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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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展 / PARKJIHYE / 朴智慧 / installation.video   2024_1027 ▶ 2024_1110

박지혜_오랜 친구_천, 포맥스, LED_가변설치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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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홈페이지_www.jihyepark.kr

낭독회 / 2024_1110_일요일_02: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7:00pm

스페이스 위버멘쉬 SPACE ÜBERMENSCH 부산시 사하구 윤공단로75번길 19 1층 www.over-man.com @space_ubermensch

지난달 서울 인사미술공간에서의 전시(2024.09.20.-10.04.)에 이어 박지혜 작가의 개인전 『우리 집에 가자』가 스페이스 위버멘쉬에서 개최된다. 이 작업은 3대 여성(할머니-엄마-딸)의 발화를 통해 다른 토양에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향이 부산인 작가는 삶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내왔음에도 가족 내에서만 사용하는 혼종의 언어에 호기심을 가지고, 물리적 단절을 넘어서는 감정과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작업의 중심축이 되는 세 사람은 작가 본인의 직간접 경험을 편집한 가상의 인물들로, 주요 대도시(부산-서울-인천)에 터전을 잡고 새로이 뿌리를 내리고자 고군분투한다.

박지혜_세 사람_나무, 천, 시트지, LED_가변설치_2024
박지혜_우리집_3채널 영상_00:08:00_2024
박지혜_우리집_3채널 영상_00:08:00_2024

이들은 1950년대 한국전쟁부터 2020년대 전국적인 전세사기 사태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시련으로 경험하고도 남들에게 상처를 드러내지 못한다. 작품에 묻어나는 이들의 말투, 성격, 관점을 더듬어가다 보면 어느새 한 곳으로 수렴하는 어떤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낯간지러운 사랑도, 복잡한 층위의 미움도 아닌 깊은 애련(哀憐)에 가깝다.

박지혜_저 아래 어딘가로부터_종이, 석고, 철망_가변설치_2024
박지혜_돌림노래_나무, 모터_가변설치_2024
박지혜_돌림노래_나무, 모터_가변설치_2024_부분

작가는 주인공인 적 없었던 보통의 사람들이 이 땅 위의 사태, 타자의 비극을 대면하는 태도를 관찰하며 답이 보이지 않는 갈등과 반목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송사(訟事) 와중에도 가족을 잃은 상대방에게 위로를 건넨다거나, 지구 반대편의 부조리를 향해 정의를 외치는 노력은 늘 작은 마음으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반드시 예상을 빗나가고야 마는 사람의 일에 대해 꾸준히 질문해 온 작가는 예술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인간 실존 문제를 가장 가까운 곳, 미시사로부터 탐구하는 중이다.

박지혜_노력_종이_가변설치_2024
박지혜_우리 집에 가자展_스페이스 위버멘쉬_2024

서울에서의 전시가 조각과 설치 작품으로 은유적인 조형성에 집중한 것이었다면, 스페이스 위버멘쉬에서의 전시는 조금 더 구체화한 배경과 맥락을 서술하는 텍스트가 주를 이룬다. 특히 세 인물의 대화가 담긴 스크립트는 제한된 시공간에서 익숙한 듯 낯선 언어로 본 작업을 재조직한다.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사건을 두고 우리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단정하지 못한다. 전시 제목인 '우리 집에 가자'가 어순만 바꿔 집에 가자 우리'로 배치됨으로써 달라지는 정서처럼, 미세한 균열의 끝자락에 무엇이 놓여 있을지, 전시의 마지막 날 그들(역할)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보자.

매체의 특성상 대부분의 작품을 공들여 폐기하면서, 혹은 이미 그 단계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제작하면서 작가는 가장 비경제적인 예술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그가 예술 생산에 있어 필요 이상의 노동과 텍스트에 몰두하는 까닭은 그것이 그가 믿는 기록과 공유의 또 다른 방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밥 짓고 청소하는, 말 그대로 마음을 쓰고 몸을 움직여야만 가능한 사람의 일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나의 집', 그리고 정말 '우리의 집'이 갖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의미를 짚어보는 본 전시는 환산할 수 없는 인간적 가치를 야트막하게나마 재고하기 위한 작업이다. ■  

Vol.20241027b | 박지혜展 / PARKJIHYE / 朴智慧 / installation.video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