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도_오래된 미래 Gyodong Island_ancient future

이호진展 / LEEHOJIN / 李虎珍 / photography   2018_1123 ▶ 2018_1203

교동도_오래된 미래 1_파인아트 프린트_84.1×118.9cm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80418b | 이호진展으로 갑니다.

이호진 블로그_blog.naver.com/image-lab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인천광역시_인천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6:00pm

스페이스 빔 SPACE BEAM community 인천시 동구 서해대로513번길 15(창영동 7번지) Tel. +82.(0)32.422.8630 www.spacebeam.net www.facebook.com/spacebeamcom

오래 기다려온 섬, 교동도 ● 이호진의 시선은 줄곧 인천을 중심으로 서해안의 섬과 경기도 일대를 향하고 있었다. 작가가 거주하는 인천으로부터 점점 촬영의 반경이 넓어지며 세계를 끌어안는 사진행위에도 구체적인 탄탄함이 포개졌다. 특히 지난 해 발표한 『앤티크 강화도Antique Ganghwado Island』는 강화도에 산재한 '문화유산'들을 사진으로 새롭게 발굴-제시하며 사진가로서 특별한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된다. 신작 『오래된 미래Gyodong Island_ancient future』는 『앤티크 강화도』에서 단련된 사진근육들이 제 쓰임을 발휘하는 듯 보다 활달한 시각을 보여주는데, 기존의 그의 작업이 사진의 주제와 소재의 프레임에 얌전하게 갇혀 있었다면 웬일인지 『오래된 미래』에서는 보다 과감한 시도와 함께 풍경의 세목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을 발휘한다. 주지하다시피 『오래된 미래』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책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히말라야 고원의 작은 마을 '라다크' 사람들이 지구촌에 보내는 생명과 환경의 메시지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이호진은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접경지역인 '교동도'를 촬영하며 이 섬의 내밀한 이야기를 하나씩 파헤친다. 외딴 섬 교동도는 분단 한국의 상징이었고, 작가는 이 섬을 통해 분단 상황의 일단을 제시하고자 했다. 교동도 북단인 말탄포구에서 북한 땅 연백군은 불과 2km 남짓 떨어져있다. 하지만, '전쟁이 곧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잠시 교동도에 머문' 실향민의 세월은 2km를 사이에 둔 채 70여 년이 흘렀다. 이 섬의 사람들이 가까운 내일을 기다리며 꾸었던 꿈은 화석화 될 것인가? 이호진은 교동도를 촬영하며 이 섬이야말로 한반도의 '오래된 미래'이고, 그 꿈은 머지않아 실현될 것임을 확신하는 듯하다. 1000년 동안 교동도를 지켜온 무학리의 은행나무와 가없는 평야, 경계 없이 날아오르는 새들이 그의 사진 속에서 유독 빛나는 이유이다.

교동도_오래된 미래 2_파인아트 프린트_84.1×118.9cm
교동도_오래된 미래 3_파인아트 프린트_84.1×118.9cm

이호진의 역사기억-보이지 않는 것을 찍다. ● 교동도는 북한의 연백과 강화도 본도의 사이에 위치하는 섬이다. 섬의 북쪽 해안선은 휴전선의 남방 한계선이다. 고려시대부터 이뤄진 오랜 간척으로 넓고 비옥한 농토를 갖고 있어 전형적인 농촌풍경을 선보인다. 이호진은 예의 다큐멘터리 사진 촬영의 접근 방법인 가장 높은 곳으로부터 시작하여 마을의 세부를 찬찬히 살피다가 무학(舞鶴)리에 이른다. 학의 날갯짓을 닮은 이 마을에는 천 년을 산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키가 25미터, 둘레가 8미터로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작가는 이 나무를 아리아드네의 실로 삼아 촬영을 시작한다. 화개산과 화개사, 난정저수지와 고구저수지, 교동성당과 교동읍성, 읍내리 비석군과 교동향교 등 오래된 교동을 촬영하고 지석리 마을 뒷동산의 '망향대'에 오른다. 맑은 날 망향대에서 바라 본 북녘의 드넓은 연백평야는 손에 잡힐 듯 가깝기만 하다. 걸어서 한 시간도 채 못 미치는 거리에서 남과 북은 서로를 거울처럼 바라보고만 있었고, 무학리의 암은행나무도 연백에서 날아오는 수은행나무의 꽃가루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웅이주인 은행나무의 사연은 분단의 현실과 맞물려 이호진에게 역사기억의 실마리를 안겨준다. 교동도 해안을 둘러싼 철책처럼 분명히 눈에 보이는 분단의 현장도 목도할 수 있었지만 실향민의 기억과 무학리 은행나무의 기다림, 망향제를 지내는 사람들의 염원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이호진은 보이는/보이지 않는 교동도를 가시화해야 했다. 그렇다면 '기억'과 '염원'과 '기다림'을 사진으로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

교동도_오래된 미래 4_파인아트 프린트_84.1×118.9cm
교동도_오래된 미래 5_파인아트 프린트_84.1×118.9cm

이호진은 상상한다. 사진이 단순히 지나간 현실과 일치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역사를 경험하게 하는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준다면, 그리고 이제껏 수없이 쏟아진 '분단이미지'의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다면 어떤 형식이어야 할까. 머릿속의 상상이 리얼리티의 대립이 아니라 즉, 환상이나 불가능한 실재였던 것을 현실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사진행위는 무엇일까. 이호진은 교동도를 '무대'로 하나의 미장센(Mise-en-Scène)을 구축했다. 교동평야, 은행나무, 읍성과 향교, 철책, 바다, 농가, 쌀...이 배우로 등장한다. 무대의 막(커튼)은 전쟁 이미지들이 투사된 모노톤의 천이 설치됐다. 그런데 이호진의 미장센은 배우, 전경, 배경이 모두 주인공이다. 이들은 공간적 관계뿐만 아니라 물리적 시간과도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모든 것이 극적으로 구성되어있고 관객은 열린 창(窓)으로 들어오는 실제의 풍경을 바라보듯 무대를 살피게 된다. 관객은 이호진이 인위적으로 설치한 장면이라는 것을 알지만, 리얼리티를 단편으로 분리하지 않고 교동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와 마주치게 된다. ● 한편, 커튼(curtain)은 무엇인가를 가리거나 때에 따라 보이게도 한다. 한 공간을 둘로 분할하고자 할 때도 커튼을 사용하고, 가리고 싶은 사물이 있을 때도 그 앞에 커튼을 치곤한다. 커튼은 무대나 극장에서 막(幕)의 역할도 한다. 그동안 남과 북은 잘 세팅된 무대를 만들어 연극을 상연했고, '남'은 '북'을 '북'은 '남'을 연극의 프레임 안에서만 보았다. 남과 북은 체제의 감독과 감시 하에 수없는 미장센들을 생산했다. 등장한 배우와 소품, 배경과 무대의 커튼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북은 남을, 남은 북을 언제나 관객으로 요청했다. 서로 연기자와 관객으로 그 역할이 바뀌기도 했다. 그리고 연극이 필요 없을 땐 가리면(덮으면) 그만이었다. 연극이 실제로 드러나면 연기였을 뿐이라고 극장 문을 닫으면 된다.

교동도_오래된 미래 6_파인아트 프린트_84.1×84.1cm
교동도_오래된 미래 7_파인아트 프린트_84.1×84.1cm

이호진의 『오래된 미래』에서 '커튼'은 다의적이다. 교동도의 실제를 여과 없이 보게 하는 '열린 창(窓)'이자, 한국전쟁 이후 남북의 대치상황을 비유하는 '무대의 커튼'이기도 하고,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주목받는 접경지역인 교동도의 '미래를 열어줄 커튼'으로, 작가의 의도가 촘촘히 심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육교인 교동대교가 개통되어 지금은 이 섬이 육지화 되었지만, 그 전엔 마치 무대의 커튼 뒤 혹은 배우들의 대기실처럼 은폐된 섬이었다. 철책은 해안가를 에워싸서 주민들은 바다로 나가지 못했고, 은행나무는 바람 높은 여름날만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실향민은 망향대에 올라서야 겨우 북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 모두가 연극이 아닌 실제 상황이다. 이호진은 교동도의 과거현재미래를 천년을 살아 온 은행나무의 시선을 빌려 새로운 시•공으로 축조한다. 사진에서 드라마틱한 전개보다 시적인 함축을 위해 의미망을 다질 수 있는 심벌(symbol), 인덱스(index), 아이콘(icon)을 심었고, 몽타주를 통해 수집된 이미지들을 반복, 재편집하여 볼 수 없었던 세계를 가시화한다. 이호진은 사진이 제공하는 현실이 결코 역사적 사실에 앞설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사실로서 현실이 사진 에 드러난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프레임 안 혹은 주변부에 머물 것이라는 것도 알기에 관객의 낯선 인식의 순간을 유도하기 위해 커튼을 쳤다. 커튼 뒤의 역사의 한 특수한 지점과 그것의 의미와 접속하기 위한 작가만의 스타일이다.

교동도_오래된 미래 8_파인아트 프린트_84.1×118.9cm

지금도 그러하지만 가까운 내일의 교동도는 우리에게 '익숙한' 가치로 다가올 것이다. 그 때에 이호진의 『오래된 미래』가 예견했던 사진의 가치도 인식될 수 있으리라. 그가 찍은 사진이 그저 사실적이기만 한 진실이라기보다 미래에 무엇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것을. ■ 최연하

Vol.20181125j | 이호진展 / LEEHOJIN / 李虎珍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