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 바람 墨, 風 - 무여경주그림전

무여 문봉선展 / MOOYEO MOONBONGSUN / 無如 文鳳宣 / calligraphy.painting   2024_0606 ▶ 2024_0908

무여 문봉선_경주 남산 송림_지본수묵_245×2500cm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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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관 / 플레이스 씨 기획 / 플레이스 씨_Art project POOM

관람료 성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

관람시간 / 10:30am~06:00pm

플레이스 씨 PLACE C 경북 경주시 국당2길 2 Tel. +82.(0)54.775.5500 www.placec.co.kr

황룡사 빈터에 서서 ● 만약 어떤 분이 경주 여행에서 추천하고픈 세 곳을 들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황룡사지'와 '삼릉골 선각 육존마애불' 그리고 '포석정'을 꼽을 것이다. ● 황룡사지는 2000년 초 경주에 사는 권녕길 선생과 처음 답사했다. 번듯한 안내문 하나 없던 곳이었다. 당간지주 옆 오솔길에 피어난 노란 유채꽃이 막 꽃망울을 터트려 새봄이 왔음을 알려주었다. 오로지 '무상', 그것의 본연이라고 할까. 지난 시절 영화롭던 위용은 그 잔재만으로 보는 이의 수다스러운 말문을 막아버린다. 심초석(心楚石) 위로 무심한 구름은 비켜간다. 이곳의 적막감은 관람객이 없어서가 아니다. 존재를 기어코 증명해내려는 부재의 아우성 없는 몸부림 때문이었다. 권 선생으로부터 신비에 가려졌던 황룡사지를 찾아내게 된 뒷이야기까지 듣고 나니 더욱 감회가 솟구쳤다. 동서남북을 병풍처럼 둘러싼 산봉우리는 마치 활짝 핀 연꽃잎 같았다. 이 맹렬한 침묵의 빈터가 연꽃의 화심(花芯)이 아니고 뭐겠는가. ● 화려하고 성대했던 옛 권세는 가뭇없이 사라졌는데, 이곳의 심초석과 주춧돌은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붙박여 있다. 황룡사는 찾는 이로 하여금 허무와 여백의 심미적 간격을 오가게 하면서 한 몸이 된 유(有)와 무(無)를 떠올리게 만든다. 또한 덩어리지고자 하는 공(空)과 부스러기로 스러지는 색(色)을 반추하게 하는, 매우 대척적이면서 융합하는 상상의 공간을 빚어낸다. ●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나옹선사의 시처럼 텅 비어있으므로 더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지경(地境)이 황룡사 빈터가 아닌가 한다.

무여 문봉선_경주 남산 송림_지본수묵_2500×245cm_부분
무여 문봉선_경주남산첩_부분
무여 문봉선_경주남산첩_부분
무여 문봉선_경주남산첩_부분
무여 문봉선_경주남산첩_부분

발걸음을 옮겨 삼릉계곡에서 상선암으로 올라가다보면 계곡 좌측 절벽에 새겨진 '선각 육존마애불'을 만날 수 있다. 1989년 봄, 이 마애불상을 처음 배알할 때의 인상이 아직 선명하다. 법당 아닌 산속에서 불화를 조우했다고 할까. 느낌이 참 신비로웠다. 순간적으로 스치는 상념이 '박수근 그림의 모티브가 여기에서 시작되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 바위 결을 그대로 살리면서 보살이 입은 얇은 비단옷의 선을 조금치의 주저함이나 어색함이 없이 그려낸 묘수에 감탄사를 연발했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감상했던 탱화 그 어느 것도 이 마애불만큼 울림이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무여 문봉선_書_부분
무여 문봉선_書_부분
무여 문봉선_書_부분
무여 문봉선_書_부분

마지막으로 손꼽을 게 포석정이다. 늙은 느티나무와 경계석, 노송, 그 안에 연잎 모양으로 둥글게 물이 흐르도록 돌을 깎아 놓은 것이 전부인 장치다. 유상곡수(流觴曲水)의 유래를 모르는 관람객은 혹여 시간이 아깝다고 할 지 모르겠다. ● 딴 데서 물을 끌어와 굽이지게 흐르게 한다. 느리게 흐르는 물 위에 가벼운 술잔을 띄워 보낸다. 다가온 술 한 잔을 들어 마시고 시 한 수를 읊어내는 유상곡수연(宴)은 일찍이 동진의 왕희지가 휘갈긴 난정서에서 비롯되었다. 신라인은 규모를 자그마하게 꾸몄으나 더욱 멋들어지게 돌을 연잎 모양으로 다듬어냈다. 자연과 하나 되는 풍류에 웅숭깊은 멋스러움이 깃들어 있음을 체감한 셈이다. 지금은 흐르는 물도, 향기로운 술도 다 말라버리고 없다. 나무뿌리에 뒤틀린 돌 조각이 천년 세월의 풍상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무여 문봉선_소나무(감은사지 탑)_지본수묵_75×143cm_2023
무여 문봉선_먹, 바람 墨, 風 - 무여경주그림展_플레이스 씨_2024
무여 문봉선_먹, 바람 墨, 風 - 무여경주그림展_플레이스 씨_2024
무여 문봉선_먹, 바람 墨, 風 - 무여경주그림展_플레이스 씨_2024
무여 문봉선_먹, 바람 墨, 風 - 무여경주그림展_플레이스 씨_2024
무여 문봉선_먹, 바람 墨, 風 - 무여경주그림展_플레이스 씨_2024
무여 문봉선_먹, 바람 墨, 風 - 무여경주그림展_플레이스 씨_2024
무여 문봉선_먹, 바람 墨, 風 - 무여경주그림展_플레이스 씨_2024
무여 문봉선_먹, 바람 墨, 風 - 무여경주그림展_플레이스 씨_2024

저명한 국가유산 다음으로 경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다름 아닌 남산 언저리에 있는 송림이다. 신라 솔거가 황룡사 벽에 그린 소재가 무엇이던가. 극락도 지옥도 아닌, 노송을 생생하게 그렸다 한다. 모두가 다 아는 그 얘기가 전해주는 바 예로부터 경주의 소나무는 자별난 캐릭터를 자랑한다. 특히 삼릉과 오릉의 소나무는 왕릉을 호위하면서도 쓰러질 듯 하거나 넘어질 듯한 S자 모양이다. 뒤틀리거나 에두르면서 기어코 하늘 저 높이 솟으려는 기상은 다른 지방의 소나무와 유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크기와 빛깔과 양태 등에서 모름지기 한국적인 동양화의 소재로 사랑받는다. ● 작가는 저마다 취향이 다르고 관심과 관점이 제 가끔이다. 하여도 경주만큼은 오래전부터 소인묵객(騷人墨客)에게 다채로운 영감의 원천이 된 고장이다. 작가는 영감을 먹고 사는 존재다. 명작을 해산하는 영감이야말로 좀 고마운가. 그 영감이 오래된 미래인 옛 것과 만났을 때 영생의 빛이 난다고 나는 확신한다. (2024. 5 통의동 문매헌에서) ■ 무여 문봉선

Vol.20240609a | 무여 문봉선展 / MOOYEO MOONBONGSUN / 無如 文鳳宣 / calligraphy.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