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시간 2/2 Son's Time part2

박지혜展 / PARKJIHYE / 朴智慧 / video   2023_1103 ▶ 2023_1119 / 월요일 휴관

박지혜_구르는 돌_단채널 영상_00:09:12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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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홈페이지_www.jihyepark.kr

작가와의 대화 / 2023_1119_일요일_03:00pm

후원 / 인천광역시_인천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예약제 운영 / 월요일 휴관

shhh 인천 중구 신생동 2-11 2층 www.shhh-project.org

"건물이 너무, 너-무 낡아서 위층 무게를 못 이기고 창문이 터진 거예요. 제가 뭘 어떻게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와, 저보고 물어내라는데, 법으로 따지고 들면 당연히 제가 이기는 일이에요. 여차하면 재수 없었다, 자식뻘 어린애 코 묻은 돈 가지고 잘 먹고 잘살아라 하고 끝내도 되거든요, 사실. 웃긴게 막상 임대인이랑 통화하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그땐 집도 잃고 고이 모신 작업실까지 그렇게 돼버려서 상황이 마냥 서러웠어요. 아니 근데, 그 절대 말 안 통하고 윽박지르기만 하던 아저씨 목소리가 유해지면서 일단 알겠어." 이러는 거죠. 갑자기 그렇게 해결됐어요. 그 아저씨 사정, 제 사정. 서로 무슨 상관이겠어요, 요즘같은 세상에. 저는 이 이야기가 어쩌면 근래 하고 있는 작업, 관심사를 압축하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해요."

박지혜_퍼포먼스 「과연」 기록영상_단채널 영상_00:12:13_2023
박지혜_오늘만 허락된 자리_단채널 영상_00:07:50_2020

작년에 시작한 박지혜의 프로젝트 ⟪아들의 시간⟫이 스페이스 빔(2023.10.20.-11.08.)에 이어 인천의 시간예술(time-based art) 전시공간 쉬(shhh)에서 마무리된다. 작가가 2019년부터 제작한 총 5편의 단채널 영상 작품으로 구성된 본 전시는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추진한 사업의 결과 보고이자 창작자의 좌표값에 따른 자기 번역, 그리고 그의 경로 위에 겹겹이 덧대어진 숱한 발자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박지혜_아니요, 나는 나의 안녕을 바랍니다._단채널 영상_00:05: 10_2023_1
박지혜_아니요, 나는 나의 안녕을 바랍니다._단채널 영상_00:05: 10_2023

전시장의 크고 작은 스크린이 비추는 이미지는 곧 사라질 실존들과 그것을 치우고 지우는 노동이 주를 이룬다. 작가는 별다른 설명 없이 각기 다른 시기, 상황에서 몰두했던 문제의식을 나열하며 전시의 제목에 들어간 '아들'과 '시간'에 대해 보는 사람 스스로 연결고리를 찾도록 유도한다. 각각의 작품은 작가 본인의 경험 중 유난히 마음이 쓰인 일들을 차분히 기록한 뒤 더이상 걷어낼 것이 없을 때까지 압축한 것이다. 허공을 휘젓는 몸부림에 가까운 그의 영상 작품들은 그동안 입체, 설치를 중심으로 '애써', '버리던' 작가의 창작 활동과 궤를 나란히 하면서도 거침없이 휘발하는 시간성을 붙잡고자 하는 치열한 노력으로 보인다.

박지혜_태어나서 죄송합니다_단채널 영상_00:05:00_2019

이 전시에서 박지혜는 스페이스 빔에서 진행했던 퍼포먼스 「과연」의 기록 영상과 함께 남겨진-탈락한 것들을 무대 위로 굳이 소환하는 한편(「태어나서 죄송합니다」, 2019), 일시적 점유의 의미를 다각도로 응시하고(「오늘만 허락된 자리」, 2020), 감정의 퇴적물을 열심히 쌓아 올렸다 그에 못지 않은 정성을 들여 폐기하는(「아니요, 나는 나의 안녕을 바랍니다.」, 2023) 작품들을 선보인다. 건물 입구에 달력처럼 걸려 있는 「구르는 돌」(2022)의 경우 지난해 출간한 『아들의 시간 1/2』과 짝을 이루어 초면인 두 인물의 위치가 한 점에서 수렴하는 찰나를 포착한다.

옅은 호흡에도 훠이 날아갈 듯한 무명씨의 미시사를 꺼내놓기 위해 작가는 최후의 한 문장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나아가 조심스럽게 깎고 다듬은 사연과 감정이 명쾌한 해설을 만나 너무 뻔한 신파가 되지는 않을까 여전히 주저하며, 차라리 자신이 서 있는 시공간의 불안하고도 반이성적인 맥락을 직접 더듬어 볼 것을 제안한다. 타인의 기억과 감각을 빌어 마침내 대면하는 바로 당신의 이야기! 작가는 이 순간이야말로 진짜 지구가 삐걱대며 돌아가는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말한다. ■

Vol.20231110j | 박지혜展 / PARKJIHYE / 朴智慧 / video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