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시간 2/2 Son's Time part2

박지혜展 / PARKJIHYE / 朴智慧 / mixed media   2023_1020 ▶ 2023_1108 / 월요일 휴관

박지혜_아들의 시간 2/2展_인천문화양조장(스페이스빔)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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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홈페이지_www.jihyepark.kr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퍼포먼스 2023_1021_토요일_05:00pm 2023_1022_일요일_05:00pm 2023_1104_토요일_05:00pm 2023_1105_일요일_05:00pm

후원 / 인천광역시_인천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인천문화양조장(스페이스빔) Incheon Culture Brewery(Space beam) 인천 동구 서해대로513번길 15 1층 우각홀 Tel. +82.(0)32.422.8630 www.spacebeam.net @spacebeam_community

아이는 방파제 앞으로 걸어나와 광활한 바다를 처음으로 마주한다. 아이, 청년은 이제 충분히 자라서 날선 세상의 의심과 미움, 거절, 차별에 맨몸으로 맞서야 한다. 그는 어떤이가 대신해주었을 이 모든 수모가 당연한 일이 아니었음을 사무치게 느끼며 거친 풍랑에도 절대 쓰러지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누군가를 지키려면 마르고 닳도록 인내하고 간절히 빌어야 한다. 그 대상이 오로지 자기 자신일지라도 말이다. 때로는 원치 않는 모습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희망에 목을 매야 할 것이다. 다음은 당신의 차례다.

박지혜_-주세요_레진, 스티로폼, 나무_2023
박지혜_만찬_종이, 에폭시, LED_2023
박지혜_만찬_종이, 에폭시, LED_2023
박지혜_남은 것이라고는 고작_벽지, 나무, 철물_2023

2022년에 시작한 박지혜의 프로젝트 ⟪아들의 시간⟫은 세대를 걸쳐 이어져 온 생존 기술과 이에 얽힌 관계 속의 모순적 감정선을 다룬 작업이다. 작가는 어머니와 아들을 보이지 않는 화자로 상정하여 작년 한국근대문학관(인천)에서 첫 번째 이야기를 공개한 바 있다. 양극단의 단어 조합으로 적당히 퉁쳐지는 온갖 갈등에 대하여 나름의 이유를 탐색하거나 질문의 여지를 마련해온 박지혜는 ⟪아들의 시간 1/2⟫에서 매우 내밀하고도 지극히 현실적인 보통의 삶을 담담하게 펼쳐 보였다. 입체, 설치, 영상 작품으로 구성된 해당 전시는 언뜻 말끔하고 불친절한 외관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회피하는 듯 보이나, 전시장 한켠에 비치된 여리여리한 책자를 통해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심상을 그려보게끔 연출되었다.

박지혜_어떤 미움_타일, 나무_2023
박지혜_아닌게 아니라_에폭시, 우레탄, 나무, LED_2023
박지혜_아는 새_갈매기 모형, 우레탄, 나무_2023
박지혜_과연_퍼포먼스_2023

2023년, 남은 이야기인 ⟪아들의 시간2/2⟫에서 작가는 작년의 화자였던 아들'☒'가 어쩌다 생면부지의 장소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의 어머니의 시간을 더듬으며 운을 뗀다.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실물 작품이 있는 전시 공간에 화자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매체를 구분하여 2개소에서 진행한 본 전시 중 입체, 설치, 퍼포먼스 작품을 배치한 스페이스 빔(인천문화양조장)에는 어딘가 익숙한 듯 낯선 사물들이 띄엄띄엄 놓여있고, 그 사이를 떠도는 오묘한 긴장감과 검은 고양이 리리가 눈에 띌 뿐이다. 작가는 인천 도서지역을 여행하면서 시선이 머문 장면들-마을 어귀에서 가장 먼저 외지인을 반기던 조각상(「-주세요」, 2023)과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기분을 한껏 즐기게 했던 갈매기떼(「아는 새」, 2023), 동네의 오래된 나무나 집집마다 걸려있는 기원의 흔적들(「만찬」, 2023)-을 자신의 서사에 초대하여 망령된 것을 물리치는 행위와 거듭되는 좌절로 재현한다. 특히 전시기간 중 총 4회 실연한 퍼포먼스 「과연」은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사태에 대한 모종의 의식(ritual)을 환기한다. 작가는 딱히 관심 없는 구시대의 유물을 어찌 저찌 해보려는 시도보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관계까지 아우르는 최소한의 배려로 받아들일 때 모두의 고통을 덜 수 있으리라 말한다.

그간 박지혜는 창작 활동에 있어 결코 성공에 도달하지 못할 부질없음(「완벽하게 쓸모없는」, 2016)과 바보같은 노력(「실패하지 않는 실패」, 2018),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2020)에 천착해왔다. 이 시간은 부채감을 극복하기 위한 가치 증명 의지와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모든 관계, 헌신을 향한 존재론적 책임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 그는 알면서도 반복하는 실패, 닿을 듯 닿지 않는 용서의 지평선을 두고 현재를 가능케 한 역사의 원동력으로 인간의 불완전성을 꼽는다. 그래서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수와 모순이 이해, 연민, 공감을 매개로 비로소 소화되는 모양을 추적하며 방랑하는 중이다. ■

Vol.20231020h | 박지혜展 / PARKJIHYE / 朴智慧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