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탐구생활

The life of exploring Images Chapter2. Developing  이호진展 / LEEHOJIN / 李虎珍 / photography   2024_0527 ▶ 2024_0603

이호진_이미지 탐구생활_Chapter2. Developing_case 14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0×80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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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블로그_blog.naver.com/image-lab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인천광역시_(재)인천문화재단

관람시간 / 01:00pm~06:00pm

인천문화양조장(스페이스빔) Incheon Culture Brewery(Space beam) 인천 동구 서해대로513번길 15 1층 우각홀 Tel. +82.(0)32.422.8630 www.spacebeam.net @spacebeam_community

'사진의 순수성'과 '지루함의 역설' ● 이호진 작가의 사진에서 도시의 풍경은 단절된 빌딩들이 등장하지만, 혼잡한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 속 공간들에는 도시 풍경의 '상반된 모습(높은 빌딩과 허름한 건물)'만 존재한다. 나머지를 채우는 건 사물들인데, 여기서 사물의 역할은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침묵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작가는 일상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일상의 변화와 방향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도시의 물리적 공간과 장소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것을, 사진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공간과 장소의 특성과 변화를 함축적으로 담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 빠른 속도로 개발되면서 철거와 신축 등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원도심, 원도심과 신도시의 접점 등 도시의 모습이 여러 형태로 표출되는 장소들을 선정해서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시리즈의 작업 장소로는 인천이며 구체적으로는 중구, 동구, 미추홀구 등 원도심으로 일컬어지는 지역"에 해당한다고 말하고 있다.

#1. 왜 밤을 찍어야 하는가? 일상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 『사진의 역사』에서 브랏사이(Brassai)의 「밤의 파리 Paris de nuit」는 어두운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한 바 있다. 초현실주의자 들도 밤에 산책을 즐겼는데 그 이유는 도시를 바라보는 훈련의 일종이었다. 브랏사이는 밤의 파리를 찍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대상을 관찰했는데, 그 당시에는 파리의 밤을 의도적으로 촬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면 그는 왜 밤의 모습을 기록하려 했을까? 그 이유는, 중산층의 일반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그들의 모습을 기록하려 했던 것이 아닌,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수상하고 폐쇄적인 세계를 자신의 시각으로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이호진의 사진에서도 밤에 작업한 사진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이곳에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작가가 밤에 사진을 찍은 이유는 밤은 낮의 세계와는 다른 호흡으로 일상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일상 모습을 관찰하려 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밤이 갖는 특유의 공기와 분위기가 특정 장소와 오브제를 더욱 부각하고, 다양한 기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 또한 밤 작업의 장점으로 보았다.

이호진_이미지 탐구생활_Chapter2. Developing_case 3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23

#2. 낯설게 하기의 5가지 유형 – 지루함의 역설 ● 「이미지 탐구생활_developing」 사진에서 드러나는 낯설게 하기의 전략은 대략 5가지 유형으로 정리된다. 이것은 1) 색채의 낯설게 하기 2) 형태의 낯설게 하기 3) 장소의 낯설게 하기 4) 흔적(index)의 낯설게 하기 5) 가상과 실재의 낯설게 하기로 표현되어있다. 작가에 의하면 "사진이 빛을 정착시킨 결과물이라고 볼 때, 빛이 정착될 때 작용하는 '눈 (시각, 카메라, 인식)'들의 특성에 의해서 다양한 낯설게 하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색채와 형태는 빛과 카메라의 특성에 따른 낯설게 하기, 장소, 흔적은 시각적 전환을 통한 낯설게 하기, 가상과 실재는 인식적 전환을 통한 낯설게 하기 등 낯설게 하기의 여러 측면을 실험한 결과 " 였다고 얘기하고 있다. 여기서 이미지 탐구생활 'Chapter2 Developing_case 3' 사진은 1) 색채의 낯설게 하기와 4) 흔적의 낯설게 하기가 결합한 경우로 보인다. 우리는 평소에 인식하고 있는 대상이 동일하게 표현된 사진 이미지를 다시 보게 된다면 관객들은 그런 사진을 보고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지루함은 사실 자신의 삶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작가는 어쩌면 '지루함의 역설(The Paradox Of Boredom)'을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일반 대중들은 이미 지루한 일상에 충분히 지쳐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각적 쾌감' 일 것이다. 오늘날의 대중은 '다른 시각적 쾌감'을 체험하기 위해서 전시장을 가곤 한다. 대중들은 후일 작가의 사진을 전시장에서 보게 된다면 자신들이 전시장 밖에서 보았던 지루한 현실과 다른 이미지를 마주하게 된다. 사실 현실에서 지겹게 보았던 일상을 동일하게 사진으로 재현한 것을 다시 보여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작가는 브레히트(Brecht)의 '낯설게 하기'가 색채의 '낯설게 하기'로 변신해서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일상 속 풍경을 주목하게 한다. 하지만 이 풍경은 대중들이 일상에서 바라본 지루한 대상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지루함의 역설'이 숨어 있다. 여기서 '흔적'의 낯설게 하기는 그림자로서 '부동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그림자의 역할은 이런 해석을 허용하는 '침묵의 인덱스'다. 낮에는 잘 인식되지 않던 것들이 낯설게 하기를 통해 드러나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다.

이호진_이미지 탐구생활_Chapter2. Developing_case 7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0×40cm_2021

#3. 낯설게 하기의 다른 방식 – 추상적 효과와 반복성 ● 「이미지 탐구생활_developing」이 '실재하는 것을 낯설게 하기' 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실재한 것이 추상적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전도 되는데 이런 시도가 작가는 '우연한 만남'을 의도한 것인가? 아니면 시각적으로 이런 결과를 대부분 예측하고 작업한 부분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작가에 의하면 "낯설게 하기의 방법 중 하나로 고민한 것이 시각적 인식의 전환이다. 동일한 장소와 오브제라고 하더라도 어떤 부분과 요소를 강조하고 추출하는지에 따라 압축적으로 특징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 최종적으로 표현될 결과물을 미리 예상하고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작가는 도시의 건물에 특정한 부분에 집중해서 주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를 포착해서 전혀 새로운 이미지와 조형성을 갖춘 모습으로 변모시켰다. 결과적으로 추상적 표현이 사진을 찍는 행위의 과정에서 작품 속에 수용되는데, 실험적, 개념적, 즉발적 과정이 포함된다. 여기서 '즉발성'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사진이 카메라의 셔터 속도가 결정되는 순간에 발생하는 메커니즘적 특성. 둘째, 사진작가가 즉석에서 현장의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서 재현하는 과정이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주관적 감성을 담보한 '우연/필연의 효과', 즉 추상적 사유공간으로 발현되어서 주체와 객체 사이의 주관적 소통으로 표현된다. ●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작가가 다양한 시간대에 동일한 장소를 방문해서 관찰하고 이를 작업으로 진행한 점이다. 이런 행위는 물론 프로이트(Freud)가 언급한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과 관련이 있다. 동일한 장소라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서 반복될 때마다 그때의 맥락에서 조금씩 사진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작가가 어떤 장소에 갔을 때 그 당시의 상황(기후조건, 시간) 등에 의해서 지루한 풍경으로 인식되었다가도 다른 상항에서 동일한 장소를 가면 꽤 근사한 장소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뒤샹(Duchamp)이 말한 '앵프라맹스(inframince)'로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본질을 결정짓는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뒤샹은 이 개념을 자신이 선택한 변기와 그렇지 않은 변기의 차이에서 생기는 변별점으로 언급했지만, 예술가라면, 사진작가라면 일상의 모습을 관찰할 때 이런 '관념적/감각적'인 구별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호진_이미지 탐구생활_Chapter2. Developing_case 8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40×40cm_2021

#4. 사진의 순수성을 말하다 – 선명함과 구분 짖기 ● 「이미지 탐구생활_developing」 사진에서 결국 남는 것은 '사진의 순수성(사진만의 표현 가능성)'인데, 낯설게 하기로 보이는 효과에 대한 '사회적 반응' 즉 관객이 느끼는 호감의 정도에 더 신경 쓰시고 작업한 것인지, 아니면 사진의 순수성을 확보하고 싶은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작가 노트에 의하면 "작업을 진행하면서 일차적으로는 사진적 표현, 사진만의 방법이었다. 주제의 표현 방식에서 그 주제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포함되었다. 아울러 관객들이 이 작업의 결과를 각자의 느낌과 방식으로 낯설게 보고, 해석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포함했다" 고 한다. 작가의 의도는 의도적 연출과 그 반응에 화답하는 관객의 반응 모두를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으로 여겨진다. ● 이미지 탐구생활 Chapter 2 Developing_case 7과, 이미지 탐구생활 Chapter 2 Developing_case 8에서 작가가 생각한 '사진의 순수성'을 생각해 보자. 사진에는 선명하게 초점이 맞은 건물 넘어 도시의 흐릿한 배경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선명함'은 어떤 이유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뚜렷한 형상이 강조된 화면은 구상적인 표현에 근거한 재현만은 아니며, 이런 재현 방식을 통해서 추상화된 표현을 덧입힌다. 그런 과정에서 사진은 분명히 화면상에서 선명하지 않은 부분도 발생한다. 그런 '선명함의 부재'는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지나치게 선명한 것'만 집중하는 사진의 경우 어떤 이유로 선명함의 부재를 표현할 것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 또 한 가지 작가가 의도한 부분은 인천이란 특정한 장소를 '사진적인 현실'이란 개념으로 접근한다. 사진의 경우 작품을 감상한 후 시각적 '현실'은 시야에서 깨끗하게 소멸한다. 시각적으로 기록한 '사진적인 현실'은 한계가 분명히 있는데, 이러한 시도는 작가가 마주한 '현실을 번역'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호진의 '사진 작업'은 '사진적인 현실'의 세부적인 사항을 특권화한다.

#5. 맺는 글 ● 「이미지 탐구생활_developing」은 작가의 자전적 질문 - 이미지 탐구생활은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으로 일상의 경험을 다른 해석으로 시도한다 – 으로 시작된다. 이호진이 관객들에게 제시하려는 것은 결국 일상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 이야기'다. 관객에게 전달하는 서사는 먹먹한 현실에서 우리들 에게 "현실의 지루함을 이겨내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사진적인 현실의 기록은 관객들에게 사진이 답답한 현실을 넘어서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의 사진을 마주하면서 '사진의 순수성'을 상기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되찾고, 회복해야 할 목록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글을 마치며 앞으로 이호진의 사진이 더 깊은 단계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 김석원

Vol.20240527a | 이호진展 / LEEHOJIN / 李虎珍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