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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3_1121_화요일_03:00pm
관람료 / 1,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전남도립미술관 Jeonnam Museum of Art 전남 광양시 광양읍 순광로 660 1~5 전시실 Tel. +82.(0)61.760.3242~3 artmuseum.jeonnam.go.kr @jeonnammuseumofart
황영성 회화세계의 주제는 '가족'이다. 60여 년 화업에서 일관되게 천착해 온 이 화두는 가슴 속 근원적 그리움에 바탕을 두면서 세상과 화폭을 잇는 다각도의 시선과 조형적 변주로 펼쳐져 왔다. 소박한 시골집 가족에서부터 대자연의 뭇 생명들로 확대되고, 마침내 삼라만상 천지만물을 품어 안는 생명공동체의 '우주가족'으로 확장되었다. ● 황영성 회화의 바탕에는 예술적 자유로움과 자기확장 의지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수업기에 접한 비정형추상의 과감한 표현행위와 예술적 일탈, 다른 한편으로 남도 정서에 바탕을 둔 자연과의 교감과 감흥, 이후 본격적인 자신만의 회화세계 탐구과정에서 점점 더 눈 뜨게 된 너른 세상과 만물 존재들의 공존의식, 뿌리를 두되 그에 매이지 않으려는 창작의 자유의지들이 어우러져 황영성 회화세계를 이루어 온 것이다. ● 황영성의 1960년대 청년기는 자연소재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호남 인상파류의 풍경화와 함께 빛과 색채의 흐름을 화폭에 녹여내는 인물화들이 대부분이다. 대상의 재현적 묘사보다는 그 회화적 분위기를 옮겨내는데 우선한 작품들인데, 대학 은사인 임직순의 주관적 감흥의 회화세계 영향이 짙게 묻어나는 시기다. ● 그러나 1970년대 들어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회화세계로 전환하여 향토적 소재의 회색조 평면회화들이 주류를 이룬다. 토속적 삶의 체취와 더불어 시골 초가의 구조적 조형미를 단색조 흙벽의 마티에르로 즐겨 다루었다. 이는 점차 초가에서 마을로 확장되고 1980년대 들어서는 너른 들녘을 조감하는 시점으로 변화하면서 녹색 주조색의 자연풍경과 동식물과 인간 삶의 무대가 한 화폭에 담기게 된다. ● 1990년대는 황영성이 바깥세상으로 시야를 넓히는 시기다. 유럽과 남미, 북미, 아프리카 등지 낯선 이국 여행과 잉카, 마야 등 고대문명 탐방을 통해 세상의 다른 모습들과 그 문화의 차이와 공통점들을 발견하고 만유공생의 세계관을 구체화하게 된다. ● 이를 토대로 2000년대는 천지자연과 세상만물이 저마다의 도상들로 하나의 만유공생 세계를 펼쳐내기에 이른다. 이 시기 다양한 재료와 묘법들은 모자이크식 단색조 캔버스 그림만이 아닌 종이 드로잉, 금속판 타출, 실리콘띠 구성, 미러볼 구성, 스티로폼 조형 등 매체와 조형기법에서 과감한 시도를 계속하면서 '우주가족' 개념으로 확대하게 된다. ● 황영성의 평생 화업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공동체 세상을 향한 염원의 조형적 승화 과정이다. 정신적 근원에 대한 본성적 그리움뿐만이 아닌 이를 끊임없는 조형적 변주를 통해 확장성을 가진 독자적 회화세계로 펼쳐내고자 하였다. 그 지난한 창작 여로의 호흡을 고르는 최근작들까지 60여 년 화업을 반추하는 이번 회고전은 한 화가의 만유공생 세계관과 평생화업의 대맥을 오롯이 음미해 보는 자리이다.
자연주의 구상회화 (1950년대 말-60년대) ● 황영성 회화의 수업기부터 화단 등단에 이르는 20대 청년시절 작품들이다. 광주사범학교 은사인 양수아의 일탈적 비정형 추상회화에서 창작의 과감한 자유의지를 배우고, 조선대학교 임직순 교수의 자연 교감과 감흥에 바탕을 둔 빛과 색채의 회화에서 주관적 재해석과 감성의 회화세계를 익혔다. 이는 이후 자유로운 조형적 해법과 자연생명 공동체를 주된 테마로 삼아 폭넓은 회화세계를 펼치게 되는 평생 화업의 밑바탕이 되었다. ● 이 시기 황영성의 풍경화는 남도 화단의 주류로 자리잡아 가던 자연주의 구상회화로서 호남 인상파 화풍을 따르면서도 그보다 더 과감하고 자유로운 붓질을 곁들인 주관적 표현성이 나타난다. 또한 인물화에서도 모델의 재현적 묘사보다는 실내 분위기와 인체 굴곡에 따라 빛의 흐름과 색채 효과를 담아내는 경우가 많아 임직순 회화의 영향을 보여주기도 한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반에 「병동의 오후」(1967)로 [국전]에서 첫 특선을 하였다.
회색빛 향토서정 (1970년대) ● 황영성이 기성 화단의 자연주의 구상회화나 스승의 영향에서 벗어나 주관적 조형 해석으로 독자세계를 모색하는 시기다. 대중정서에 맞닿은 향토적 소재이면서 그 토속 정취를 조형감각으로 변용시켜낸 회색조 초가 연작들이 이어진다. ● 시골마을을 돌며 수집한 초가들의 풍물과 가옥 구조와 소품, 소박한 인물들의 일상을 화폭의 조형적 구성효과를 고려하여 재배치하고 붓질이나 자연색을 절제한 회색 단색조와 흙벽의 마티에르로 촉각효과를 올린 것들이 대부분이다. 자연풍경으로부터 일상 공간으로, 서구식 인물 모델화에서 토박이들의 평범한 일상 모습들로 소재가 옮겨지고 색채나 화면질감에서 우리다운 것을 모색하였다. ● 이 모색의 시기에 「토방」(1971)과 「온고」(1973)로 [국전]에서 특선과 문공부장관상을 수상하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게 되고 독자적 회화의 길에 대한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화폭은 초가의 부분 구조와 농부 가족의 모습에서 자연풍경 속 마을로 점차 시야가 확대되고 조연이던 황소의 비중이 커지는 등 '소와 가족'의 화제가 가닥을 잡아간다.
녹색 들녘과 가족 (1980년대) ● 황영성의 화폭에서 대상의 단순 도상화와 회화적 평면성은 초기 구상회화 시기를 제외하고 늘 일관되게 나타나는 주요 특성이다. 특히 1980년대 들면서 마을과 산야를 넓게 내려다보는 부감 시점을 택하면서 화폭에 담는 풍경은 훨씬 넓어진다. 녹색 들녘과 바람과 강줄기가 율동감 있게 배치되고 여기에 초가마을과 농부 가족과 새들이 평화로운 전원풍경을 이룬다. 더러는 날개를 편 인물들이 새들처럼 무한 자유의 세계를 날기도 하는데, 중년으로 접어든 시기의 심적 안정감과 너른 세상을 향한 진취적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 이 평화로운 세계 안에서 초가와 황소와 가족이 모두 대등한 관계에서 생명공동체 세상을 펼쳐낸다. 범 자연적 세계와 더불어 한편으로는 좌판을 놓고 모여앉은 장터 사람들과 가축들도 한 무리를 이루면서 조형적 도상화만이 아닌 살가운 삶의 체취를 함께 녹여내기도 한다. 싱그러운 생명력의 기운을 품은 녹색과 안정감을 품은 회색, 천지자연 인간과 동식물이 한 가족으로 어우러진 목가적인 전원풍경의 신감각 조형화 작업이다.
이국여행 고대문명 탐방 (1990년대) ● 보다 너른 세상으로 향한 황영성의 진취적 의지와 세계관이 여러 외국 여행과 고대문명 탐방으로 펼쳐지는 시기다. 파리에서 1년여 체류하는 동안 서양미술의 발원지인 유럽 곳곳을 여행하고, 아프리카의 원시적인 자연이나 남미의 경이로운 마야 잉카문명, 북미의 인디언 루트 등을 여행하며 세계는 하나, 모든 생명존재가 한세상을 이루고 있다는 '세계가족'의 개념을 더 굳히게 된다. 고대와 현실, 원시 자연과 고대 유적이 신화적 요소의 도상들을 함께 담는 수많은 드로잉과 화폭들은 이 시기 작가의 외부 세계로 향한 관심과 상상력을 잘 보여준다. ● 조형적으로도 이국적인 풍경이나 천지 만물을 보다 더 간결하게 단순화시켜 도상화 하고 크고 작은 소재들을 공간 주머니처럼 군집을 이루게 하는 화면구성들로 세상 풍경을 한 화폭에 담는다. 시지각을 통해 감각하는 현실의 세상이 아닌 내면적 통찰과 조형적 해석으로 풀어낸 또 다른 화경(畵景)으로 독자적 회화세계를 더욱 확실하게 구축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만유공존 우주가족 (2000년대 이후) ● 황영성의 조형적 호기심과 탐구욕이 왕성하게 펼쳐지는 시기다. '우주가족'으로 확대된 천지만물 도상들은 무한 증식하듯 모자이크처럼 화폭을 채우고, 캔버스만이 아닌 종이와 금속판과 스티로폼, 미러볼 등 갖가지 재료와 매체들에 이를 펼쳐낸다. 삼라만상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한 가족이 되어 같은 크기 단색조 선묘나 색을 채운 도상들로 압축되고, 화폭의 일부만 다른 색으로 효과음을 내는 등 조형적 구성에서도 적극적인 탐구가 계속된다. ● 중첩된 종이를 기하학적 곡선으로 잘라 속지 일부 색을 드러내기도 하고, 가느다랗게 자른 실리콘 띠로 픽셀 같은 격자형 단위 면들 안에 구부려 넣어 잔잔한 음영효과를 내거나, 은색 알루미늄판에 작은 구멍들로 띠를 이뤄 도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나아가 평면 회화의 이탈과 매체의 확장은 스티로폼 조각으로 3차원 입방체를 이루거나, 매끄러운 곡면에 도상을 그린 미러볼들을 우주의 행성들처럼 허공에 매달아 시공을 초월한 무한세계로 나아가기도 한다. ●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명시나 중국 옛 한시의 글자들을 상형문자 같은 도상들로 변이시켜 대형 캔버스 가득 격자형으로 배치 서술하는 '문자도'도 이 시기의 문학과 회화를 접목시킨 독특한 연작들이다.
멈춤 없는 화업정진 (최근작) ● 황영성의 60여 년 평생화업은 팔순이 훨씬 지난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월 따라 기력이 다소 약해져 작업시간은 예전만 못하지만 거의 매일 캔버스를 마주하며 '가족' 시리즈를 풀어내고 있다. 이들 최근 작업은 지난날 거쳐 왔던 숱한 '가족 이야기'들의 회상이자 반추이면서 종착지를 정해두지 않는 무한 여행이기도 하다. 가릴 것 없이 다루었던 각종 재료나 매체들에서 이제는 긴 여행의 호흡을 가다듬듯 다시 캔버스 회화로 돌아와 못다한 '우주가족 이야기'를 풀어내는 중이다. ■ 조인호
Vol.20231114j | 황영성展 / HWANGYOUNGSUNG / 黃榮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