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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만 블로그_yangdaeman.blogspot.com 인스타그램_@daemanyang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갤러리 보나르 기획展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갤러리 보나르 Gallery Bonart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한강로158번길 91 (망월동 839-4번지) 1층 Tel. +82.(0)31.793.7347 blog.naver.com/gallerybonart @gallerybonart
Beneath the edge of the wave that touched it ● 환한 햇빛으로 보던 풍경은 교교한 달빛에 보면 낯설다. 대낮에 보던 정인(情人)의 평범한 얼굴도 해가 진 밤에 보면 미인이 따로 없다. 이렇듯 익숙한 일상을 달리 보게 하는 것은 밤의 기운일 것이다. 양대만 작가의 풍경은 그 어둠의 부드러움을 품었다. 연작 「조용한 빛 Ⅰ-Ⅱ」(2023)을 보자. 검은 천, 융 위에 검푸른 공간은 하늘과 물과 나무와 꽃을 하나로 만든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인지, 호숫가에 어른거리는 나뭇가지 위 낙화한 꽃잎은 뭍과 물을 혼동케 한다. 주체가 대면한 그 심연의 공간은 은밀하고도 아름답다. 그리고 이내 그 음예의 공간에 내면을 맞추고 스며든다. "밤은 윤곽선이 없다. 그 자체로 나와 접촉한다."는 메를로 퐁티의 말처럼 양대만 작가의 작업을 경험한다는 것은 시각적 영역을 넘어서는 공감각적 체험이자 현상학적 체험이 아닐 수 없다. ● 작가의 전작들은 근작의 고요함에 반해 낯설고도 파열적이다. 「Feel Flows」(2022) 연작에서 보여지는 강렬한 물감의 흔적, 눈부신 격렬한 색채의 분출은 빛의 향연이자 번쩍이는 섬광에 가깝다. 휘갈긴 붓질, 흘러내린 안료 덩어리로 뒤덮인 캔버스는 전면적이고 강력하다. 작가의 양면성을 관통하는 미학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올해 11번째의 개인전을 여는 양대만 작가의 작업은 순수 회화와 애니메이션 영상, 3D 화면구성 등, 장르를 넘나드는 여러 매체의 활용을 시도해 왔다. 그리고 한지, 벨벳, 금분을 포함한 다양한 재료의 표현과 더불어 그 내용이 갖는 속성 또한 다층적이다. 작가는 천착한 주제에 대해 "보이지 않지만 존재해 온 수많은 것들의 표상, 결국 사라질 것에 대한 흔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테면 작가는 재현의 시스템 속에서 진리로 여겨지는 이데올로기와 가치들 그리고 자아의 동일성과 주체성에 대한 믿음에 물음을 던진다.
양대만의 회화는 자신의 그러한 물음에 대한 사유와 관찰을 오가며 도달한 이미지로, 일련의 그 형상들은 임의적이고 양가적이다. 두루마리 화폭 구성으로 한국적 미감마저 보여주는 작가의 독특한 작업, 「조용한 빛 Ⅳ」(2022)은 성모마리아와 관음보살상을 중첩시킨 듯한 미지의 인물상이다.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의 신비로운 그녀의 얼굴은 몽환적 초현실을 맛보게 하는데 맹목적 가시성에 파열을 일으키며 예외적인 표상을 드러낸다. 「조용한 빛 Ⅵ」(2022)은 어떠한가. 이 돌연한 이미지의 결합은 형상들의 암묵적 관계에 대해 상상하게 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코끼리 상아의 최대 수요처가 성물(聖物) 제조업임을 환기시키듯 말이다. 또는 현실이 처한 부조리에 의도적으로 눈길을 주지 않음에 명분을 꾀한다. 「Myth-a blind shell」(2022)은 디오니소스적 감성이 폭발하는 경우다. 색의 겹침과 선의 엉김 속에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시차를 두고 빼곡히 공존하고 있다. 높은 채도의 형상과 흐릿한 배경의 흔적은 겹침과 은폐를 반복하며 수수께끼 같은 화면을 구성한다. 그런 까닭에 이 회화적 공간에서 우리의 지각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못하고 부재와 현전 사이에 머물게 된다. '사이(in between)'의 영역이자 '경계면'의 구현이다.
모리스 블랑쇼(Maurice Blachot)는 단일성과 총체성을 지향하는 변증법적 언어와 그 어떤 기존 담론에의 귀속도 거부하는 실행으로서 변증법적 언어를 구분한 바 있다. 블랑쇼는 이 비변증법적 언어를 통해 어느 하나로 통합되는 방식이 아닌 서로 상반된 것들을 긴장 속에서 유지해 나가는 '사이'의 공간을 열어가고자 했다. 양대만의 작업 역시 하나의 의미로 수렴되지 않는 양립 불가능한 것들이 공존하는 애매한 지대를 만들고, 그 중립의 공간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미끄러짐과 의미의 해체가 재현의 체계를 흔든다. 본 글의 제목이자 이번 전시의 테마로 지은 『닿은 물결 가장자리, 그 아래』는 고정된 의미의 질서가 균열된, 재현적 질서 바깥의 공간을 탐험한 양대만 회화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것은 경계의 지대에 머물면서 때로는 현상학적 체험으로, 때로는 언캐니함으로 당신과 마주하길 기다린다. ■ 여서영
Vol.20240417b | 양대만展 / YANGDAEMAN / 梁大萬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