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protein

전시 『단백질(protein)』은 미시세계의 작은 건축이며 비어있는 것으로의 미학적 의미를 가지는 단백질을 통해 견고했던 공간 개념에 균열을 내는 것입니다. ● 공주문화예술촌은 2016년 도시 재생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전에 소방서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현재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층 의용소방대, 2층은 예술촌이 그리고 3층에는 예비군 지역대 및 청년창업보육센터가 자리 잡은 이곳은 지역에서 예술과 교육, 방호와 훈련을 담당하는 독특한 장소성을 갖습니다. 그렇기에 건물의 입면과 측면에는 차고와 수관 건조대 등 이전 소방서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건물 하단에는 내부가 비치는 전시장 쇼윈도 창이, 그리고 샌드위치 판넬로 둔탁하게 증축된 상단과 함께 하늘을 가로지를 듯한 방호 보초대의 모습은 다난했을 지난 시간을 드러내 줍니다. 보수로 발려진 페인트와 각 부처의 간판들 사이엔 이러한 변용과 뒤섞임의 역사가 건축물에 남아 있습니다.

구자명_데이터 빼돌리기_유리창 시트_306×584cm_2024 koo jamyoung_Data laundering_vinyl sheet_306×584cm_2024

올해 이곳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한 작가는 기술 매체의 작동 방식과 생애주기에 주목하고 있으며, 삶의 주변부에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매체들을 경험하고 연결해 보면서 온전히 감각할 수 없던 세계를 나름의 방법으로 파악해 보려는 것을 작업의 주제 삼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기존 작업을 되돌아보고 장소적 특성과 연결하기 위해 건축이라는 매체로부터 출발하고자 했습니다. 입주 기간 동안 틈틈이 주변을 둘러보며 건축과 공간에 직접 개입해 볼 요량으로 이전에 웹사이트와 실물 공간 사이의 역학 관계를 탐구했던 「웹사이트 구조의 편집 방법 개발, 2020」 작업을 가지고 왔습니다.

구자명_미래를 위하여_간판_210×307cm_2024 koo jamyoung_For the future_signboard_210×307cm_2024

해당 작업은 웹사이트를 구성하고 있는 코드를 아미노산으로 번역하여 비물질의 정보 자체가 가진 형태를 구하는 것으로 웹사이트를 미시적 관점에서 탐구하여 기존 공간 개념을 재고해 보는 취지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작업이 전시장 내부를 염두에 두고 제안되어 왔다면, 이번 릴레이전에서는 작업을 전시장이 위치한 건물 외부로 옮겨내어 공간의 개념을 밖으로 확장하고, 건축과 작업 사이의 관계를 재고해 보는 시도를 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건축물이 둘러맨 작업을 감상하며 여기 자리했던 것이 쌓아온 형태를 재차 살피고 더불어 시간과 공간, 물성에 대해 사유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구자명

Vol.20240820b | 구자명展 / KOOJAMYUNG / 具滋明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