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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_제주문화예술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밈 GALLERY MEME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3 Tel. +82.(0)2.733.8877 www.gallerymeme.com
담(譚)의 틈 : 펼쳐진 풍경 속 은폐된 이야기 ● 오미경은 2006년 개인전 [Souvenir]부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는 한지에 분채를 녹여 여러 번의 덧칠로 발색하는 방법을 고수하면서도 점차 종이에 펜, 콜라주, 아크릴 등 다양한 매체 실험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확장해 왔다. 그의 회화적 소재는 자신의 고향 제주의 (자연) 환경과 인간 삶의 흔적으로서 제주 섬, 그리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곳에서 살아온 자들과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자들의 존재성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발원한다. 작품 속 여러 인물은 자연물과 엮여 존재한 자들, 식물로 형상화한 인물, 제주의 전통 도구를 지니는 상상적 인물들로 형상화되며,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관찰자라는 이중의 역할을 떠맡는다. 또한 화면 속 숲과 마을의 장면들은 여러 이야기가 쌓이면서 시간의 다채로운 층위를 형성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끝나지 않는 끝말잇기 같다. 이 이야기는 어떤 장소에 기반을 둔 시· 공간의 문제, 인간 존재성, 상상적 존재, 그리고 기억의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조망함으로써 펼쳐진다.
이번 2023년의 전시 [잊힌 것들의 밤]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끊기지 않는 선들로 이루어진 식물들과 공존하는 망자를 묘사한 「그들이었던 우리는 갓 태어난 숲에 몸을 담그고」(2023)이다. 탱화의 구도가 나타나기도 하는 이 시리즈는 작가 특유의 드로잉 선이 식물과 엉키면서 식물의 면, 더 나아가 숲의 단면을 묘사하며 깊은 공간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장면은 20여 년 전부터 차곡차곡 쌓아왔던 작가만의 사건과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으로 덤불의 형상적 특징은 사라져(잊혀져) 가는 인물들에 빗대어 자아를 표현하는 자화상 시리즈들과 연관된다. 마른 줄기와 뿌리, 잎, 가지, 빛바랜 껍질, 주름, 식물 성장의 부산물들은 인물화의 주된 요소들이며, 이렇듯 철 지난 자연의 부산물을 엮어 이루어진 인물들은 그 자체로 인물의 시간, 그리고 그 시간 속에 각인된 대상의 흔적에 대한 기억의 소환을 상징한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보려다 도리어 엉켜버린 얼굴-덤불 형상은 가는 선으로 뭉쳐 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고자 시작한 선은 무수한 선이 엉킨 얼굴로 탄생하면서 현존재의 선험적 구조로서 공-존재성을 드러낸다. 이렇게 그려진 자들은 섬에서 살아온(왔던)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가 온전히 세상에 표면화되지 못한 존재로서 메마른 덤불처럼 나타난 인물들이 이번 전시에서는 더욱 화려한 색채로 '숲'과 잘 자란 '풀잎'의 느낌처럼 묘사되었다. 이렇듯 오미경은 20여 년 전부터 철저히 제주의 환경적 요소의 소재들을 적용한다. 2006년의 「Souvenir」들을 살펴보면, 여러 작품에서 푸른색, 초록색, 혹은 노란색 계열의 면이 배경을 이룬다. 이 배경은 면이 분할되는 방식보다는 쌓아 올리거나 배열하는 방법으로의 '구축', 즉, 분할된 면의 요소들이 층화되어 공간을 구축함으로써 구성된다. 각 '면'은 '흔적'으로서 색과 농도의 차이가 제각각이다. 마치 제각각의 돌이 쌓임으로써 나타나는 단면들처럼, 구축된 면들 사이의 틈은 화면(공간)의 숨을 열어 놓으며 공간성을 담지한다. 화면의 꽉 찬 구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이 편안한 데는 여러 이유(선의 움직임, 친숙한 소재, 색의 농도 등)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 '틈'으로부터 비롯된 '공간성'에 기인한다.
섬의 지리적, 환경적 특징으로 묘사된 인물들은 이들의 초상화뿐만 아니라 이들이 살았던 장소들과 교묘히 결합하여 어떤 '존재자'가 된다. 작가는 섬에 존재해 온 존재자와 내밀하게 연결된 섬의 풍경을 마주한다. 그는 평소 산책하며 마주한 풍경을 화면에 구성하고, 그 섬에 존재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인식할 수 없는 대상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틈이 있는 덤불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속에 은신해 있는 '나' 혹은 그 안에서 감시하는 '나'로 분화된다. 다시 말해 수풀을 보는 시선과 수풀에서 보는 시선이 교차한다. 이렇듯 덤불은 서로를 이으며 공간을 구성하고, 그 공간의 틈 '속'에서 '내다보고' '은신하는' 사이 존재를 만들어낸다. 그 사이는 기억의 저편만큼이나 듬성듬성하다. 작가는 화면을 교차하는 반복된 선을 통해 시공간을 채우는 기억의 동선을 오버랩한다. 그래서 '그곳에 있는 자', '내다보는 자', '두려운 자', '회피하는 자', '방관하는 자' 각각은 숲'에서' 혹은 숲'을' 보는 현재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 가시덤불과 나무들이 혼재되어 있는 숲지대 곶자왈이 종종 묘사되는 화면 안에는 섬에 있었던 자들, 섬에 있는 자들, 그리고 응시하는 자(나)가 덤불처럼 뒤엉켜 있다. 무명의 무덤가를 에워싼 나무가 뿌리 내린 곳부터 수풀 안에서 존재하는 유령들과 같은 형상의 망자들, 여러 흔적(뼈, 돌, 메마른 가지들, 나무, 덤불 등)을 통해 작가는 섬의 역사에 관한 부단한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섬이 간직한 아픈 기억을 상기시킨다. 그의 그림에서 묘사되는 그곳은 4·3으로 잃어버린 마을이다. 그 결과 섬과 그곳의 존재자들에 대한 부분적인 기억(souvenir 수브니르)은 서로 연관되어 그것들을 무의식적으로 담지하고 있는 전체 기억(mémoire 메모와르)의 차원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전체 흔적들이 제주 섬의 이야기 즉, 역사를 이룬다. 숲에 살고 그들이 있는 장소와의 관계를 통해 다양하게 묘사되는 생명적 존재자들은 죽음과 환생이라는 영원 회귀적 역사와 신화를 암시하는 장면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 속 펼(쳐)진 풍경은 그 풍경의 이면에 잠재해 있는 감춰진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 화면에 이야기의 연속성이 불가능하듯, 그는 공간을 분할한 종이를 선택하여 벌어진 간극 이상으로, 관객 스스로 그 이야기의 관계성을 잇게끔 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숲의 진혼」(2023)은 자연도감처럼 펼쳐진 「사라지며 존재하는 것」(2021)의 반복된 상징적 오브제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구성하며 단편 시리즈처럼 나타나고 있다. 즉, 「사라지며 존재하는 것」(2021)이 한 화면에서 단편적 이야기가 펼쳐지며 증축되었다면, 「숲의 진혼」(2023)은 화면 자체를 독립시키는 단편 시리즈로 전개된다. 인간 형상처럼 보이는 인물들은 제주도의 전통적인 제의복을 입기도 하고, 동물의 탈을 쓰기도 하고, 식물로 뒤덮여 있기도 한 '동식물-인간'의 유형을 하고 있다. 때로 파편화된 신체, 동물, 식물, 뱀, 그리고 잔뼈들은 이러한 '동식물-인간' 유형을 드러내는 주요한 오브제들이다. 신화 같은 존재로서의 인물들, 그러나 이들이 지닌 상징적 오브제들은 제주도 농민이나 어부들이 사용하는 도구(무구)이다. 제주도의 환경, 그리고 긴 역사 가운데 죽은 자들의 흔적(뿌리-뼈, 근육-가지)이 있다. 펼쳐진 이야기는 하나의 존재자로 존재하기도 하고(분할), 서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전개(증식) 되기도 한다.
오미경은 자신이 살았던 터전의 요소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이러한 환경적 요인들과 자신이 살아온 시간(삶) 속에서 지나온 시간(옛 사건들)을 회화적 소재로 전환시킨다. 카드나 엽서의 시리즈처럼 끊임없이 연결되는 이야기 구성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건의 단면들이 섞이며 '하나'이자 '여럿'으로 가능하게 되는 시간의 종합을 열어 놓는다. 숨겨진 사건들은 펼쳐진 풍경으로, 펼쳐진 풍경은 다시 새로운 이야기(신화)로 탄생한다. 이로써 오미경은 시간과 사건의 '틈' 사이에 은폐된 기억들을 탈은폐화 시킴으로써 우리 각자의 진실의 이야기를 회복시키길 감각적 우회로를 통해 권하고 있는 것이다. ■ 양초롱
숲과 덤불에서 지속적인 흔적 찾기를 통해 풍경과 장소의 잊힌 것들을 묻는 시도는, 떠나 온 섬을 바라보는 여정 속 유랑 혹은 유영으로 다른 장소에 거듭난다. 기억이 무한한 것은 그것을 응시하는 작은 영혼들의 관계를 끌어안기 때문이다. ● 섬에서 뿌리 찾기는 새롭게 마주한 풍경에서 발견되는 장소성을 통해 다시금 가지를 뻗는다. 거듭나는 시선을 통해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이며, 어디에서부터 여기 이어졌으며, 이어진 그 흔적이 원래 있던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지, 만약 기억에 있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인지' 물음을 잇는다. 『잊힌 것들의 밤』은 섬에 존재해 온 대상으로부터 연결된 다른 장소와 풍경에 다시금 온전히 마주하며, 근원의 더 깊은 근원을 묻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그것은 죽음과 환생으로써 어떤 역사와 신화를 다시 암시하며, 앞으로 지속될 장소의 내밀한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풍경 그 장소에 서서 느끼고, 반응하고,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찾는 것은 불편하지만 차마 지나칠 수 없는 함의에서 출발한다. 섬의 토대 위 성장해 온 자취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숱한 길 위에 무심히 가려지기도 한다. 기억 저편에서부터 비롯된 개인의 시선과 역사적인 반추로부터 다시금 가지를 뻗어내릴 수 있는 것. 떠나 온 다른 장소에서 늘 그곳을 잇는 바람이 매일의 하루에 스미고 있다. ● 어디에 있던 그 지역과 장소는 섬으로부터 자라난 정체성에서 비롯된 현 존재의 물음을 지속 가능케 한다. 삶에 아직 남은 흔적을 찾는 것은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잊힌 다른 작은 이야기들이 거기 무수히 서려 있음을 바라보는 일. ■ 오미경
Attempts to query the forgotten sources of landscapes and the continued search for traces in forests and bushes, are repeated in various places on the voyage of looking back at the island from which I departed. Memory is infinite because it embraces the relationships of small souls staring at it. ● The quest for the island's source begins with the place discovered in the newly confronting landscape. I question, "Where the people have gone, where are the places that led them here, what is left of them where they left and where they were, and ultimately if the previous place where they resided will continue its existence in memory?" The intention of capturing the will to ask for a deeper source of the source, facing the place and scenery associated to the artifacts that have existed on the island, was relfected in the Night of the Forgotten. History is repeated in death and rebirth. I attempted to recall the intimate movement of the location that will last in the future by repeating death and reincarnation. ● Standing in a place of scenery, feeling, reacting, and figuring out who I am is uncomfortable. But it all begins at a place that I can't bear to pass. Many roads obscure the vestiges of the island's history that have developed on its skeleton. I want to extend branches again from the individual's gaze and historical ruminations from the other side of the memory. ● The desire to lead from the other places I left to the place, the source, permeates every day. I'm driven by the urge to show others the way back to the location, the source, from wherever they may be now. No matter where I am, the island's influence ensures that the question of existence will always be relevant. Finding traces still left in life, that is, looking at countless forgotten little stories, is something I will continue doing in the future. ■ OHMIKYEONG
Vol.20231129h | 오미경展 / OHMIKYEONG / 吳美炅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