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속의 시선 The Gaze in the Smoke

손에 힘이 없던 아이가 색연필을 쥐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바라보는 순간은 엄마로서 너무나도 행복하고 즐겁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어떤 곳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재난을 겪고, 절망이 가득한 순간을 지나고 있다. 아이와 집에 있으며 전쟁의 소식, 재난의 소식을 접했다. 아이는 작은 손으로 색연필을 꽉 잡고 스케치북에 막 낙서를 해대고 있었다. 내 손에 들려 있는 핸드폰 화면에는 미사일이 날아가는 순간이 떠 있었다. 상반된 상황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던 순간은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미묘한 불안과 함께 아이의 낙서와 미사일의 궤적이 겹쳐지는 느낌이 스쳤다. ● [...] 우리의 주변은 언제나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 같지만 이 모든 것은 리드미컬하게 반복되고 연결된다. 상반된 도상들은 연결되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한다. 색을 덜어낸 꽃과 재난의 흔적과 부산물, 부드러움과 거칠고 딱딱함, 견고한 나무와 비정형의 연기… 상반된 두 세계가 얽히고설키며 어우러진다. 반대의 목표를 바라보고 있지만 조형적으로 연결되며 역설적으로 한 공간에서 공존한다. ■ 송수민

송수민_연기 속의 시선 The Gaze in the Smoke展_금호미술관_2024

송수민_White Pattern and Pink Lin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190cm_2024

작가 송수민(b.1993)은 작업 초기부터 자연풍경을 통해 불안한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해왔다. 그는 SNS와 보도기사, 자신의 경험 등 다양한 출처에서 이미지를 수집하고 본래의 맥락이나 내용과 관계없이 오직 형태적 유사성을 기반으로 '인공과 자연,' '자연과 자연재해' 같이 서로 상반된 의미를 지닌 형상을 발췌해 화면 안에 연결하고 재배치한다.

송수민_연기 속의 시선 The Gaze in the Smoke展_금호미술관_2024

송수민_연기 속의 시선 The Gaze in the Smoke展_금호미술관_2024

작가는 지속적으로 비정형의 ‘연기’를 소재로 사용해왔는데, 흰색 덩어리 형태는 연기처럼 재난과 전쟁의 징후로 인식되는 동시에 꽃 등의 자연물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이중적인 의미를 담는다. 그는 화면에 연기 형상을 유연하게 중첩하여 만들어낸 새로운 맥락의 풍경을 통해 일상과 재난이 혼재하는 시대의 분위기를 화면에 담는다.

송수민_연기 속의 시선 The Gaze in the Smoke展_금호미술관_2024

이번 전시 『연기 속의 시선』에서 그는 최근에 경험하고 있는 육아 속 아이와의 시간을 작업에 더하면서 더욱 내밀한 이야기를 다룬다. 평범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꽃과 자연, 아이의 낙서를 미사일 라인, 불꽃과 연기 등 재난의 도상과 조형적으로 엮음으로써 상반된 두 세계의 충돌과 일상에 닥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풀어낸다. ■ 금호미술관

『2024 금호영아티스트』 전시 1부 연계 아티스트 토크 - 1회차 참여 작가 : 송수민 작가 일시 : 2024년 4월 6일(토) 오후 2시 장소 : 금호미술관(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8) 3층 세미나실 신청방법 : 홈페이지 내 구글 설문 링크로 신청

Vol.20240324d | 송수민展 / SONGSUMIN / 宋修旼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