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계곡에 터를 잡고 On A Clear Valley

유혜경展 / YUHAEKYUNG / 劉惠鏡 / painting   2023_1117 ▶ 2023_1203

유혜경_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 터를 잡고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221017g | 유혜경展으로 갑니다.

유혜경 인스타그램_@yu_hae_kyung

작가와의 대담 / 2023_1125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1:00am~12:00pm / 01:30pm~06:00pm

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27-6번지) 도올빌딩 2층 Tel. +82.(0)2.739.1406 www.gallerydoll.com @gallery_dohl

유혜경에게 산은 중요하다. 그만의 진경眞景을 만드는 형태로서 평면 어디서나 드러나 실내의 공간과 섞인다.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것처럼 환영에 가까운 연출로서 여러 장소의 경험이 뒷받침된다. 낯익지만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장소의 확인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현실과 닮아있는 공간이다. 조용하지만 끊임없이 움직임이 예측되는 형태로서 차분하게 올라오는 안료의 색이 곳곳을 뻗어 나아가는 준법皴法과 어울려 묘한 풍경을 만든다. 가보지 않아도 상상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 이상향의 추구는 작가가 작업을 하게 만드는 계기로서 실재의 바탕 위에 어떠한 바람을 실현되고픈 가능성이 포함된다.

유혜경_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 터를 잡고_ 나무, 부직포에 분채채색, 혼합재료_161×150cm_2023
유혜경_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 터를 잡고 Ⅲ_ 장지에 채색, 아이소핑크_152×88cm, 가변설치_2023

단순하게 바쁜 현대인을 이곳에 넣으려는 것일까? 익명의 인물들은 멀리서 행동이 관찰된다. 정신적 바람은 구체적 공간으로 변화한다. 실내의 장소, 수직 수평과 만나는 책가도의 연출은 현대 건물이 연상되며 그간의 경험, 작가만의 감성은 추상과 사실이 공존하는 신비한 장면을 만든다. 이제는 앉아서 못할 것이 없는 세상처럼 의식의 공간은 그림이 된다. 자연과 문명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는 자연스레 만나며 옛것과 지금의 것은 어울려 그림으로 드러난다.

유혜경_기억을 담은 책가도 Ⅰ_장지에 채색_170×360cm_2023
유혜경_기억을 담은 책가도 1_장지에 채색_170×120cm_2023
유혜경_기억을 담은 책가도 2_장지에 채색_170×120cm_2023
유혜경_기억을 담은 책가도 3_장지에 채색_170×120cm_2023
유혜경_기억을 담은 책가도 Ⅱ_장지에 채색_170×360cm_2023
유혜경_기억을 담은 책가도 4_장지에 채색_170×120cm_2023
유혜경_기억을 담은 책가도 5_장지에 채색_170×120cm_2023
유혜경_기억을 담은 책가도 6_장지에 채색_170×120cm_2023

보이지 않는 이상향의 추구, 전통의 산수화가 산을 통해 유토피아를 지향했다면 작가는 그 바람을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자유로운 생각을 펼친다. 물질문명의 상징이 연상되는 한 부분을 연결한다. 또한 설치 작품을 통해 선조들이 보여 주었던 예술성, 가치관을 구체적으로 선보였다. 전시장을 유유히 흐르는 부조의 산은 평면 그림에서 벗어나 입체로 드러난다. 이곳에서도 상상 속 산해경(山海經)의 제강(帝江)을 만날 수 있다. 설치 작품은 실현의 가능성을 잠시나마 쉬면서 바라보려는 차경(借景)을 해석했다. 다수 간의 관계 시점과 개별적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산을 보여준다.

유혜경_스스로 자라는 산 Ⅰ_장지에 채색_66×48cm_2023
유혜경_스스로 자라는 산 Ⅱ_장지에 채색_66×48cm_2023
유혜경_고하선경도 高下仙境圖_장지에 채색_170×120cm_2023
유혜경_일상과 상상_장지에 채색_91×73cm_2023

「산중한담도(山中閑談圖)」는 작가의 내면이 엿보이는 장소로서 제강과 대화를 나누는 인물이 있다. 작가의 그림은 전통을 이으며 현재의 예술관도 놓지 않는다. 그의 존재를 세상에 이입시켜 풍경들 속에 은유한다. 자신도 모르는 경험이 돌아오는 감각을 최대한 발휘하여 풍경 안에 담으며 이성적으로 차분히 감성을 표현하는 풍경이다. 여전히 실천되는 소요유(逍遙遊)의 정신으로 자연 속에서 나를 가다듬어 그곳의 무해를 느끼고 위로를 받는 나를 그림으로 전달한다. 더 나아가 관람객과의 소통은 작가가 바라는 목적이다.

유혜경_산중한담도 山中閑談圖_장지에 채색_60×60cm_2022
유혜경_청명(淸明)한 응집_장지에 채색_60×60cm_2022
유혜경_추경산수도 秋景山水圖_장지에 채색_60×60cm_2022

상상이 구체적인 생각으로 변화하여 욕망으로 실현될 때 그 실현물은 사회를 채우며 기존 문화에 흡수된다. 오늘이 어제가 되는 순간은 전통이며 흐름은 갈수록 빨라진다. 개인의 일상이 사회적 흐름과 맞물려 돌아갈 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것들도 많아졌지만 반대로 지켜야 하는 것과 받아들여하는 하는 선택의 고심도 늘어나는 것이 최근 예술가들의 숙제이다. 닮으나 지나치게 다르면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한국화의 성격을 알고 작가는 고민한다. 전통의 힘은 강하다. 이어야 하는 것과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에서 오는 과제들을 안고 작가는 다시 산으로 향한다. 매 순간 달라지는 감정을 느끼며 그곳에서 무엇을 바란다기보다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은 재충전의 기회가 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전통을 다시 생각한다. 자연의 대한 존중, 생명의 무한함과 유한함을 진경 속에 넣어 본다. ■ 신희원

Vol.20231117f | 유혜경展 / YUHAEKYUNG / 劉惠鏡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