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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필 홈페이지_feelyun.com 인스타그램_@sungfeelyun
초대일시 / 2023_0818_금요일_03: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과기술융합지원 협력 / 현대제철_후지필름 코리아_페로텍_케이트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월요일 휴관
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신문로 2가 1-101번지) 2관 2층 Tel. +82.(0)2.737.7650 www.sungkokmuseum.org @sungkokartmuseum
"우리가 지식이나 지혜로 알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며 많은 부분은 아직 추론이나 유추를 통해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저에게 있어 전자기력이 그렇습니다. 보이지 않고 들을 수 없으며 느낄 수 없습니다. 작품 어디에도 궁극적인 실재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그 힘에 이끌려 움직이는 물체 즉, 현상만 있을 뿐입니다." (윤성필 작가노트 발췌) ● 『전자기력 사유 : 블랙 스크린』은 윤성필이 10여 년 동안 다뤄온 전자기력 탐구의 연장선이다. 동양철학과 우주론과 같은 거대 담론에서부터 질 들뢰즈의 '운동 이미지'까지 - 액체 자성 유체를 통해 특정 전기신호에 의한 반복적이지만 비정형적인 움직임을 가시화하여 세계 속에 내재된 관계, 질서, 원리를 탐구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블랙 스크린」은 질 들뢰즈의 『영화 1 : 운동 이미지』에 주목하여 순수한 움직임을 형상화한다. 들뢰즈는 베르그송의 철학을 바탕으로 물질은 곧 이미지, 이미지는 순수한 '운동_이미지'라고 판단했다. 액체 자성 유체로 가득 찬 「블랙 스크린」은 어떠한 형상을 내포하지도, 의미하지도 않는 화면으로서, 이는 마치 중심을 상정할 수 없고 끝없이 흐르는 순수 운동을 연상시킨다. 들뢰즈가 움직이는 이미지로 새로운 사유를 제시한 것처럼, 윤성필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블랙 스크린」을 통해 순수한 사유의 해방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4가지 힘인 전자기력, 중력, 강력, 약력. 가장 밀접한 전자기력을 보편적 언어로 선정했다. 윤성필은 보이지 않는 전자기력의 운동을 액체 자성 유체를 통해 구현해낸다. 액체 자성 유체는 프로그래밍된 전기 신호를 받고 특정한 요철을 만들거나 순환 운동을 지속하다가도 전자기력의 힘이 약해지면 본래의 원형으로 회귀하거나 하강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윤성필은 이처럼 전자기력에 반응하면서도 가변적이고 비정형적인 요소에 주목했다.
이밖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액체 자성 유체로 조각의 범주를 확장시키는 「액체 조각 프로젝트」부터 우주의 생성과 순환 원리를 탐구하는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시리즈까지 새롭게 제작되어 선보인다. 모든 작품에는 모션 인식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관람객이 접근해야 구동된다. 이러한 관객과의 상호 네트워크성은 작품과도 밀접하게 관계된다.
작품의 외면은 어쩌면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질 언정 내부를 들여다보면 수많은 선들과 치밀하게 계산된 프로그램 언어로 구현되어 있다. 마치 우리 현대사회처럼 개개인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로 서로가 연결된 모습을 발견해볼 수 있다. 작품에 다가가야만 구동되는 방식은 윤성필에게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로서 동화同和하는 행위"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비가시적 힘인 전자기력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되길 기대한다. ■ 전자기력 사유 : 블랙 스크린
그것은 신비일 수 있다, 시작과 끝은 누가 정할까? ● "자기적 힘은 우주의 로고스가 자신의 형상을 물리적으로 현현하게 하는 힘이다." (Alice Bailey, A Treatise on Cosmic Fire 1) ) ● 그것은 신비이다.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코스모스에서 카오스로. 그것들은 어떻게 환원되는 것인가? 과학자들은 블랙홀은 물질을 흡수하지만 화이트홀을 통해 흡수된 질량은 배출될 것이라고 추론한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가 발견하였지만, 과학적으로 검증하지 못한 '질량보존의 법칙'과 닮아 있다. 그런 현상은 왜 일어날까? 한 신비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 육체의 제한된 지각 범위로 인해서라고. 우리가 육체를 벗어나 지각 능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다면, 그때 사물들은 아주 다른 빛깔로 보일 것이며, 모든 물질이 우리의 육체가 지각한 것과는 다르게 인식될 것이라고. 2)
『전자기력 사유 : 블랙 스크린』展은 윤성필이 2010년대부터 작업해온 액체 자성 유체를 활용하여 '이론적으로 상상이 가능하지만,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세계인 우주의 생성과 변화의 원리를 탐구하고 있다. 그가 탐구하는 세계는 김영기(OCI미술관 수석큐레이터)가 비평한 '순환은 존재의 양식이며, 논리적이든 물리적이든 살아있음'의 증거인 "순환의 세계"이며, 조은정 평론가가 이야기한 '모든 것이 마음의 움직임의 결과라는 것, 하늘의 구름은 호랑이로도 보이고, 양떼로도 보일 수 있지만 구름일 뿐이며, 구름 또한 하나의 실체가 아니듯, 우주 만물의 작동 원리가 그러하다는 것'을 드러낸 "진여의 세계"를 추론하게 한다.
순환이자 진여의 세계는 인간과 기계, 기계적 움직임이 조우하는 순간, 조은정 평론가가 "움직이는 쇳가루를 벌레라고 생각하게 되는" 세계이다. 그러한 세계는 고대의 동양과 서양의 사유세계가 인지한 '생명과 물질'이 하나로 지각되는 세계, 살아있는 생명이든 무기적인 물질이든 모든 것들이 시간의 흐름을 통해서 보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세계를 간접적으로 연상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조은정 평론가가 언급한 '그의 작품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를 연상시키지만, 공간의 확장이 아니라 에너지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윤성필의 작품은 공간을 통해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형상의 미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진동', '시간', '전자기력'이라는 주요 요인을 통해 액체 자성 유체가 공간에 물질적 형상을 드러내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간'은 '정지된 시간'을 포착하여 영원의 시간을 기억하고자 한 정물화의 시간과는 정반대의 시간이다. 그가 포착하고 있는 시간은 정지된 어떤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정지된 시간에 초점을 맞추어진 기억들은 그 형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흐르는 시간에 초점을 맞추는 기억들은 형상들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임을, 즉 형상의 외적인 모습이 아닌 내적인 본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흐르는 시간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영원의 시간 속에서 '개체'는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와 하나가 된다는 것. 다시 말해 물방울은 얼음이 되었든 구름이 되었든, 웅덩이에 고인물이 되었든 바다에서 하나로 합치면 어떤 물방울인지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은 개체들 각각이 폐쇄되어 독립된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닌, 개체들이 전체와 하나가 되어 끊임없이 순환하는 세계를 의미한다.
액체 자성 유체를 작동시키는 '전자기력'은 고대 동양의 사유체계인 음양의 사유와 에너지와 물질의 상호 관계를 연상시킨다. 고정된 물질의 형태는 『전자기력 사유 : 블랙 스크린』展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액체 자성 유체에 전자기력을 작동시킴으로써 물질적 형태를 갖춘 모양을 띠게 된다. 그러나 전자기력이 작동하는 순간 형태는 물질적으로 가시화된다. 물질적으로 가시화된 형상은 우리의 시선에서는 물질적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또한 그 물질적 형태는 전자기력에 의해 형상을 갖춘 것으로써 에너지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전자기력 사유 : 블랙 스크린』展은 물질과 에너지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에너지와 물질이 동일한 실체이지만 다른 형태를 지닐 뿐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생명과 물질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간과 자연의 모든 것들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블랙 스크린 23-1」에서 보듯이 '검은 색'과 전자기력을 통해 액체 자성 유체를 움직이게 하는 '진동'이다. 빛을 흡수하는 블랙 스크린의 검은 색의 액체 물질은 마치 우주의 모든 물질을 흡수하는 블랙홀과 우주가 탄생하기 이전의 암흑과도 같은 카오스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블랙스크린 23-1」에서 검은 스크린이 전자기력을 통해 진동하는 물질적인 형태는 헬레나 블라바츠키(H. P. Blavatsky)의 『비경(The Secret Doctrine)』에서 "최후의 진동이 무한을 뒤흔든다. 그리고 코스모스가 깨어난다." 3) 는 구절이나 앨리스 베일리(Alice Bailey)의 "자기적 힘은 우주의 로고스가 자신의 형상을 물리적으로 현현하게 하는 힘이다." 4) 라는 구절을 연상시킨다. 그럼으로 인해 인간과 우주의 생성에 관한 기원은 만물이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창조론'이나, 또는 생명은 무기물에서 자연 발생하여 저절로 진화해왔다는 '진화론'과는 다를 수 있음을 연상하게 한다.
『전자기력 사유 : 블랙 스크린』展은 형상의 본질을 예술 장르 안에서 탐구하여 그 본질을 찾으려 한 것이 아니라 전자기력이라는 과학과 철학, 그 밖의 학문의 영역을 통해 형상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던적 예술 패러다임을 벗어나 융·복합적인 예술 패러다임을 통한 형상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윤성필의 액체 자성 유체를 통해 형상화된 물질은 가시적이지만 동시에 비가시적이며, 가시와 비가시의 세계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동일한 세계, 즉 물질과 에너지는 동전의 앞뒷면에 불과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탐험해야 하는 인간과 우주 생성의 기원은 육체를 통해 드러나는 지각 세계뿐만 아니라 육체 너머로 확장해야 함을 반영하고 있다.
『전자기력 사유 : 블랙 스크린』展은 김영기 수석큐레이터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자의 운동, 물과 대기의 흐름, 인과율, 음양오행, 업보와 윤회" 등의 복잡하고 무질서한 이면의 세계,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시금 추론하게 하며, 인간과 우주 생성의 비밀을 탐구하게 하는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 조관용
* 각주 1) Alice Bailey, 『A Treatise on Cosmic Fire』, Lucis Publishing Company, 1973, p.330. 2) 롭상 랍파, 『롭상 랍파의 가르침』, 정신세계사, 2018, p.191. 3) H. 블라봐츠키, 『비경』, 도서출판신지학, 임길영 옮, 2000, p.143. 4) Alice Bailey, 위와 동일.
Vol.20230819a | 윤성필展 / YUNSUNGFEEL / 尹聖弼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