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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1017_목요일_04:00pm
후원 / 한남대학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한남대학교 56주년기념관 Hannam University 56th Anniversary Memorial Hall 대전시 대덕구 한남로 70 1층 전시실
젊은 시절 출석하던 교회에는 미술을 전공하는 교우들이 여럿 있었고 우리는 의기투합하여 1978년부터 해마다 전시회를 열었다. 교회에서 열리는 전시이다 보니 신앙 고백적이며 성서의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출품하고 싶었으나 마음 뿐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나는 동그라미라는 주제로 인체의 율동이 불러일으키는 생명감을 표현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 그러다 1980년 유럽을 여행할 계기가 있어 자연스럽게 서구의 많은 기독교 문화유산들을 접하게 되었다. 유명관광지와 박물관 어디에서나 만나게 되는 예수님은 모두 고통스럽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십자가에 매달려있었다. 십자고상(十字苦像)이 주는 무거운 이미지들은 여행의 피로에 지친 나를 더욱 힘들게 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 귀국 후 나는 곧이어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을 찾았다.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보다 생태적이고 우리의 심성에 맞는 십자고상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였다. 석굴암의 본존불인 아미타여래는 한 손으로 지그시 마귀를 누르고 조용한 미소로 연좌에 앉아 나를 맞아 주었다. 나는 석가탑과 다보탑이 주는 삼각형의 편안한 구조와 불상의 온화한 미소에서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고난의 아픔을 넘어 부활하신 예수님을 표현함으로서 우리에게 위로와 평안과 희망을 주는 고난과 부활이 함께하는 따뜻한 십자가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1983년부터는 인체의 대부분을 과감히 생략하고 예수님의 못 박힌 손과 발, 그리고 가시관과 가슴에 난 창 자국의 상흔만을 모아 고난에 더욱 무게를 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용서와 치유, 사랑을 전해줄 수 있는 십자가를 만들어 발표하게 되었다. 그 후 마음이 힘들고, 작품이 손에 잘 잡히지 않을 때면 십자가를 만들며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작업을 시작할 용기를 갖고 삶을 지탱해 왔다. ● 나는 1972년 이래 지금껏 "동그라미"라는 큰 주제의 틀 안에서 작품을 제작해 오고 있다. 처음 동그라미를 시작할 때에는 나의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소박한 것이었으나 차츰 신앙적인 사유를 거듭하면서 형태로서의 조형적인 동그라미를 넘어 "둥긂"의 이미지가 전해 주는 포용과 위로, 자유와 평화의 보다 폭 넓은 사랑의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노력해 왔다. 두 개의 오른손이 서로 감싸듯 마주 보며 세워진 로댕의 "대성당"이 우리에게 함축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처럼...... ● 2006년 그간 제작한 십자가들을 골라 인사동 선화랑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이 전시를 계기로 언젠가는 십자가만이 아닌 나의 삶 속에서의 신앙 사색적인 기원과 성서의 내용을 담은 작품을 모아 전시를 마련해 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가 바로 그 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를 준비하며 새삼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나는 출품할 작품을 고르고 보니 젊은 시절 동인들과 전시를 할 때 만든 작품들과 일본 고바다께 공방에서의 다양한 체험들, 무사시노 미술대학 연구원 시절에 만든 작품들이 다수 선택되어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절박한 구함과 고독의 시간들 가운데 하나님께서 더 가까이 계셨음을 실감하게 했다. 또 하나는 작품들의 때를 닦고 윤을 내면서 지나간 시간들이 주마등같이 떠오르며 그 때 그 때마다 하나님께서 함께해 주셨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지나온 세월이 감사와 은혜의 시간들이었으며 하나님의 섭리였음을 깨닫는 귀한 시간이었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 이 전시가 있기까지 도움을 주신 한남대학교회 조용훈 담임목사님과 강경호 과장님, 그리고 여러 조언과 노력을 아끼지 않아주신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 김효숙
신앙에 대한 고백과 외길에의 열정 ● 한 작가의 작품은 대개 창작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표현 방식을 담고 있으며 나아가 개인의 감성과 가치관을 내포하고 있어 작품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작가의 성품이나 심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김효숙 작가의 작품이 그러하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감성, 소녀 같은 미소 이면에 내재된 섬세한 예술가로서의 기질과 온화하지만 굳건하고 단단한 자의식을 엿볼 수 있다. ●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이후까지의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 스스로가 '종교적 사유를 통해 형상화한 그리스도에의 다각적인 접근'이라고 명명한 바 있듯이 종교적 고백을 담은 자전적인 전시회로 신앙에 대한 애정과 예술을 향한 80년 외길의 인생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 작가는 작품을 시작한 이래 '동그라미'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천착해 왔다. 그렇다면 작가의 작업 전반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동그라미'는 어떤 의미일까? 어쩌면 작가에게 있어 동 주제는 예술 뿐 아니라 평생에 걸쳐 추구하고자 하는 종교이자,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조화로운 삶이고 포용과 사랑의 상징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는 '동그라미'는 외적 형태로서의 대상이 아닌 사유의 가치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원초적 존재이다. 공간을 아우르는 물리적 곡선이자, 자유롭고 활기 넘치는 생명의 상징이며 나아가 모색하고자 하는 예술의 본질일 것이다.
70~80년대 후반까지의 작품은 내적 조화를 추구하는 동양적 사유, 즉 정적이고 사색적인 요소가 강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전통에 기반을 둔 부드러운 곡선과 인체의 물리적 양감의 표현이 주류였던 초기 작품들에서 정적인 이미지는 더 강하게 나타난다. 90년대 이후에는 좀 더 구체적인 재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거친 터치와 인체의 긴장된 자세를 통해 현실의 부조리와 역사적 불의에 대항하는 직설적인 감정을 표출해 낸다. '동그라미_역사의 왜곡93', '동그라미_기원96-1'은 현실에 대한 비판과 변화의 수용이며 작가로서의 진지한 성찰의 결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반을 규정짓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원만한 사랑의 표현이다. 90년대 일본 고바다께 공방과 무사시노대학 연구원 시절은 아카데믹한 수련의 시간을 지나 자유롭고 독창적인 표현들을 이끌어 내는 커다란 변화의 시기였다. ● 2000년대 이후, 모성의 상징이었던 '동그라미' 세계의 확장은 본질을 추구하는 사유의 이미지와 창의적 대상 재현 방식이 결합된 '동그라미-고난상1 2011'과 같은 독특한 십자고상(十字苦像)으로 재탄생 하게 된다. 부드러운 윤곽과 과감한 생략으로 만들어진 그리스도상과 십자가는 자유롭고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을 드러낸다.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는 더 이상 고통의 대상이 아니라 포용과 용서의 대상이자 고난을 딛고 일어서 새로운 희망을 구현하는 메신저이다. ● 꽤 오래전부터 작가는 버려지는 일상의 오브제들을 모아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때는 소중한 삶의 일부였던 닳아빠진 숟가락과 낡은 접시들은 성령의 얼굴이 되고 비뚤어진 코가 된다. 실용의 역할에서 벗어나 오롯이 미적인 오브제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은 사물들은 평화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처럼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세심함에서 작품을 대하는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와 주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작가의 이번 전시회는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 손소정
Vol.20241017d | 김효숙展 / KIMHYOSOOK / 金孝淑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