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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0510_금요일_04:00pm
주최,주관 / 도암갤러리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서울아트센터 도암갤러리 Arts Center Seoul Doam Gallery 서울 종로구 평창문화로 70(평창동 217번지)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울아트센터 3층 Tel. +82.(0)2.2287.0512 www.seoulartscenter.kr www.doam.me @doamgallery_official
여러분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무슨 색으로 남아 있나요? 봄이 무르익은 요즈음의 기억은 흔히 새싹의 해사한 연둣빛, 혹은 오색찬란한 꽃의 빛깔로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속 봄은 뿌연 미세먼지가 뒤덮인 회색일 수도, 촉촉한 봄비가 내려앉은 진초록의 풍경일 수도 있겠지요. 박현호 작가에게 색깔은 곧 마음속에 남은 인상의 살갗입니다. 그의 강렬한 인상들은 하나같이 붉거나 푸르게 타올랐다가 곧 가라앉습니다. 작업을 하지 않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동안 이 인상들은 정처 없이 부유하다가 불현듯 이미지로 떠오르고, 이를 붙잡는 행위가 곧 그리는 작업으로 이어집니다.
기억의 표피를 그대로 남기기 위해 작가는 안료가 스며들지 않고 맺혀 있을 수 있는 인공 가죽 위에 유화로 작업합니다. 몇 년 전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시작되었던 작가의 작업은 이제 그 관심사와 세계관이 외부를 향해 확장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인상의 살갗을 마주하고, 나의 마음속에는 어떤 것이 남아 있을지 떠올려 보세요. :) ■ 도암갤러리
생명의 기쁨, 불타오르는 살갗 ● 때로 생각해 본다. 넘쳐 나는 이미지의 시대 속에서 무엇인가를 그리는 직업을 가진 작가는 과연 무엇을 그리고 남겨야 할까. 명령어 몇 개만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매끈한 이미지를 뽑아주는데, 직접 붓을 들고 물감을 찍어 흔적을 남기는 작가에게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린 시절부터 회화를 전공해온 박현호 작가는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무엇인가를 '그리는' 행위와 밀접한 삶을 살아왔다. 한때 오브제 조각이나 설치, 영상 매체로 관심이 뻗어 나가기도 했으나 다시 돌아 회화다. 그는 회화를 통해 이미 왔다가 사라진, 혹은 사라짐이 예고된, 아니면 언젠가 사라질 대상에 대한 인상을 붙잡아 두려고 한다. 지금까지 그 대상은 자신이 거주하던 지역의 풍경이기도, 혹은 지난날의 상처와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떠올랐던 이미지이기도 했다.
한때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지만 곧 휘발되어 버리고 마는 순간의 기억은 유약하기 짝이 없고 말로 풀어낼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덩어리진 채 망각의 바다 위에 부유한다. 그렇게 영영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인상은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도중에도 문득문득 떠올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고, 그러면 작가는 어쩔 도리 없이 그것을 물감으로 붙잡아와 물질로 남긴다.
어떤 사건을 경험하거나 특정한 대상을 인식한 이후 불분명한 이미지의 형태로 불현듯 날아가 버리는 인상을 붙잡아두려는 욕구. 그렇지 않고서는 도무지 내가 나 자신인 채로 존재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불안정한 순간의 연속. 마치 작가로서의 숙명이라고도 갈음할 수 있는 이 과정에 대해 박현호 작가는 그것이 그림의 재미이자 붓과 물감으로 이루어진 회화의 세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림을 통해 불투명하게 부유하던 것들이 비로소 형태를 갖고 현실 세계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희미하게 휘발해가는 인상을 붙잡기 위해 작가는 인조 가죽에 기름과 안료로 작업하는 방식에 착안하였다. 일반적으로 캔버스에 유화 작업을 하면 안료가 천에 스며들어 굳지만 가죽에 물감을 바르면 안으로 스며드는 대신 표면 위에 안착한다. 결과적으로 작가의 가죽 회화는 기억의 표면에 남은 인상의 살갗 그 자체로 현존하게 된다.
지금까지 작가의 기억에 강하게 남는 인상은 하나같이 붉고 푸르렀다. 초기에 목이 잘린 채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거나 파도에 휩쓸려 물에 빠지고,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채 광광 울기만 하던 작가의 기억은 심연으로 가라앉았다가 표면으로 떠오르는 과정의 반복과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표피, 살갗, 즉 물질로 남았다. 그리고 이는 곧 치유의 과정이기도 했다. 그리는 행위를 통해 존재의 정당성을 되찾는 작가는 이제 생의 기쁨을 느끼며 그리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 『불타오르는 살갗』은 신작의 제목 「생생 활활-생의 기쁨, 불타오르는 살갗」에서 따왔다. 붉은색과 파란색의 인조가죽 두 장을 바느질로 이어 붙인 위에 유화로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지난겨울 처음으로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는데 추운 계절에 더운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오며 느낀 인상과 감각을 표현했다고 한다. 마치 얼음으로 이루어진 칼 산의 동굴에서 이제 막 불을 내려 받은 인류가 생의 기쁨을 만끽하며 숲으로 날아가는 듯한 장면이다. 작가는 작품을 방사형으로 재단하여 와이어를 이용해 사방으로 펼쳐서 설치하였다.
기억의 표피로 재현된 회화는 이제 세계와 작가 사이의 살갗이 되어 관람객을 향해 다가간다. 그 살갗을 마주하고 어떤 기억으로 남길 것인지는 오롯이 관람객의 몫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과연 나의 마음속에는 어떤 인상이 각인되어 살갗으로 떠오를지 상상해 보기를 바란다. ■ 한승주
□ 목요 콘서트 Thursday Music and Art at DOAM 2024년 5월 23일(목) 12PM / 도암갤러리
□ 도암 11시 토요 콘서트 2024년 5월 25일(토) 11AM / 도암갤러리
□ 아티스트 토크 2024년 6월 1일(토) 5PM / 도암갤러리
Vol.20240510a | 박현호展 / PARKHYUNHO / 朴玄鎬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