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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주展 / GOEUNJOO / 高銀珠 / painting   2024_0718 ▶ 2024_0813 / 월,공휴일 휴관

고은주_오늘도, 밝음부_비단에 석채, 24금박, 은박_161×129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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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주 블로그_blog.naver.com/nivea0104 인스타그램_@nivea010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경기도_경기문화재단_화성시_화성시문화재단 『2024 화성예술활동지원』에 선정되어 화성시, 화성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아이비라운지 갤러리 Ivy Lounge Gallery 경기도 화성시 동탄광역환승로 73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8.0 207동 2층 E262호 Tel. +82.(0)31.377.9825 www.bandofoundation.org

불안을 위무하는 이미지 ● 애초에 이미지는 불멸에 대한 희구와 욕망을 담고 있었다. 불멸에 대한 감정은 일회적 삶을 사는 인간이 겪는 시간에 대한 회환과 운명에 대한 비애, 예측할 수 없는 앞날에 대한 공포와 비탄들을 뛰어넘어 보다 견고하고 안정적인 삶의 토대에 대한 기대 위에서 작동한다. 이미지나 문자. 갖가지 도상들의 역할은 애초에 주술이고 부적에 해당하는 존재로서의 위력을 갖춘 것들이다. 그 후에 소통의 체계로서 기호의 역할로 자리매김되었지만, 역할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이미지나 문자는 이전의 신화적인, 신비한 역할을 종종 실현해내고 있다. 오늘날의 다양한 상징이나 문장紋章 역시 여전히 인간적인 소망과 희구가 깃든 여러 의미망으로 촘촘히 직조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미술은 이미지에 깃든 주술적이고 신화적인 서사를 지워내고 이미지를 이미지 자체로 환원하거나 그것의 물적 조건을 탐색하는 쪽으로 기운 무브먼트였다. 미술에서 신화와 종교, 문학적 내용을 지우고 이미지를 이미지 자체로만 여기고자 했다. 그러나 이미지에서 의미를, 서사를 완전히 소거시킬 수는 없다. 동양화 역시 전통사회내에서는 지배이념인 유교 사상을 도상화시킨 것이자 도교적인 차원의 상징체계 내지 불교와 무속적인 내용을 담아내는 차원에서 기능했다. 산수화와 사군자, 불화와 민화 등이 그런 예에 해당한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와 전통사회에서 행했던 동양화의 기능은 탈각되고 순수한 이미지로, 전적으로 시각적인 회화로 자족하게 되었다. 산수화는 풍경화로 사군자는 정물화로 민화는 현대사회에서 대중매체와 광고 등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미지가 지닌 모종의 영성적인 힘, 영향력에 주목하는 경우도 지속되고 있다. 그것이 현대판 주술적인 회화, 부적이나 무속화 혹은 무속에서 사용되는 이미지 장치를 차용하고 변형하는 일련의 작업에 해당한다.

고은주_오늘도, 무사부_비단에 석채, 24금박, 은박_161×129cm_2023

고은주의 작업은 평면 작업과 입체 작업을 병행한다. 평면작업은 갖가지 문양과 도상들이 복합적으로 직조되어 펼쳐진다. 좌우대칭의 구도 아래 유럽의 문장에 여러 기물이 스며들고 그 주변으로 동물과 나비, 꽃, 보석 등이 박혀있다. 이미 그 도상 하나하나가 화려한 색채와 화려한 형상, 유기적인 곡선과 풍부한 볼거리를 거느리고 등장하기에 그림으로 그려지는 특별한 이유가 존재한다. 동시에 그 도상은 현대판 주술적 이미지이자 부적에 해당한다. 작가는 스스로 여러 길상의 의미를 지닌 도상들을 뒤섞어서 다양한 의미를 증폭시키는 부적을 색다른 문장紋章처럼 만들어내고 있다. 오늘도 맑음부, 오늘도 무사부, 재물부, 애정부, 행운부, 창성부, 애정부귀부, 삼재소멸부, 창성부, 입시성취부 등의 제목을 단 그림은 갖가지 소망과 염원을 실현시켜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면서 현대인들이 지닌 앞날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잠재적으로 진정시켜주거나 위안을 주는 매개로 작동한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 새삼 전통사회에서 기능했던 부적의 의미와 용도를 새롭게 환생시켜 자신이 사는 시대의 불안을 위무하고자 한다. 동시에 이 그림은 그러한 불안을 공유하는 타자에게 건네는 선물과도 같은 것으로, 마음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차원에서 환하게 빛난다.

고은주_오늘도, 밝음부_비단에 석채, 금박, 은박_161×129cm_2024

최근작에는 문자가 직접적으로 기술하면서 동시대의 소망을 지시하는가 하면 금박, 은박에 의해 입혀져서 화려함이 극대화되기도 한다. 그림은 상당히 복잡하면서도 계산된 구성에 과잉으로 그려지고 있는 편이다. 갖가지 색채와 형상들을 내포하고 있는 각각의 도상들은 기존의 문장과 매우 유사하면서도 그 내부에 다양한 차이를 발생시키면서 진행된다. 아마도 이 문장의 각 요소들은 그림의 제목에 따른 모종의 역할, 의미를 부여받은 이미지들일 것이다. 그것들은 부귀와 영화, 애정과 벽사 등의 인간적인 소망을 부르는 이미지를 한자리에 불러들여 집약시킨 결합체로서 스펙터클한 판타지를 구성한다. 이질적인 개체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원형의 틀 안에서 좌우대칭으로 물려있는 기묘한 상황은 흥미로우면서도 생경함이 감도는 부적의 분위기를 증폭한다.

고은주_행운부_비단에 석채, 금박_72.7×60.6cm_2024

정교하고 집약적인 채색화로 그려낸 일련의 부적-문장그림이 오랜 수공의 솜씨로 빚어진다면 우리네 전통 무속인 앉은 굿에서 사용하던 설위설경의 종이 바수기(종이오리기)를 차용한 작업은 한지를 레이저 커팅해서 정교한 문양을 추출해내는 일련의 작업이다. 이 역시 좌우대칭의 방사형 구성 아래 정교하게 다듬어진 작업이다. 족자 형태로 길게 드리워진 한지는 커팅이 된, 부재한 빈 틈으로 인해 모종의 추상적인, 기하학적인 갖가지 문양을 처연하게 드리우면서 허공에 직립해있다. 다소 어두운 전시공간에 걸린 이 화면은 빛이 투과하면서 생겨난 그림자를 벽면과 바닥에 적나라하게 드리우고 있다. 화면과 그림자가 일대일로 대응한다. 실체와 허상이 공존한다. 전시장 천장 벽에 내려 걸린 화면은 그것 자체로 오려진 부분들로 인해 남겨진 부분과의 상관관계로 인해 좌우대칭의 화려한 문양을 당당하게 펼쳐내면서 허공에 매달려 잔잔하게 진동한다. 그것은 전시장 내부를 채우는 공기의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자신의 얇은 피부를 섬세하게 흔든다. 동시에 보는 이의 시선을 뚫린 구멍 사이로, 빈 틈으로 통과시켜 벽으로, 허공으로 산개시킨다. 아울러 그 뒤로 드리워진 그림자에 시선을 안착시킨다. 실재를 피하고 허상에 가닿는 시선이고 종내 무에 도달하는 눈들의 허무다.

고은주_수호신(좌-용 우-소)_흑비단에 금니, 은니, 석채_각 112×42cm_2024

「서천꽃밭」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모든 불안과 공포가 사라진 열락의 지대, 천당이나 유토피아, 화엄의 세상이자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꽃들이 피어 있는 이상적이고 신화적인 생명공간을 뜻한다. 아울러 작가는 무속에서 사용되는 지화를 재해석하여 종이 입체물을 전시장 바닥에 설치하기도 한다. 상상으로 만든 이 종이 꽃들은 무속에서 사용되는 부귀영화와 장수를 축원하는 동시에 액막이 용으로 사용되는 꽃을 차용한 것으로 기둥의 형태를 지닌 축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방사되는 꼴로 이루어졌다. 좌대 없이 스스로 직립해 있는 종이꽃은 길게 드리워진 「서천꽃밭」 작업 앞에 흩어져 도열해 있는 식으로 설치화된다. 여기서 하늘로 상승하는 기운을 은유하는 형태는 간절한 소망과 희구를 보여주는 상징물에 해당한다. 이것 역시 컴퓨터 작업을 거친 다음 로얄보드 2합지를 컷팅 플로터기를 이용하여 컷팅해서 제작한 것이다. 한국의 전통신화와 무속에서 차용한 부적 내지 종이 오리기, 종이꽃 작업은 오랜 시간과 공력을 요구하는 작업에 해당한다. 아마도 작가는 그러한 집중을 요하는 시간과 과정을 통해 작가 자신의 마음에 평정과 위안을 주는 행위이자 앞날의 예측할 수 없는 불안과 공포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기복의 차원에서 기능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적인 차원이 보다 확장되어 타인의 삶과 마음으로 전이되기를 희구하는 쪽으로 번져나가기를 희망하는 그림에 해당한다는 생각이다. ■ 박영택

고은주_창성호신부_비단에 석채, 금박, 은박_72.7×60.6cm_2023
고은주_소원아 이루어져라_비단에 채색_각 40×42cm, 가변설치, 인터렉티브 아트_2024

잠시, 행복 ● 코로나 이후는 '불안의 시대'라고 말할 만큼 '불안'은 우리에게 거의 일상적인 개념이 되었다. 크게는 자연재해나 코로나19와 같이 우리의 생명조차 위협하는 재난적 상황이, 작게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양자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이 우리를 억누른다. 철학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1969∼ )은 『불안』에서 불안이 생기는 원인을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하면서,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는가 하면,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또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레나타 살레츨(Renata Salecl, 1962∼ )은 현대인의 불안은 공포와 연관된 감정이기보다는 제약없는 자유와 많은 선택의 기회 앞에서 심리적으로 마비되는 정신장애에 가까운 것으로, 불안을 부축이는 여러 대중 매체들로 인해 불안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고 말한다. 현대는 사회적 규제가 약해지고 개인의 자유가 늘어났음에도, 개인은 자신과 타인,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고독, 절망,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시대의 불안은 주체의 행복은 물론이요, 더 나아가 생명까지 위협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첨단 과학시대에도, 이를 제거하거나 해소하기 위한 약이나 보험 등이 상품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극복되지 못해, 지금같이 기층문화로 여전히 존재하는 부적을 보면, 전통적인 주술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상당히 많음을 보여준다.

본인의 작품은, 이러한 불안의 해결책으로 고대 공동체부터 오랜 역사 체험 속에 축적된 전통적인 기반 위에 뿌리를 둔 하나의 시도이다. 이전에는 한국 고대신화에 나타나는 꽃을 소재로 모성성母性性을 시각화한 작업을 하였지만, 두 아이의 조산이라는 예기치 않은 경험으로 2019년 시점부터 부적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이후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불안'이라는 우리 시대의 정서에 주목하게 되었다. 대중 매체들이 끊임없이 우리의 행동에 의문을 품게 하고, 그 염려가 더욱더 불안을 가중시킴을 보면서 우리의 조상들은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며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이 더 배가되었다. ● 본인의 작품은 이렇게 일상적으로 생기는 자신과 가족의 안녕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부적에서의 보편적 상징성을 지닌 그림ㆍ문자ㆍ기호를 차용하여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려는 시도이다. 무속에서 사용되는 '설위설경設位說經'의 '종이 바수기(종이 오리기)' 제작 방법에서 비롯된 대칭적 구도와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을 담은 오방색의 조합이 우리에게 정서적 균형과 안정감을 주는 한편, 종이오리기에서의 정신 집중은 오리기 대상과 하나가 되어 오히려 마음의 평정이 찾아왔다. ● 이렇듯이, 본인은 전통적인 기원문화의 '부적', '설위설경', '지화紙花' 등을 예술적 도구로 차용하면서, 우리 전래의 보편적 상징성과 대칭 구도, 오방색의 조화로움이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불안의 시대를 사는 본인을 비롯한 현대인들의 삶을 위로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차용의 폭과 그 해석을 확대함으로써 우리 조상의 마음을 알게 된 동시에 평온을 찾게 되었다. 그렇게 현대의 삶은 또 지속되고 있다. ■ 고은주

Vol.20240718a | 고은주展 / GOEUNJOO / 高銀珠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