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인 더 월

Drawing in the wall

정치구展 / JEONGCHIGU / 鄭治九 / media art.performance   2024_0708 ▶ 2024_0809

정치구_산성동 프로젝션 맵핑 일부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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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구 유튜브_www.youtube.com/@M-castle-artist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 전시는 2024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예술 지원선정 작품입니다.

관람시간 / 10:00am~09:00pm 금~일요일_10:00am~07:00pm

서궁 갤러리카페 Seogung Gallery Cafe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35-20 (신문로2가 25번지) 1~3층 @seogung_gallerycafe

처음 작업의 시작은 불편과 불만, 불안을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왜 우리 동네는 이렇게 어둡고 우리는 이 어둠에 익숙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 먼지가 수북히 쌓이는 날들이 많아지고 넓혀놓은 도로에는 육중한 덤프트럭이 우선되어 길을 지나갔다. 노을을 볼 수 있는 거리는 사라지고 높은 담벼락에는 관할시를 설명하는 일러스트 그림이 간격을 벌리며 늘어져 있다. 많지는 않았지만 불편하지 않게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하던 가게들은 거의 사라지고 빼곡히 박혀있던 주근깨 같던 집들도 시술로 사라지듯 금새 없어졌다. 그래도 집과 골목을 없애는 중에는 영화를 찍으러 오는 기획사들 덕분에 살짝 설레기는 했다. 마치 철 없는 어린 아이처럼.

정치구_산성동 아이들 그림들_2024

재개발은 여느 동네처럼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와 어느새 코 앞까지 와있었다. 남겨진 사람들은 그저 작은 목소리로 그들만의 리그를 윗분들에게 예능프로그램처럼 보여주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지금 상황을 반기기도 하고 낙담하기도 하고 투쟁하기도 하고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내 일이지만 내 일 같지 않던 시간 속에서 부단히도 성실한 관공서와 건설업체들은 야무지게 일을 진행해나갔다. ● 노을을 가린 벽은 어둠과 함께 재개발은 시작을 알렸고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다.

정치구_산성동 프로젝션 맵핑 일부_2024

어쩌면 쉽지 않은 인생살이에 우리 동네 일인데도 남의 일이었다. 항상 그래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니까 별 일은 아니었다. 별 일은 아니지만 눈 앞에 있으니 점점 불안해지고 결국 나는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할 수 있는게 이런 것 뿐인지라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각으로 첫 단계를 밟아나가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첫 단계의 야외전시는 잘 마무리가 되었고 나의 조각은 공원의 구석 구석에서 제 역할을 완수하고 다시 작업실로 돌아갔다. 그래도 마을은 어두웠고 트럭은 분주히 돌아다니며 먼지를 날렸다.

정치구_산성동 프로젝션 맵핑 일부_2024

그래서 결국 미디어아트에 눈을 돌렸다. 몇 년 전부터 하고 싶던 미디어아트였지만 동기와 열정이 부족했다. 지금은 그 모든게 잘 맞는다. 조각만 보던 나에게 미디어아트 장르는 너무나 간이 잘 맞는 한국인 전용 김치찌개 같았다. 신세계와 같았고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들을 실현시켜 줄 수 있을 발판이 되어주었다. 운좋게 전시공모에도 선정되고 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고3 이후에 이렇게 공부가 재밌기는 오래 간만이었다. ● 드디어 나는 나의 환경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작년 야외전시의 조각작품들로 나와 환경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에 내가 몸소 들어가 있으니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정치구_마을밝히기 프로젝트_2024

어두운 동네에 어두운 사람들. 인간은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연히 밤이 되면 어두운 것은 사실이지만 빛이 발명된 이후 어둠 속에서 길조차 밝힐 수 없는 동네는 참으로 암담하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조심스럽고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영향을 제일 많이 받는 사람은 어린이와 노인이다. 아이와 노인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이동하기도 어렵고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세상의 흐름에 쫓아가기가 어려우며 의식주의 도움은 성인들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다. ● 작가이기 때문에, 마을의 성인이기 때문에 마을의 작업을 하려고 했다. 마을을 사랑한다는 말은 쑥스럽기는 하지만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자세히 얘기하자면 마을의 사람들을 아낀다는 것이 맞는 말이기도 하겠다.

정치구_마을밝히기 프로젝트_2024

이 곳은 첨단과 혁신의 희망도시 성남이지만 모든 곳에 골고루 희망의 빛을 뿌리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하나의 퍼포먼스를 고안해봤다. 아이들에게 빛을 뿌려보게 했다. 저마다의 빛나는 날개를 메고 마을을 산책하며 빛을 마을에 뿌리는 것이다. 마치 아이들이 빛의 파티클을 뿌려가며 걷듯이. 아이들은 빛을 그려서 재밌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모습에 미소 짓는 행복한 퍼포먼스였다.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내내 누구 하나 이 행위를 비난하고 막아서는 사람은 없었다. 동네 퍼포먼스이기에 소문은 빠른데 아직 내 귀에 악플은 달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길을 인도해주면 그 길 안에서 관찰하고 재미를 찾아갔다. 이러한 과정으로 마을 구석 구석에 빛을 뿌리고 빛의 드로잉을 완성시켜갔다. 어른에게는 가벼운 무게의 LED 날개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오래 메면 버거울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미소를 잃지 않고 차근 차근 골목을 걸어 올라가고 저마다의 재미를 그 안에서 찾아갔다. 그렇게 산책도 끝내고 함께 폴라로이드로 기록도 남기고 액자에 담아 주기도 하였다. 마을의 모든 아이들과 하지는 못했지만 유의미한 시작의 첫 걸음으로 생각한다.

정치구_드로잉 인 더 월展_서궁 갤러리카페_2024

또한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하여 마을의 빈 공간에 아이들의 그림과 작가의 이미지들을 맵핑했다. 많은 장소 중에 대표적인 공간으로 장수경로당이 있다. 2층 건물인 경로당의 2층 옥상의 벽에 'analogue wall'로 맵핑을 하였다. 그 외에도 공사장 가벽에 미디어아트 영상들을 맵핑하며 마을을 작지만 하나씩 맵핑해 나갔다. 맵핑에 필요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 도움을 받았고 더 배웠다. 작은 마을이라고는 하지만 나의 맵핑은 더 작았나보다. 많은 분들이 봤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어르신들은 좋아라 하셨다. 영상의 본질을 위해 아이들의 그림과 조각도 제작하여 넣었다. 영상 안에는 마을밝히기 퍼포먼스도 들어가있다. 그래서 적은 횟수의 퍼포먼스지만 프로젝션 맵핑으로 다시 재상영되고 아카이빙 되어갔다.

정치구_드로잉 인 더 월展_서궁 갤러리카페_2024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전시'에 선정되었다. 어린이와 영유아. 어른들의 도움없이는 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전시를 준비했다. 그들의 예술적 허전함을 작가의 활동으로 조금이나마 채워주고 싶었다. 고립되는 마을과 어두운 환경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조건이다. 마을의 환경이 이렇다해도 집이 화목하고 즐겁다면 아무 문제는 없을 것이고 나는 그러기를 바란다. 오늘의 미술 활동을 집에서 이야기하고 부모님과 대화하며 다음을 약속하는 시간을 상상한다. 간단하게 아이들이 행복하고 미소짓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사회적으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논쟁거리인 재개발과 투자는 눈을 감아도 귀로 흘러들어오는 뉴스거리다. 내가 하지 않는다고 남의 일은 아닌 것이다. 사회와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나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추상적이고 오래전 전설이 아닌 여전히 이 시대의 문제이고 논쟁거리다. 어리고 철 없던 시절 남의 일과도 같던 일은 이제 내 일이 되었고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논쟁이자 축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 재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있던 것들을 부수며 '0'의 영역으로 보냈다. 골목과 집들은 평평해지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지도선만 남은 마을은 고립되고 어두워졌다. 그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빛을 뿌리고 그리는 작업을 했다. 퍼포먼스를 하고 이를 전시로 풀어내는 과정을 담았다. 앞으로도 사회의 일련의 과정과 순환 속에서 작가로서 질문하는 자세와 남들과는 다르면서도 포용할 수 있는 시각을 갖고 작업활동을 이어나가려 한다. ■ 정치구

Vol.20240708e | 정치구展 / JEONGCHIGU / 鄭治九 / media art.performanc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