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경, 우연히 중고등학교 학생시절에 읽었던 근대소설을 다시 읽게되면서, 소설의 배경인 근대에 존재하던 문제들이 오늘날 환경과 조건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유효함을 발견하고, 결국 인간과 인간 사이, 또 사회에 내재하는 모든 문제들의 근원은 시대가 변화여도 동일하다는 생각에 그해, 'It Will Be a Better Day_근대소설' 시리즈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윤정미_포구의 황혼_C 프린트_80×106.7cm_2023

윤정미_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_C 프린트_100×133cm_2023

윤정미_모란병_C 프린트_80×120cm_2023

윤정미_밀림_C 프린트_80×112cm_2023

그 결과물인 '근대소설'에 관한 연출사진 작업은 처음으로 2008년 두아트 갤러리에서 개최된 그룹전 'B-Side'에서 처음 선보였다. 'B-side' 란, 카세트테이프나 LP 판의 A-side 와 B-side 에서 유래한 단어로, 작가들마다 대표작이라 불리는 시리즈 작업, 즉 A-side 외에도 그 작가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작업시리즈를 보여주는 전시였다. 당시 나는 '핑크 앤 블루 프로젝트'로 알려졌으나, 새로운 작업을 모색하던 시기였다. 이후 근대소설 작업을 추가하여 2013년에 '갤러리 담'에서 'It Will Be a Better Day_근대소설' 시리즈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개인적으로 설립한 독립출판사 '핑캔블루'에서 근대소설 사진책을 출간하였다. 이어서, 2015년에는 전주의 '서학동 사진관'에서 동일전시를 하였으며, 2016년에는 '앵글에 담긴 근현대 한국문학'이란 제목으로 본 한국근대문학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윤정미_박명_C 프린트_60×45cm_2023

윤정미_송뢰금_C 프린트_80×106.7cm_2023

윤정미_재생_C 프린트_80×120cm_2023

윤정미_중국인 할머니_C 프린트_80×106.7cm_2023

이번 '사진으로 읽은 인천 근현대소설' 전시는 한국근대문학관에서 '2020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와 '인천문학기행' 책에서 소개한 인천을 배경으로 집필된 한국 근현대문학 16편 중 15편 ('빈상설' (이해조 지음, (1907)), 송뢰금' (육정수 지음 (1908)), '모란병' (이해조 지음, (1909)), '재생' (이광수 지음, (1924)), '인간문제' (강경애 지음, (1934)), '밀림' (김말봉 지음, 1935)), '박명' (한용운 지음, (1938)), '바닷가 소년' (한남규 지음, (1963)), '중국인 거리' (오정희 지음, (1979)), '포구의 황혼' (이원규 지음, (1987)),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1975)), '새벽 출정' (방현석 지음, (1989)), '중국어 수업' (김미월 지음, (2009)), '모두 깜언' (김중미 지음, (2015)), '중국인 할머니' (백수린 지음, (2015)) 을 읽고, 그 근대소설의 인상깊은 한 장면들을 각색하여 연출사진으로 제작하였다.

윤정미_새벽 출정_C 프린트_80×106.7cm_2023

윤정미_빈상설 02_C 프린트_80×106.7cm_2023

윤정미_중국어 수업_C 프린트_80×120cm_2023

윤정미_중국인 거리_C 프린트_80×106.7cm_2023

이번 작업들은 촬영에 앞서서, 내 안에서 그 소설의 장면을 내재화하는 작업이 우선되었다. 즉 소설을 읽으면서 그 소설에서 인상깊은 장면을 선정하고, 어떤 장소에서 어떤 배우를 캐스팅해서 어떤 옷, 어떤 소도구를 사용해서 어떻게 찍을 것인가를 구상하는 단계가 가미되어 나로서도 평소와는 다른 이질적이면서, 또한 즐거운 제작과정이었다. 즉 연출에서부터, 로케이션 구하기, 배우 캐스팅, 의상, 소도구 등을 직접 구해야하는 부분 등 과정별 작업이 추가되어 힘들기도 하였지만 하나의 종합 예술을 구성하는 듯한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고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며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촉발시켰다.

윤정미_모두 깜언_C 프린트_80×106.7cm_2023

윤정미_기도하는 마음_클레이_2023

윤정미_..으로부터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3

한국근대문학관의 기획으로 인천을 배경으로 한 훌륭한 한국 근현대문학과 작가들을 만나게 되었으며, 또 그 문학 속의 장면들을 사진으로 작업하며 시공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인간 본연의 문제군과 감정을 마주하고 표현할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내 자신이 한층 성숙해지고 깊어지는 값진 시간을 보냈다. (2023) ■ 윤정미

Vol.20231124c | 윤정미展 / YOONJEONGMEE / 尹丁美 / photography.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