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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이 전시는 전주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 공연영상사진학과 석사학위청구전입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교동미술관 2관 Gyo Dong Museum of Art 전북 전주시 완산구 최명희길 25 Tel. +82.(0)63.287.1244 www.gdart.co.kr @gyodongart
사람이 머물고 문화가 흐르는 편의점의 거침없는 진화 속 낭만 ● 어느 날, 제주를 여행하다 '바다에서 선박을 안전하게 안내하는 것이 등대라면 육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비게이션, 이정표, 신호등, 시각장애인 안내견... 문득 도시의 빌딩 1층 한자리 혹은 동네 귀퉁이에서 24시간 빛을 발하고 있는 편의점이 떠올랐다. 우리 세대에 있어 편의점과의 인생 첫 만남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판매하는 물건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명시된 소비자 가격 그대로가 판매가였기에 자주 들르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편의점들은 예전 나들가게가 있던 자리 대부분을 차지하고 앉아 접근성이 탁월하고, 1+1, 2+1의 할인행사, 다양한 서비스와의 결합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재주를 겸비했다.
편리함을 개념으로 도입된 소형 소매 점포인 편의점. 주로 역 주변이나 도로변 등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입지하여 장시간 영업을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체제로 생필품을 판매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은 점포도 있다. 요즘은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 무인 가게가 많이 늘고 있는 추세이고, 앞으로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는 무인 자율주행 편의점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편의점의 외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변신하는 편의점의 '덤' 형태의 서비스, 그리고 한 여름 밤 맥주 캔 하나를 놓고 지인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사람들 곁으로 바짝 다가선 편의점의 '낭만 24시'를 샅샅이 뒤져보았다.
편의점의 모체는 1927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설립된 사우스랜드 제빙 회사이다. 초기에는 회사 이름대로 얼음을 주로 팔았지만,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하는 시간적 이점을 이용하여 빵이나 우유 따위의 간단한 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이것이 편의점으로 발전하게 된다. 당시에는 그 정도로 긴 영업시간은 전례가 없던 일이었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 1974년에 미국의 세븐일레븐과의 합작을 통해 일본의 세븐일레븐이 탄생하게 된다. 국내의 편의점은 1980년대 초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등 해외 업체들이 처음 선보였고, 1990년대가 되어서야 지역 회사들은 그들만의 편의점 체인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1982년 서울에서 문을 연 '롯데세븐' 1호점이 우리나라 최초의 편의점이라 할 수 있겠으나, 3호점 이후 1984년 적자를 남긴 채 3개 점포 모두 폐쇄하고 만다. 1985년 세븐일레븐 국내 1호점은 서울 올림픽점으로 현재까지 영업 중이다.
1992년 드라마 '질투'로 인해 편의점 붐이 일어났다. 극 중 주인공들이 컵라면과 김밥을 먹으며 데이트하던 곳이 바로 편의점이었다. 컵라면을 슈퍼마켓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 즉석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당시엔 꽤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편의점이 처음 생겼을 때는 젊은이들의 맞춤 공간이라는 인식이 꽤 강했으나 현재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한국에서 편의점 성공에 기여한 요인 중 하나는 빠르게 증가하는 한국의 도시 인구였다. 또한 신선식품과 즉석 조리식, 심지어 현장에서 데워 먹을 수 있는 배부른 식사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다양한 상품을 제공했다. 이것은 바쁜 직장인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2000년대 초, 편의점들은 ATM 기계와 전신환과 같은 금융 서비스를 포함하기 위해 서비스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일부 상점들은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그것들을 그들의 집으로 배달하도록 허용하면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는 한 끼의 식사와 유명 카페 못지않은 달콤한 한 잔의 커피를, 또 누구에게는 시원한 맥주로 이웃들과 소통의 시간을 제공해 주는 편의점. 낮에는 본연의 형태로, 밤에는 켜진 불빛이나 점멸등의 깜박거리는 섬광으로 길을 인도하는 바다 위 등대처럼 편의점은 육지에서 밤낮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물품을 제공해 주고, 어두운 밤이나 낯선 곳에서는 덤으로 안락함과 안도감까지 들게 해 주는 신 플랫폼 역할까지 한다.
이번 작업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편의점, 우리나라식의 편의점, 한옥 기와를 올린 편의점, 제주 전통 가옥 편의점 등 기록하고 기억할 가치가 있는 편의점을 찾아 앵글에 담았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물건들, 시간 절약을 위해 결합 된 또 다른 서비스, 마지막으로 편의점에서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어색해하지 않도록 관찰자가 되어 엿보는 듯한 느낌으로 작업을 이어 나갔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이며 예술평론가인 수전 손택(Susan Sontag)은 이미지에 노출된 누군가의 삶이 소비의 수단이자 구경거리가 되는 것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물론 그 당시와 상황은 다르지만 나 또한 프레임에 담긴 그들이 웃음거리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타인으로 보고 나만의 창의성과 관점을 사용하여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자 노력하였다. 현장에서는 카메라를 의식하는 업주들이 생각 외로 많았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는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수없이 들었으며, 반대로 자신의 편의점이 조금 더 멋지게 나오기를 바라며 배려를 아끼지 않는 분도 계셨다. 프랜차이즈라 똑같지만 조금은 다른 특별한 편의점을 만났을 때 밀려오는 그 쾌감 또한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결과물로 나온 편의점 수는 약 40여 곳이지만 탐방한 편의점 수로 치면 150여 곳은 족히 될 것 같다. 세븐일레븐 본사는 2번이나 찾아 1시간 반을 기다리며 이방인 대접을 받았고,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함께하는 카페 '아이 갓 에브리씽'과 비슷한 운영체계를 갖춘 편의점도 있어 사전에 동의를 구하고 촬영도 했다. 결국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과 달라 전시장에서 빛을 발하지는 못하지만 카메라 앵글에 V를 들어준 고마운 친구들이 그곳에 있었다. 24시간이라는 이점이 있는 편의점은 하루 중 어느 때나 찾아갈 수 있어 좋긴 했지만, 외관을 찍을 때는 그 편의점만의 특성을 보여주기 좋은 시간대를 정해서 길을 나섰다. 그리고 사전에 인터넷 검색의 덕을 톡톡히 보았으며, 손전화의 '로드뷰'를 통해 방향을 대략 설정하고 가긴 했지만 현장은 그리 만만치 않은곳도 많았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서울에 가면 가끔 친구와 제주에 가면 아들을 만나 동행했다. 한두 곳을 찍을 줄 알고 동행했다 하루종일 편의점 앞을 서성거리는 나의 모습에 격려와 함께 볼멘소리도 내뿜었다. 하지만 난생처음 북악스카이웨이에 올라 장대비도 맞아 봤고, 제주에서는 항공 스케쥴까지 변경해가며 촬영에 집중을 가했다. 그때 나는 붉은 깃발을 든 투우사 같았다.
홀로 가끔은 가족 · 지인들과 함께 찾아 나섰던 그 길, 편의점이 현대의 인간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인 소통의 공간인 '핫플'로 등극하였음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만물백화점이자 더 나아가 문화와 낭만이 공존하는 보물창고이며, 앞으로 더 다양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 상품들과 서비스로 채워질 것이라는 확신도 든다. "시간 절약"을 기본으로 해온 편의점에서 이제는 '시간 소비'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편의점. 앞으로도 편의점들은 경쟁에서 도태하지 않기 위해 무한 변신을 거듭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작업하는 기간 동안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지도해 주신 박승환 교수님과 곁에서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 김갑련
Vol.20240102b | 김갑련展 / KIMKABRYEN / 金甲蓮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