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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선 유튜브_youtube.com/@hanheesun624 인스타그램_@sweethan61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인천광역시교육청
관람시간 / 09:00am~06:00pm 토요일_09:00am~02:00pm / 일요일 휴관
화랑 빛여울 인천시 연수구 비류대로506번길 14 인천여자고등학교 내
추진 배경 ● 나와 상대의 감각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쾌, 불쾌를 가르려고 한다. 나의 신체는 언제나 깨끗하고 신성한 존재인가. 몸은 세포 재생 주기에 따라 나고 자라고 소멸한다. 뇌와 눈은 일생을 함께한다고 하지만, 손톱은 6개월, 피부는 28일, 뼈는 10년, 머리카락은 3~6년을 주기로 업데이트된다고 한다. 세포의 수명을 인간의 수명처럼 착각하지만, 세포는 자기복제와 업데이트를 통해 변화한다. ● 방금 전까지 나의 일부였던 머리카락, 손톱, 피부 조직 등은 떨어져 나가는 순간 불결한 쓰레기로 취급된다. 깨끗함과 더러움의 분별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우리는 왜 이런 상황을 맞을 때 전도되는 것인지에 대해 탐구하게 되었다.
기획의도 ● 인간의 몸은 자신을 탐구하고 생각을 전달하는 주요한 매체 중 하나이다. 몸에 대한 탐구와 관심은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거나 외부와의 경계를 나타내는 실체적, 상징적 의미를 만들기도 하고, 관계를 규정하고 결정지어 우리의 관념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우리가 믿고 있는 감각들이 나와 타인을 구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특정 성과 인종, 지역, 민족, 집단, 사상 등에서 편을 가르는 역할을 충실히 하게 된다. 영화 '기생충'은 냄새를 통해 빈부 격차와 혐오를 함축적으로 담아내어, 우리의 감각(후각)이 타인과의 경계와 차별에 어떻게 쓰여지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 작가 한희선은 존재가 남긴 흔적을 통해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주제로 작업해오고 있다. 주로 거칠고 낡거나 쓰임이 다한 비천한 재료와 연약하고 부드러운 재료를 대비시켜 두 매체가 가지는 극명하고도 대조적이지만 상호 순환적인 흔적 표현에 천착하고 있다. 평소 떨어지거나 잘려 나간 자신의 신체 일부인 '머리카락'을 관찰하며 생성소멸의 '몸' 자체를 인식하고자 하던 중, 자신의 편향된 관념의 차이를 경험하는 몇 가지 사건이 단서가 되어, 2021년부터 약 3년간 본격적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관찰하고 수집하기로 한다. 이를 통해 작가의 관념 속에서 어떤 것이 깨끗하고 더러운지 구별 * 하거나 어떤 현상에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마음을 가지는지 알아차리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지켜보며 그 과정들을 작품화하기로 한다.
'먼지가 되어 가는 중이었다展'에서는, 완전하고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몸으로부터, 버려지고 소멸해가는 작가의 신체 일부인 머리카락을 매개로, 주변의 다양한 사물과 연결하거나 관계맺게 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축을 옮겨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근대 역사 거리인 양림동 일대와 과거 선교사 사택 등 전시 장소의 역사성과 고유성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직접 수행하고 탐색하는 작업 과정을 거쳐 작품화하였다. ● 존재의 의미에 대해 회피하지 않으려 하며, 머리카락이라는 다소 혐오와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매체를 마주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관념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며, 사물과 우리의 감각 기관의 접촉으로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자리한 것임을 와닿게 할 것이며, 우리의 관점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작가노트 ● 입춘이 겨우 지난 아침, '나'는 머리를 감고 제대로 말리지도 못하고 급하게 외출에 나선다. 덜 마른 머리카락을 말리기 위해 차창을 살짝 내린다. 달리는 차 안에 봄바람이 들어오고 공기가 회전하며 머리카락이 날린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마르면서 어깨와 무릎 위에 떨어진다. 나는 차창을 내리고 떨어진 머리카락을 주어 차창 밖으로 날려 버린다. 머리카락이 잘 마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 공기는 아직 차지만 주변 풍경이 봄을 그리기 시작한다. 앞차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더니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집어 던진다. 자신이 만든 쓰레기인데 자기 차 안에만 없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뒤따르고 있던 '나'는 운전자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고 대단히 불쾌해한다. '나'는 내렸던 차창을 급히 올린다. 상쾌한 봄날 아침에 기분을 망친 이유는 앞 차 운전자의 몰상식한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나'는 두 사건을 대하며 분별과 알아차림을 경험하게 된다. 방금 전까지 '내 몸'의 일부였지만 '나'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머리카락은 더이상 쓸모가 없으니 쓰레기처럼 버렸다. '나'는 감은지 얼마 안된 머리카락이니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앞차 운전자의 담배꽁초는 불결하고, 이로 인해 환경을 어지럽히고 질서를 문란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머리카락을 버릴 때는 더럽다고 생각하고, 담배꽁초를 버리는 상대를 보며 내가 버린 머리카락은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나'였을 때와 '나'가 아니었을 때, '나'와 '상대'였을 때, '나'는 더럽고 깨끗함을 서로 다른 잣대로 구별하고 있었다. ■ 한희선
* 불구부정(不垢不淨, Neither dirty nor clean), 즉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다는 뜻으로 空사상이 담긴 대승 불교 경전 『반야심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신라 고승 원효(元曉)는 당나라 유학길에서 잠결에 목이 말라 마신 물이 해골에 고인 물이었음을 알고 사물 자체에 깨끗함(淨)도 더러움(垢)도 없음을 깨달아 그 길로 유학길을 포기하였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Vol.20240817b | 한희선展 / HANHEESUN / 韓姬善 / installation.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