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석 그림전 BaeInseok oil painting drawing work

배인석展 / BAEINSOEK / 裵仁錫 / painting   2024_0121 ▶ 2024_0131

배인석_미키마우스_패널에 천_225×225cm, 가변설치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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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석 블로그_blog.naver.com/kkarak2004

초대일시 / 2024_0126_금요일_05:00pm

정산스님 법문

주최 / 공간어쩌다보니 후원 / RNX_NEWS.TV_대한불교조계종 황련사

관람시간 / 01:00pm~06:00pm

다다프로젝트 dada project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17-13 2층 Tel. +82.(0)507.1329.7061 blog.naver.com/dadaproject_ @dada.project_

컵을 빠져나온 물은 여전히 부피를 유지한다. ● 몇 년 전에 집에서 물고기를 길러봐서 안다. 주인장이 부지런해야 한다는 걸. 배인석 화가는 물고기를 기른다. 필자는 배 화가와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해 그가 페북에 올리는 물고기 관련 글과 이미지나 동영상을 자주 봐왔다.

배인석_일국의 어장1_캔버스에 유채_60.6×50cm_2024
배인석_일국의 어장6_캔버스에 유채_60.6×50cm_2024

여기서 질문 하나. 배 화가는 부지런할까? 페북에 "(배 화가가) 게으르다"라는 놀리는 댓글이 달리고, 본인도 자인하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헷갈린다. 그는 문화예술계에서 소문난 마당발이니까.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항상 뭔가를 벌이고, 스스로 표현대로 '씨부린'다고 바쁘다. 지인들이 게으르다고 놀리는 건 특정 부분과 관련해서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옷을 자주 갈아입지 않거나 씻기 싫어하는 성향 탓이라고 추측하지만, 사생활이라 캐보지는 않는다. 창작 활동이 더 중요하고, 그건 뜨끈뜨끈하니까.

배인석_권태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21

배 화가 작품은 뜨겁다. 실시간으로 세상과 호흡해 그 숨결을 창작품으로 내놓는다. 그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작품을 발표하는 기동성이 강한 작가다. 예를 들자면, 미국 월트디즈니가 움켜쥐었던 미키 마우스 저작권이 만료돼 지금은 퍼블릭 도메인이 됐다. 이 변화를 배 화가가 즉각 마중하러 나갔다. '배인석 그림전'(2024년 1월 21~31일)에서 선보인 '미키마우스'는 그 결과물이다. 패널 위 천 가변 설치인데 작가는 "미키 마우스 형상을 픽셀화해서 미니멀하게 표현했다"란 설명을 달았다. 미키 마우스와 픽셀이 만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줬다. 이 설치 속 미키 마우스는 관객과 눈높이를 맞춘다. 그건 배 화가가 세상을 대하는 자세로도 읽힌다.

배인석_레고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21

민주주의가 무르익으면 예술은 공공재 쪽으로 가는 추세를 보인다. 만인이 예술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이 같은 흐름은 관객이 작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작가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확보할 때 가속한다. 문화·예술을 풍요롭게 만드는 최소 요건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중 비중 면에서 택일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다. 해서, 작가 앞엔 반드시 답해야 하는 질문이 던져진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가졌다고 봅니까?" 배 화가도 그 질문을 안고 고민하는 작가이다.

배인석_빈 컵1_캔버스에 유채_60.6×50cm_2024

작가 평가로 가는 첫걸음은 당연히 작품과 만나기다. 그러자면 얘기를 이 글 서두에서 말한 '어항'으로 되돌아가는 게 좋겠다. 물고기를 길러본 필자는 '어항'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고 가정하고 머리를 쥐어짜 봤다. 일단 대상물은 떠오른다. '지광이'다. 어항 벽을 입으로 '지랄발광'하듯이 닦고 다닌 청소 물고기를 가족들이 이런 애칭으로 불렀다. 열심히 살지만 뭔가 짠한 서민 같았던 그 녀석을 어떻게 그린담? 배 화가가 언급하는 '개념미술'을 제대로 배운다면 실마리가 풀릴 듯하지만, 지금은 문외한이니 불감당이다.

배인석_모든 OFF는 1_캔버스에 유채_60.6×50cm_2024

그 대신 '배인석 그림전'에 나온 '일국의 어장' 연작을 찾아봤다. 그중에 '가끔 소독이 필요하다'라고 쓴 작품이 눈에 들어온 순간이다. '혼탁한 국회의사당을 청소하는 중이고 그 속에 살던 올챙이들이 내쫓겼구나'하는 직관! 다시 눈에 힘을 주고 보니 그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필자는 이런 이유로 '일국의 어장' 중 이 작품을 최고로 치게 됐다. 동시에 배 화가는 물고기를 식용하기 위해 기르는 건 분명히 아니고, 감상하면서 그림까지 그려 본전을 단단히 뽑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배 화가는 어렵게 느껴지는 '개념미술'을 친근하게 보여준다.

배인석_강주룡의 고무신_캔버스에 유채_60.6×50cm_2024

미술작품이 대중성을 획득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도 '개념미술'이란 제목을 내걸면 더욱 그렇다. 가령 '권태'라는 추상 개념을 평면으로 표현하는 건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배 화가가 회색을 많이 써 빈 의자를 그린 '권태'(2021년)는 지겨워하며 붓질한 듯한 질감을 보여준다. 컵을 빠져나온 물은 여전히 부피를 유지한다('빈 컵' 연작). 중력을 거역한 형상이지만, 아주 짧은 순간엔 가능하기에 과학성을 유지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건 배 화가가 내놓은 작품 설명과는 결이 다르지만, 이런 해석 확장이 작품을 볼 때 얻는 쏠쏠한 재미라는 걸 말하고 싶다. 배 화가는 개념미술을 세상과 나누는 일을 하면서 유효타를 잘 날리는 중이다.

그는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을 통해 능청을 부리고, 웃음을 유발하면서 유유자적 헤엄친다. 미립자 세계부터 은하계 운동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다. 발뿐만 아니라 머리 쓰는 일에도 마당발이다. 매력 있다고 너무 얼굴을 들이밀지 마시라. 폐부를 따끔하게 찌르는 가시를 여기저기 숨겨 놓았으니 조심도 해야 한다. ■ 서부국

Vol.20240121b | 배인석展 / BAEINSOEK / 裵仁錫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