINHEE / 黃珉姬 / painting   2024_1031 ▶ 2024_1116

황민희_유리 너머 요정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112.1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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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희 인스타그램_@minhee__hwang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주관 / 황민희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2024년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

관람시간 / 11:00am~06:00pm

오에이오에이 갤러리 OAOA GALLERY 서울 강남구 삼성로63길 32-11 1층,B1 Tel. +82.(0)2.6207.3211 oaoagallery.com @oaoa_gallery

Magical World ● 일단 붉은색 계열의 티셔츠를 입은 갈색 긴 머리의 인물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가 앉아 있는 납작한 바위는 이른바 "종이 원석"이다. 청회색조의 붓질과 그 위를 스친 은은한 연보랏빛 레이어, 노르스름한 금빛 터치가 화면에 반짝임을 더한다. 그 자체로 단단한 질감을 가진 사물로 보이는 동시에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무드를 풍긴다. 공책 크기의 캔버스 천 조각에 그려낸 작품 「종이 원석」(2024)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상만이 존재하고 풍경의 구체성은 사라진 그곳을 마음대로 '회화의 지대'라 불러보기로 한다. 회화의 지대라니 다소 상투적인 호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상투성이라는 진단은 때로 회화의 전통에 대한 긍정이 되기도 한다. 형상 없는 색면으로 뒤덮인 추상적 레이어로서의 배경 위에 구상적 사물과 존재를 배치한 황민희의 그림은 회화의 오랜 역사를 받아들이면서도 풍부한 뉘앙스와 알레고리를 직관적으로 감지하게 해 결코 간결치 않은 의미망으로 보는 이를 이끈다.

황민희_종이 원석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마스킹 테이프_ 26.3×20.5cm(작품), 29.8×23.8cm(액자)_2024
황민희_Groun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12.1cm 2024
황민희_Indoor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12.1cm_2024
황민희_유리와 포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7.3×22cm_2024

황민희 개인전 『Magical Day』에 등장하는 '사물과 존재'의 맥락을 검토해 보자. 여기에서의 '사물과 존재'라 함은 인간, 구체적으로는 소년, 여성에서 출발해 동물, 꽃과 열매 등의 식물, 케이크, 레이스, 도자기나 유리 조형물, 수석과 원석 등이 되겠다. 일련의 것들은 모두 연약하고 불완전한 것, 보살핌이 필요한 것, 유한한 것이라는 공통 속성을 갖는다. 장식적인 것을 아우르는, 일종의 사사로운 것들에 대한 기호라 하겠다. 장식적인 것은 예술의 본질적 측면은 물론 실용성이나 기능성과도 대조되며 주로 아름다운 것, 즉 미학적 측면과 밀접하게 관계 맺어 왔다. 잠시 회화라는 매체가 가져온 역사성과 권위를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그중에서도 추상성의 레이어를 장식적인 것을 위한 배경으로 배치하는 시도, 이질적인 요소를 하나의 화면에 결합하는 편집 감각은 의외성과 비순응성, 더 나아가 환상성을 그림에 불어 넣는 기제가 된다. 추상을 배경 삼고 그 위에 밀도 높은 붓질로 구체적 대상들을 세밀히 그려내는 일은 그간 사소하고 가벼운 것으로 여겨진 대상이 가져온 의미의 토대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하는 성찰적 시도로 읽힌다. 으레 성찰이 그러하듯 사물과 존재들은 반복된다. 여러 사물과 존재 중 '뜀틀 뛰는 소녀'에 주목해 보자. 「Jump up」(2024)을 비롯해 「흔들리는 것들」(2024),「유리 너머 요정들」(2024)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이 이미지에 대해 작가는 어린 시절 지배적으로 느꼈던 특정 감정에서 비롯된 자신의 표상임을 밝힌다. *

황민희_마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천_25.8×17.9cm_2024
황민희_Team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8×17.9cm_2024
황민희_Statuesqu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0.9×27.3cm_2024
황민희_Jump up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4.8×27.3cm_2024

체육 시간, 내성적인 아이였던 작가가 느껴온 긴장, 부끄러움, 수줍음 등 불안을 근간으로 한 감정들은 뜀틀 뛰는 소녀라는 '납작한 이미지'로 치환된다. 이는 현재의 자신이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세계를 우회적으로 체화하는 방식, 이에 이르게 된 자연스러웠던 과정을 굳이 언어로 설명하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단편적 장치가 된다. 이외에도 「Stars」(2024) 속 소년은 「Statuesque」(2024)에서도 보이고, 「유리 조각」(2024)과 「유리와 포도」(2024), 「Souvenir」(2024)와 「Stars」(2024)에서도 각각 동일한 장식용 조형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의 그림들이 독립된 개체라기보다는 하나의 커다란 세계관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이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사물과 존재들이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과도한 의미나 서사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의 마음 깊이 자리 잡은 순간이자, 눈을 사로잡은 미적 감각의 결정체로서 수집된 것으로 이해하면 될 일이다. 그리하여 현시의 물질 그 자체인 동시에 알레고리와 뉘앙스를 갖추게 된 그의 회화 위로 일련의 암시와 기시(旣視)가 짙게 드리운다.

황민희_A Stool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천_30×30cm_2024
황민희_Floating Flower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4×24.2cm_2024
황민희_Borderlin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0×30cm_2024
황민희_불안한 발 딛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 26.8×21.8cm(작품), 30.3×24.7cm(액자)_2024
황민희_별 위에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 26.3×20.5cm(작품), 29.8×23.8cm(액자)_2024

한편, 온통 자주색, 붉은색, 노란색 그리고 초록색이다. 이번에는 「Ground」(2024)의 이야기이다. 언뜻 풍경화인 듯 보이지만 이내 뒤엉킨 원근을 발견하고, 표면 너머에 깔린 추상성의 흔적을 본다. 고심해서 결정했을 색과 레이어, 그 위에서 무수히 쌓여 견고해진 붓질들은 100호 크기 대형 화면에 지반을 마련한다. 부분 부분 스티커 붙이듯 꾸려진 다종의 존재들—납작 복숭아와 무화과, 양귀비와 사막여우, 머랭 케이크와 장식들, 탠저린과 농구공, 농구하는 소년 등—은 다시 한번 맥락 없음을 맥락 삼아 하나의 화면 안에 모여든다. 마치 어느 동화 속 요정 대모(fairy godmother)가 지팡이를 휘두르는 순간 일상적인 것들이 아름다운 사물로 변신하는 마법이 일어났듯, 작가가 본 것들은 붓끝을 지나 형과 색을 이루며 평면에 납작이 올라앉는다. 앞서 본 그림들이 그러했듯 양단을 오가는 사이로 구축된 환상성의 지대라 하겠다.

황민희_Floating Flower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37.9cm_2024
황민희_작은 세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7.3×22cm_2024
황민희_Friend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15.8cm_2024
황민희_별 위에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7.9×25.8cm_2024
황민희_유리 조각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15.8cm_2024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은 그간 파랑이나 초록 등 주로 한색에 가까운 색을 사용하며 다소 차갑고 무거운 분위기로 수렴해 온 전작들과 조금 다른 듯 보인다. 여전히 한색 계열의 색채가 주요하게 자리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기본적으로 난색이 베이스에 깔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에 대해 "난색의 파란색..."이라는 모호한 단어를 말한 적 있다. 언뜻 모순처럼 들리지만, 황민희의 작업이 추상의 영토에 장식성의 기호를 그리고, 아크릴 물감을 뜯어 스티커처럼 붙여왔던 맥락을 떠올려 본다면 난색과 한색을 중첩시키는 것은 역시나 그다운 선택처럼 느껴진다. 양단을 오가는 운동 사이 발생하는 이질성과 신비성, 단단함과 담담함, 낯섦으로부터 도출되는 특유의 미감은 그의 작업 전반의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필연적 기제가 된다.

다시 「종이 원석」을 보자. 여기에서 작가는 매끄러운 면부터 거칠고 반짝이는 면까지 다채롭고 구체적인 질감을 가진 원석의 외곽만을 땄다. 그리고 사물이 가진 구체적 특성을 색으로 치환해 뉘앙스만을 지니게 한 뒤, 그 위에 자신의 페르소나를 앉혔다. 그가 지어 올리고 있는 2차원의 세계, 이른바 '회화의 지대'는 안정거리가 확보된, 그리하여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비로소 느끼게 하는 자리에 다름 아닐 것이다. 말 없는 빈 화면을 마주하며 그간 그가 본 것, 들은 것, 말한 것은 고요하고 치밀하게 회화적 밀도로 쌓인다. 이미지가 올라앉은 캔버스 천 위 마지막 한 겹으로 레이스를 직접 덧씌워 버린 그의 시도(「A Stool」(2024),「마음」(2024) )는 일상의 사물과 이미지가 관계 맺는 미학성에 대한 탐구와 매체의 물질성을 동시에 일깨우며 그의 회화가 위치하는 독특성을 다시 살피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 신지현

* 황민희, 「작가노트」.

Vol.20241031i | 황민희展 / HWANGMINHEE / 黃珉姬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