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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경 인스타그램_www.instagram.com/kunstvoid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_제주문화예술재단
관람시간 / 09:00am~05:00pm
돌하르방미술관 Dol-hareubang Art Museum 제주도 제주시 북촌서1길 70 Tel. +82.(0)64-782-0570
기억 – 공간 Memory – The space ● 빈 공간 사이로 연결되는 시선은 선과 면이 다닥다닥 붙어나감으로써 어떤 경험의 존재 이후 시간의 영속성을 이야기한다. 마치 식물과 닮은 구석이 있는 증식하는 공간에는 그 구석들의 틈 사이로 이름 모를 풀이 돋아난다. 못다 한 말이 화면에 교차하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기억의 동선이 형성됨으로써 잊힌 감성을 수집하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거나 흔적으로만 남은 대상과 장소의 변주로 드러남의 의미가 있다.
작은 면에 부유하는 이미지들은 닮은 심상의 색 면과 마주 보기를 한다. 마치 중얼거리며 색종이를 접었다 펼치는 끝말잇기를 닮았다. 이 모두의 연결은 이처럼 잊힌 풍경을 통해 이어지는 혼잣말에서부터 비롯된, 기억과 흔적이 모여 자라나는 섬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반복되는 풍경 너머 이를 주시하는 어떤 존재가 그곳에 있다.
불면의 밤 Insomnia ● 선에 얽힌 얼굴은 여기 살아오는 존재다. 펼쳐진 상황을 목도하여 불어나는 얼굴들은 기억이 자라나는 공간 같다. 한데 섞여 서로를 찾고 밀어내는 불면의 아우성으로 그들은 좀체 편치 않다. 이는 어렵게 이어 온 시간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는 모두의 자화상이다. 형제로부터 부정된 어떤 이의 변사, 살아있으나 지금은 잊힌 한 사람이 가족에게 감금되어 남은 삶을 잇는 폭력을 나는 기억한다. 한 인간의 생을 바로 보아야 함은 기억으로 빚은 역사를 진실로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음을 암시한다. 이처럼 세상에 드러나기 힘든 불완전한 얼굴들은 살아있음으로 시련을 맞이하며 삶의 흔적을 부단히 찾고 있다. 이 불편함으로부터 생존을 잇는 수많은 객체들이 하나의 주체를 이루며, 경계 없이 펼쳐진 현실 너머를 응시해야 하는 것은 어떤 임무일지 모른다. 이 시간이 지속되는 한 우리는 물음을 잇는 불편한 밤을 지샐 수 밖에 없다.
응시 – 환생 Gaze – Reborn ● 내리지 못한 뿌리로부터 줄기와 잎, 풀숲이 자라난다. 살아 견뎌왔으나 온전치 못한 생장은 거기 존재하는 풀숲의 시선으로, 외부를 응시하는 길 잃은 자의 독백 같다. 섬의 가깝고 먼 시간을 오랫동안 주시해오는 그는 지금을 밝히는 과거의 사람 혹은 미래를 목도하는 예언자다. 어떤 부분은 감춰지고 어떤 부분은 드러난다. 숨은 형상은 식물의 형태와 하나로 겉으로 보기에 은신해 있지만, 수풀 안에서 보는 시선-수풀 안에 보이는 시선을 통해 우리는 보일 듯 말 듯 통로를 형성한다. 이는 공포의 순간을 견디는 바라보는 눈으로서 섬의 역사에 관한 부단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승을 떠나지 못한 영혼은 오늘도 그 자리에서 도무지 알 수 없는 운명을 응시하고 있다. 치유 없이 꿈꾸는 반복되는 삶의 순환 저편, 체념할 수 없는 자의 시선이 기록된다.
숲의 영혼 Spirits of the Forest ● 풍경은 거기 보이지 않는 지난 시간을 재생함으로써 우리는 장소를 바라보는 시선의 관계를 조망할 수 있다. 이는 거기 잊힌 대상들과 연결된 보통의 풍경을 지속적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섬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수풀 빈터에는 모든 것을 죽 지켜보아 온 흔적이 서려 있음을 묵시한다. 이는 하나의 풍경-하나의 시선-하나의 순간에 머물며 섬의 근원을 찾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눈은 '봄'을 넘어선 '바라봄'의 주체가 된다. 풍경을 기억하는 것은 인간의 얼굴 표면을 기억하는 것과는 다른 것처럼. 이로써 섬의 풍경은 스침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며 생성하는 '장소 되기'로 존재한다. 또한 풍경 그 순간에 머물며 흩어진 흔적을 찾는 사유를 통해 '여기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다가오는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우리에게 묻는 풍경화가 된다.
어떤 영원 Some Souls ● 숲에 사는 형상들은 그들이 머물던 장소와의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성과 소멸을 나타낸다. 기억은 마치 눈으로만 볼 수 없는 속살을 바라보는 것처럼 숨은 대상 혹은 남겨진 흔적으로 숲에 사는 영원한 것들을 표현하였다. 분명히 여기 존재하였으나 겉으로 알아차릴 수 없는 대상은 긴 밤 빛에 서린 그림자로 곳곳에 깃든 사실을 우리에게 전한다.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흔적은 거기 있는 것일까. 기억에 있다면 더욱 존재하는 것일까. 다시 그들은 여기 태어나는 것일까.
우연한 곳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죽음과 환생으로써 어떤 역사와 신화를 암시하며 앞으로 지속될 섬의 내밀한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거기 살아있는 무수한 호흡과 울림이 숨은 기호가 되어, 존재 찾기와 바라보는 시선이 무얼 향하고 어디로 맺히는지 이야기한다. ■ 오미경
Vol.20211107c | 오미경展 / OHMIKYEONG / 吳美炅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