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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1019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린파인아트 갤러리 LYNN Fine Art Gallery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한강로 135 (망월동 834번지) 나동 403호 Tel. +82.(0)2.544.2639 www.lynnfineart.org @lynn_fine_art
전통적으로 회화는 특정한 규칙과 관습에 의해 고착된 매체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러한 규칙들을 전용(轉用)하여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실천에 있다. ● 1776년 레싱(Gotthold Ephraim Lessing)은 「라오쿤(Laocoön)」에서 시를 시간예술로, 회화와 조각을 공간예술로 구분하며 '매체 특정성(medium specificity)' 개념을 제시했다. 이후 그린버그는 「새로운 라오쿤을 위하여(Toward a Newer Laocoon)」, 「'모더니스트 회화(Modernist painting)」에서 이 개념을 발전시켜, 각 매체가 독자적인 예술 형식으로 자리 잡는 데 중점을 두었다. 모더니즘 예술은 각 매체가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그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영화, 회화, 음악 등 각 매체는 자신만의 특정한 형식적 요소나 표현 방식에 집중하면서, 다른 매체와 구별되는 독자성을 추구했다. *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예술은 새로운 매체와 기술을 받아들이며 매체 간의 경계는 흐려졌고, 2000년대 이후로는 매체를 혼합하여 복합적인 예술 경험을 창출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의 발단을 추적하면 1960년대 이후 신체, 장소 개념 등 다양한 대상이 예술 매체로 사용되고 1970년대에는 사진과 비디오 또한 기술에서 예술의 영역으로 포함이 되었고, 20세기 후반에는 디지털 매체가 발전함으로써 매체 특정성이 더욱 약화하고, 매체 간 경계는 허물어지게 된다. ● 현대 예술은 다양한 매체의 융합과 확장된 표현 가능성을 강조하며 진화해 왔지만, 회화는 이러한 변화에 따라가거나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전용(轉用) 회화』는 현대 미술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조건들을 발견하고 가능성을 모색하는 실천에 있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회화 장르에 대한 급진적인 도전으로 보일 수 있지만, 동시대 예술의 맥락 속에서 회화가 어떻게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 회화는 여전히 강력한 표현 도구로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실천에 그칠지라도, 이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 로절린드 크라우스 (2017), 김지훈 옮김, 북해에서의 항해 포스트 매체-조건 시대의 미술, 서울: 현실문화A, p. 102-106. '참조'
사물, 놀이: 디지털 매체에 저항하는 행위 ● 사물은 물질세계에 존재하는 개별적인 존재로, 본래의 용도를 다하면 쓸모를 잃게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사물은 단순한 물건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사회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그 의미가 변화하고 확장된다. 사물은 물리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시대와 문화, 그리고 사회적 배경이 반영되어 이루어진다. ● 근대에 이르러, 과학적 분류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사물은 체계적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이는 사물의 본질을 그 용도와 기능에 따라 규정하는 방식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농업, 공업,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물이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따라 그 가치를 평가하고 분류하는 방식이 도입되었다. 이러한 분류법은 사물을 단순한 물건으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사회와 역사의 흔적이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준다.
사회와 문명의 발전은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키며, 이에 따라 사물의 용도와 성질도 변해왔다. 예를 들어, 농업 중심의 봉건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던 농기구들은 오늘날 박물관에 전시되어 당시의 농업, 정치, 문화를 증언하는 유물로서 새로운 역할을 맡고 있다. 과거에 실용적이었던 사물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를 담은 유물로 재해석되는 과정은, 사물이 단순한 물건 이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사물의 개념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디지털 장치들은 물리적 형태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는 사물의 정의를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모바일 티켓이나 기프티콘 같은 디지털 서비스는 전통적인 사물을 대체하며, 사물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 사람은 사물을 통해 정보를 얻었고 사물은 물리적 실체를 기반으로 그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스마트폰, TV 등의 디지털 디바이스의 모니터를 통해 정보를 접한며, 정보는 디지털 이미지로 전달된다. 이러한 변화는 정보의 전달이 오감적인 요소에서 시각 중심의 정보로 축소되었음을 의미한다. 시각문화의 변화로 이미지는 정보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이미지는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제약 없이 전달되고 자본과 결합한 오늘날 초월적인 생산과 소비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사물이 지니던 사회적·역사적 관념조차 희미해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이제 이미지는 그 자체로 소비되고,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나 맥락은 종종 간과되거나 사라지게 된다. '영화의 죽음'이라는 담론이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필름이라는 물리적 매체를 통해 정의되었던 영화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본래의 정체성을 잃어간다. 영화가 디지털 스크린, 스트리밍 플랫폼, 비디오 게임 등으로 확장되면서, 독립적인 예술 형태로서 존재감을 상실해 가는 상황은 디지털 미디어와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사물과 매체의 경계를 어떻게 허물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영화라는 매체가 물리적인 실체 없이 무한히 복제되고, 소비되며, 그 과정에서 원래 담겨 있던 깊은 의미나 역사적 맥락이 희미해지고 있다. ● 사람들의 관심이 사물에서 비사물로 이동하면서, 사물은 점차 사람들의 주목에서 멀어지고 있다. 한때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물로 이루어진 환경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이제 스크린을 터치하고 스크롤링하는 놀이에 더욱 익숙해지고 있다. 새로운 놀이는 손가락, 눈만 움직여 목표를 성취한다. 앞으로 곧 사람은 사물로 놀이하는 방법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 김태성
Vol.20241019a | 김태성展 / KIMTAESUNG / 金太成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