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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24_1109_토요일_07:00pm
주최,기획 / 공간독립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화요일 휴관
공간독립 space DOKRIP 대구시 중구 공평로 8길 14-7 Tel. +82.0507.1404.1463 www.spacedokrip.com @spacedokrip www.facebook.com/spacedokrip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기 며칠 전, 뉴스 속보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파병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이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던 현대사의 기억을 떠올리는 동안 어렴풋하게 3차 세계대전의 시작이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지난날의 배움을 통해 우리는 다음 재난이 일어나지 않길, 각종 약속과 규칙으로 서로를 감시해 왔으나 실제로 국가와 국가, 이상과 현실, 나와 타자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단차가 있어 온전한 약속과 이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누가 좀 더 뻔뻔한가, 누가 더 연약한 것에 끌리는가의 차이로 각자 다른 미래를 상상하는 것일 뿐. 그렇게 생겨난 80억 개의 멀티버스에는 이상적인 사회가 있는가? 역시 알 수 없다. ● 윤동희 작가의 세계에는 연약한 것, 버려진 것, 이제는 아무도 돌보지 않아 일상에서조차 밀려난 존재들이 들어와 '이름'을 얻었다. 입구 붉은 빛 아래 놓인 돌은 작가의 입을 빌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더 이상 무명이 아니게 된다. 국가를 상징하는 깃발 조형의 경계를 겹친 「Flags」 시리즈 맞은편에는 버려진 「아기 예수상」, 아기 예수의 「잘려진 발」, 바르게 살자를 외치는 돌들 「돌보다」가 있다. 흐트러진 상징물 위에서는 뭉쳐지지 않던 명확함이 버려진 것을 바라보는 반대쪽 시선에서는 또렷하게 묻어난다. 뒤집어진 「꿈」을 지탱하는 그의 두 발처럼. '이름 지음'으로 다시 인식 속에 들어온 존재들을 보며 국가 간의 전쟁을, 그사이 생겨난 수많은 폐허를, 뿔뿔이 흩어진 무명씨들을 떠올린다.
금지하고 제약을 가하는 목적으로 탄생한 오브제 모음집 「No Parking Sculpture」은 인간이 지닌 의도에 따라 존재의 의미를 바꾸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일상에서 발견한 주차금지 표식들은 제각각 기존의 용도와 다르게 낯설게 뒤엉키고 원래 있어야 할 장소에서 벗어나 있다. 위상의 경계는 얼마나 인위적으로 허물어질 수 있는가. 그렇게 쉬운 변형을, 실제 사회는 얼마나 견고하게 지키고 있는가. 약간의 위트와 씁쓸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도를 기다리며」의 깃발은 꺾이지 않는다. 허허한 모래밭 위, 재난의 순간을 감지하기 위한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깃발의 쓸모를 부여하는 밀물 때는 아직이다. 그 '때'가 과연 풍년일지 재난일지는 거대한 시류와도 같은 바다가 결정한다. ● 노래 「달팽이 걸음」과 양면으로 그린 작은 「달팽이 집」은 작가가 연약한 것을 바라보는 측은한 시선을 드러낸다. 노인 빈곤을 떠올리면서도 한편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자기 자신을 돌보기 위해 멈추지 않는 발걸음의 무게를 상상해 보라. 거친 물살에 빠른 속도를 이기는 방법은 그보다 더 빠르게 다리를 움직이는 것뿐이다. 그렇게 숨 가쁜 우리 옆에 느리고 '투명화된' 달팽이들이 있다. 달팽이는 자신의 몸 하나 뉘일 공간만큼의 무게를 지고 묵묵히 걸으며 자신의 존엄을 지켜낸다. 한 번이라도 당신의 세계에 달팽이가 들어온 적이 있다면, 홀로된 돌멩이가 말을 건 적이 있다면 확장된 미래는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따스한 이름을 불러주는 곳일 테다. 우리, 적어도 조금은 덜 다치고 부드러운 곳으로 가자. ■ 김현진
잘 보기 위해 잘 말하기 위해 애써왔다. 하지만 오히려 귀머거리가 되고 벙어리가 되었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가 반문해 보기도 한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구름처럼 잡초처럼 누가 바라보지 않아도 담담히 사라지는 구름처럼 겸허히 서있는 잡초처럼 존재 이유를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으며 그저 서 있기 위해 열심을 다한다. ■ 윤동희
Vol.20241030d | 윤동희展 / YOUNDONGHEE / 尹棟禧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