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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주관 / 공주문화관광재단 후원 / 공주시_공주시의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공주문화예술촌 GONGJU CULTURE ART VILLAGE 충남 공주시 봉황로 134 Tel. 070.4415.9123 www.madeingongjuartproject.com/공주문화예술촌 @gongju_creative_residency
먹, 종이, 물의 폴리포니 - 릴케의 나무처럼 ● "나무 한 그루 저기 솟아올랐다. 오 순수한 상승! / 오 오르페우스가 노래한다! 오 귓속에 높은 나무! / 그리고 모든 게 입 다물었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도 / 새로운 시작, 부름, 변화가 나타났다." (릴케, 「오르페우스에게 부치는 소네트」 부분 1)) ● 김민지는 대개 표백되지 않은 미색의 한지에 세피아 톤의 먹색의 나무와 물방울이 함께 그려진 풍경을 그린다. 그는 1995년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덕성여자대학교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갤러리 밈, 인천도시역사관, 스페이스 가창, 룬트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춘천문화예술회관, 단원미술관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경북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 대구의 가창창작스튜디오, 춘천의 예술소통공간 곳을 거쳐 현재는 충남 공주의 공주문화예술촌의 입주 작가로 작업 중이다. 그리고 그의 작업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과 미술은행에서 소장하고 있다. 대학교 진학을 위해 상경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오랜 레지던시 생활로 인해 계속해서 타지 생활 중이다. 짧게는 몇십 년, 길게는 몇백 년 동안 한 자리에 뿌리내린 나무 이미지는 떠돌지 않고 정착하고자 하는 염원을 보여주는 매개체이다. 나무와 함께 화면에 등장하는 물방울은 늘 이동 중인 작가의 감정을 은유한다. ● 김민지의 작업을 보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의 시 한 편이 떠올랐다. 릴케가 나무와 연관된 시를 여러 편 남겼고 나무를 매개로 정체성을 굳건히 했기 때문이다. 그 역시 글감을 얻기 위해 일평생 일정한 거처 없이 유목민적인 삶을 살기도 했다. 김민지 또한 나무를 그만의 예술적 화두를 삼고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특히 「앉은 나무」(2022)의 나무는 자신의 정체성을 투사한 것을 넘어 적극적인 의인화를 통해 물아일체의 경지로 나아간다. 두 개의 긴 캔버스가 바닥 면까지 설치되어 2차원의 평면에 자리한 나무는 3차원의 양감을 지닌 나무가 된다. 그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바닥에 앉아 지친 숨을 고르고 있는 중이라는 착각이 든다. 김민지가 연구하는 나무들은 주로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며 바라보는 나무들이다. 정착을 원한다고 하지만 더욱더 욕망하는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그는 계속 이동해야만 한다. 춘천-서울-공주 770km를 이동하며 보는 풍경들은 오늘도 그를 사로잡는다.
먹, 종이, 물의 폴리포니(polyphony) 2) ● 김민지는 종이와 먹만을 사용한다. 그의 수묵화는 선과 여백을 중시하고 먹의 농담과 번짐을 통해 표현한다는 점에선 전통적이지만, 먹을 계속 쌓아 올리며 양감을 표현하는 채색화의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현대 미술가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지양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에 관심이 많은 작가에게 먹과의 페어링은 맞춤이다. 작가가 사용하는 송연 먹은 소나무를 태운 뒤 나오는 그을음을 아교풀로 반죽해 굳힌 것으로 모두 자연적인 재료로 만들어진다. 생물종 멸종, 기후 위기 속에서 이러한 먹의 친환경성은 더욱 돋보인다. 삼묵법 3) 에 따라 농도를 진하게 타면서 쌓는 방식으로 색의 옅고 진함, 농도 등을 조절한다. 짙은 색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화면에 10번 이상 먹을 올리기도 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먹이라고 다 같은 먹이 아니라는 것이다. 먹은 제조 방식에 따라 색채가 다채로워진다. 작가는 보라색 톤이 도는 자색이나 갈색 톤의 다색, 푸른 톤 등 다양한 색감을 영민하게 사용하며 미묘한 색감을 구사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먹 외에도 붉은색의 먹으로 주로 사경이나 부적 등에 쓰이는 주묵(朱墨)이나 사경이나 탱화용으로 사용되는 금색 먹물인 금니묵(金泥墨) 등을 활용한 작업을 시도할 계획이다. 또한 한지의 표백 여부에 따라서도 작업은 다양하게 변주된다. 먹이 번지면서 나타나는 표현의 레이어가 겹겹이 쌓이고 본래 대상의 색을 배제하고 비워진 자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상상과 개입의 여지가 커진다. 먹과 종이, 물로 이루어진 김민지의 작업은 세 가지의 독립적인 개체들의 수평적인 화합으로 선율을 이룬다.
화면 밖 설치의 영역에서도 실험은 계속된다. 「작은 집」 (2023~) 연작은 강원도 춘천 소양댐의 수몰 지역을 답사하고 선보인 작업이다. 4) 여기서 작가는 자신과 수몰지구의 수몰민들 모두를 위한 집으로 작은 집을 지었다. 그가 지은 작은 집은 공간에 따라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하는 가변성을 보인다. 사실적인 풍경을 담은 작업의 부분의 크기를 조정하여 재구성한 「나 더하기 나」 (2021~) 연작은 작업을 스스로 낯설게 하기 위해 채택한 방식이다. 작가는 실제 풍경을 그리면서는 작업의 끝나는 지점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심리적인 긴장감을 늦추는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반면 화면을 재구성해 추상성이 강화된 작업은 그 끝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된다고. 「무제」(2022)의 경우 신호등의 형태를 가로로 배치해 조형적 요소를 강조한 작업이다. 기존 신호등의 모양은 형태만 남아, 마치 창밖으로 보이는 이름 모를 산등성이처럼 보인다. 이 밖에도 남기는 것과 칠하는 것, 여백에 대한 것 역시 작가의 오랜 고민거리이다. ● 작가의 고향인 강원도 인제 또는 정착한 춘천에서 현재 거주지까지의 거리에 따라서 작업 제목이 달라진다. 「139km」 연작은 인제에서 학업을 이어 나간 서울까지의 거리였다. 최근에는 「770km」 연작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새로운 고향인 춘천에서 현재 입주 작가로 있는 공주문화예술촌이 위치한 충남 공주까지의 거리이다. 5) 신작에서는 작가의 분신처럼 기능해오던 물방울의 형태 변화가 눈에 띈다. 「비 오는 139km의 풍경」(2017)에서는 물방울의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반면에 「○●나무1」(2022) 연작에서는 물방울들이 마치 점자처럼 비어있는 원형으로 단순화되었다. 신작에서는 물방울의 구조가 모두 해체되어 안개처럼 분사되거나 그저 습한 공기와 분위기만이 남기도 한다. 이러한 추상화는 작가의 작업적인 고민이 깊어질수록 두드러지는 경향이 보인다.
젊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 ● 조선시대 후기 도화서 화원이었던 변상벽(卞相璧, 1730~1775)은 영조의 어진을 그릴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특히 고양이와 닭을 실제와 같이 잘 그렸지만 이 시대 양반들은 이러한 그를 '변고양이', '변닭' 등으로 낮춰 부르곤 했다. 우리나라 문인화는 사대부가 중심이었기에 기능주의의 채색화보다는 수묵 위주의 정신성에 치중한 사의화(寫意畵)가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다. 1995년생의 젊은 작가 김민지는 이러한 문인화의 정신을 이어받았다. 가족과 함께 정착한 춘천에서는 가족의 일상이 곧 나의 일상이 되기도 했다. 「날마다 좋은 날」(2023)은 이런 지점에서 시작된 작업으로 아버지가 은퇴하신 후 수집한 돌에 새긴 불교, 기독교, 명언 등 삶에 도움이 되는 글귀를 한지에 과슈로 실제와 같이 세밀하게 그렸다. 공주문화예술촌에 입주하면서 경험한 새로운 도시인 공주를 탐험하며 탄생한 신작인 「도서관 가는 길」(2024)은 공주 중동의 기와의 문양을 그린 연작으로 역시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작가는 재현적인 묘사에도 특출나다. 하지만 동양화를 전공하며 한 가지 색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작가들을 동경하던 그는 그것이 못내 부끄러웠다. ● 테크닉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에 있는 작가에게 목격하지 않아도 그릴 수 있으나 느끼지 않고는 그릴 수 없다는 진경정신 6) 의 재해석을 제안하고 싶다. 붓을 들어 화면에 옮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예술적인 추동, 이러한 예술적인 추동을 조형화한다는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지 그 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의 무늬가 소박하거나 화려한 것은 중요치 않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이분법적인 구분을 넘어선 현재의 작업과 더불어 기교를 맘껏 뽐내는 작업도 함께 목도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러한 시도들도 결국엔 모두 그만의 수묵현대회화가 될 것이다. 릴케의 말처럼 예술가는 나무처럼 성장해가는 존재이다. 7) 수액(樹液)을 재촉하지도 않고 봄 폭풍의 한가운데에 의연하게 서서 혹시 여름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일도 없는 나무처럼 말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여름은 온다. ■ 홍라담
* 각주 1)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문학관, 2015), p. 36. 2) 폴리포니는 둘 이상의 성부로 짜여진, 각 성부가 독립적 성향을 지닌 양식의 다성음악을 일컫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측면은 수직적으로 중첩된 각 성부 사이에 주종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모든 성부가 동등한 독립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두산백과 두피디아 참조. 3) 먹색은 물을 섞는 양에 따라 짙고 옅음의 차이가 난다. 곧, 붓 끝으로 짙은 먹색을 묻혀 그렸을 때를 농묵, 붓 끝을 접시에 문질러 중간 먹색으로 나타내는 것을 중묵, 물을 많이 묻혀 옅은 먹색을 나타내는 것을 담묵이라 한다. 삼묵법은 농묵, 중묵, 담묵을 한 붓에 묻혀 사용하는 기법이다. 두산백과 두피디아 참조. 4) 예술소통공간 '곳'의 입주작가들이 소양감 댐을 건설하며 수몰된 동면 품걸리 지역을 답사하며 현재의 춘천을 재해석한 『물의 나라에서』는 2023년 9월 1일부터 9월 24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되었다. 5) 강원도 춘천에서 충남 공주까지 직항 버스가 없는 관계로 중간지점인 서울을 경유해야만 한다. 이러한 모든 이동거리를 합하면 770km가 된다. 6) 이종상, 『솔바람 먹내음』(민족문화문고간행회, 1988), p. 89. 7)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저, 김재혁 역,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고려대학교출판부, 2006), pp. 31-32.
Vol.20240806d | 김민지展 / KIMMINJI / 金旼志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