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I am

김지혜展 / KIMJIHYE / 金智惠 / painting   2023_0920 ▶ 2023_1005

김지혜_놀이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145.5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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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인스타그램[email protected]_jeju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5:00pm

제주담스튜디오갤러리 Jeju DAM Studio Gallery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로50번길 22 Tel. +82.(0)64.904.1354

이 전시의 주제는 내가 살고 있는 이곳 『here』 에서 나 『I am』 에 대한 얘기로 시작된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점들으로 연결해 작품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김지혜_야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0×162.2cm_2023
김지혜_야자_바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0×162.2cm_2023

점은 삶의 순간순간이 만들어낸 방점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그 방점들을 조금씩 캔버스에 옮겨 형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2012년 개인전 이후 시간의 공백은 나로 하여금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게 만들었다. 삶은 자꾸 나를 붙잡아 걸음을 멈추게 했고 의도했던 연속성을 끊어 버렸다. 그때마다 어떻게 이 단절을 연결하면서 단단하게 손에 잡히는 무엇인가로 응집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만 했다. 여러 시도 끝에 찾게 되었다. 점들은 그 하나만으로도 완전해질 수 있으며 시간의 단절을 숨기고 연속적 형태로 응집되어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작은 점에서 연속성과 연결성을 찾은 것이다.

김지혜_Everywhere_나무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72.7cm_2023
김지혜_Somewhere_팽나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23

점을 찍는 작업은 극히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펜이나 붓을 꾹꾹 눌러 점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면 머리는 비어지고 점을 찍는 행동만이 남아 어떤 형태를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저 손이 지나간 자국을 남기려고 힘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행위는 분주한 삶에서 나를 때어 내었고 단순한 반복으로 내게 붙어있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 준다.

김지혜_Everywhere_나무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23
김지혜_맨드라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72.7cm_2023

그리고 바탕색과 대비를 이루고 있는 점들이 모여 형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것은 색을 단순화 하고 점을 찍는 행위를 통해 형태를 이분법 적으로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극한의 대비를 통해 형태의 실루엣을 살리고 또 그 작품만의 색을 부여하며 노란 하늘에 에메랄드색의 점이 모여 야자나무가 되기도 하고 검정색의 바탕에 회색 점들이 응집해 공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김지혜_Everywhere_Yuc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0.9×31.8cm_2022
김지혜_Everywhere_맨드라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0.9×24.2cm_2023

대학 진학 이후 제주를 떠나 서울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했었다. 그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것은 결혼을 하면서이다. 결혼은 나를 돌아오게 만들었고 내 삶의 형태를 새롭게 변화시켰으나 나를 쉼 없이 허둥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고향은 낯설었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을 수중식물처럼 부유하며 지냈다. 땅에 뿌리를 내려 보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늘 서툴러 삐그덕 거리기 일수였는데 이제 10년을 조금 넘기고 나니 뿌리를 내리고 삶의 형태를 찾아 가는 것 같다.

김지혜_Everywhere_unknow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0.9×31.8cm_2022
김지혜_방풍나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23

어느 날 농장에서 귤을 따다 화려한 잎의 모양을 자랑하면 무성하게 번지는 검질(잡초)을 봤다. 얕은 뿌리를 땅에 내리고 무엇이든 되어보겠다고 한껏 몸을 부풀리며 꽃을 피우고, 번식이 삶의 목적인 듯 감당할 수 없을 거 같은 많은 씨를 달고 있는 것이 꼭 나의 모습 같았다. 검질들도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리기 위해 저리 힘쓰는데 나도 이제는 이 곳에 맘을 두고 퍼져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 때문일까. 이제야 이 땅의 색이 보이고 구름 모양을 살피며 돌담 사이사이의 구멍이 눈에 들어온다. 감귤 밭을 둘러싸고 있는 쑥대 낭 사이의 햇살이 보이고 유년의 기억과 섞여 그것을 다시 조립해 내기도 하고 각기 다른 형태로 뻗어 나가는 나무들의 특징을 찾아내 보기도 또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리는 야자 잎을 작품에 담아보기도 한다.

김지혜_Hear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60.6×50.5cm 2023
김지혜_종려나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5×89.4cm_2023

그런 방법으로 나는 이곳의 삶을 사랑하고, 나를 둘러 싼 풍경속에서 더 깊이 뿌리 내리 려한다. 더 깊이 흔들리지 않게 뿌리를 내려 그 형태와 그림 너머로 들려오는 이야기를 해보려 하는 것이다. 그 속엔 생명이 있고 나무와 풀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나에게 괜찮다고... 말을 걸어 주기도 한다.

김지혜_Somewhere_기억 속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5×60.6cm 2023
김지혜_Somewhere_기억 속 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5×72.7cm 2023

한 점, 한 점 찍어내는 작업으로 점들이 만들어낸 선들과 그 선들이 만든 면들을 통해 나를 그려내고 내 삶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나의 점을 찍을 때마다 내 삶의 작은 순간들 속에 숨어있는 내 삶의 전체 그림을 기억하고 그것을 그려내고 있다.

돌아보면 내 삶이 변해왔던 시간 속에서 내 그림도 함께 변화해 왔다. 그리고 그 그림들이 또 나를 변화시켜내고 있는 것이다. ■ 김지혜

Vol.20230920b | 김지혜展 / KIMJIHYE / 金智惠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