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거푸집과 비틀어지는 주물 Collasping Molds and Twisting Castings

신제헌展 / SHINJEHEON / 申制憲 / sculpture   2023_0812 ▶ 2023_0827 / 월,화요일 휴관

신제헌_무너지는 거푸집과 비틀어지는 주물展_예술공간 의식주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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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헌 홈페이지_https://www.shinjeheon.com/ 신제헌 인스타그램[email protected]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기획 / 예술공간 의식주 기획 / 박소호

관람시간 / 01:30pm~06:30pm / 월,화요일 휴관

예술공간 의식주 The Necessaries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80 2층 @the_necessaries

무너지는 거푸집과 비틀어지는 주물# 디자인되는 몸 오늘날 우리의 몸은 디자인의 관점에서 여겨지고 있다. 건강과 신체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몸을 시각적 감상을 위한 대상으로 만든다. 여기서 신체는 아름다움이나 시각적 유희만을 쫓지 않는다. 웰빙, 정서적 안녕, 운동기능 향상이 첨가되어 각자가 원하는 여가 활동에 맞는 이상적인 모델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모범적 사례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스포츠 선수의 훈련된 몸, 트레이닝을 위한 영상 교본, 각종 홍보와 광고에 노출되는 유명 인사의 가꾸어진 몸 등이 그것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노박 조코비치, 오타니 쇼헤이 등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스포츠 인사들의 몸은 선망의 대상이 되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들의 초상은 얼굴에만 국한되지 않고 각자의 장르에 맞게 훈련된 근육조직으로 확대되어 인지된다. 스포츠에서는 구기종목, 개인종목, 기록종목 등 운동의 카테고리에 맞는 교본에 따라 이상적인 형태가 만들어진다. 연출이 가미되는 영화에서는 스토리의 방향과 캐릭터의 모습에 맞게 시시각각 배우의 몸이 설계되기도 한다. 이렇게 이상적인 신체는 미디어를 통해 더욱 많은 범위로 확산되고 있다.

신제헌_무너지는 거푸집과 비틀어지는 주물展_예술공간 의식주_2023
신제헌_Hold Series_레진_2023
신제헌_무너지는 거푸집과 비틀어지는 주물展_예술공간 의식주_2023
신제헌_무너지는 거푸집과 비틀어지는 주물展_예술공간 의식주_2023
신제헌_무너지는 거푸집과 비틀어지는 주물展_예술공간 의식주_2023
신제헌_무너지는 거푸집과 비틀어지는 주물展_예술공간 의식주_2023

# 기념비적인 신체 ● 미디어에서 인간의 몸은 욕망의 대상이 된다. 제품이 소비되고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활용되고 이를 위해 많은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몸의 형태가 지속적으로 복제된다. 이것은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패러디물의 일종인 밈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게 된다. 사실, 자본을 위해 만들어진 많은 이미지가 이 밈을 만들어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일이다. 하지만, 추세에 따라 변화되는 패션, 인테리어, 디자인과 다르게 우리의 몸은 일정한 시스템과 형태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과거의 전쟁영웅이 지닌 몸과 동시대 스포츠 아이콘이 지닌 몸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유려한 곡선과 단단한 근육의 형태는 어쩌면 누구에게나 가질 수 있는 공동의 희망과 가능성으로 인지되는 것이다. 신체가 지닌 한계와 제약이 오히려 우리의 판타지적 열망을 부추기는 동기로 작용되는 것이다. 이 과정의 결과가 바로 우상이라고 하는 추앙의 기념비이다. 작가 신제헌은 이 지점에 주목한다. 봉인된 신체의 부분과 전체를 비틀고 짓누른다. 오래전부터 수많은 조각가가 재현한 이상적인 모델은 그에게 훌륭한 소재가 되어 촉감을 발현할 수 있는 도구인 자신의 손끝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킨다. 표준, 이상, 욕망이 동시에 담긴 인간의 몸에 최초의 도구인 손을 활용하여 오랜 시간 형성된 거푸집을 무너뜨린다. 이를 목적으로 그의 손끝에서는 전환, 해체, 해소를 목적으로 물리적 악력이 자연스럽게 발생된다. 그리고 이내 우발적으로 만들어지는 원시적인 모양으로 나아가게 된다.

신제헌_Push and Pull-Blue_레진, 우레탄 폼, 스테인리스 스틸_115×94×90cm_2023
신제헌_The Gate of Hell_나무 패널에 레진_36×27.5×7cm_2023
신제헌_무너지는 거푸집과 비틀어지는 주물展_예술공간 의식주_2023

# 짓누르고 비틀어 내기 ● 어떤 것을 재현했다고 하기에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조형이다. 몇몇의 작업에서 와인드업, 슈팅과 같은 스포츠 동작을 유추할 수 있지만 상징적인 요소들은 함축되어 있다. 그러나 분명하게 인지되는 부분은 작가의 손으로 짓누르고 비틀어진 자국의 흔적이다, 형형색색의 레진으로 만들어진 반죽은 그의 손을 거쳐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X, Y, Z축을 유영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상징과 기념비를 허물어 내는 일이다. 인간은 단단한 신체를 만들기 위해 수세대를 걸쳐 기록되고 축적된 가이드라인을 활용하여 모범적인 몸의 형태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 몸은 수행하고자 하는 목적과 기록 달성을 위해 표준화되었다. 작가의 짓누르기는 이러한 몸의 모범적 사례를 리서치하고 수집하면서 시작된다. 주목되고 달성되기 위해 만들어진 형태에 손끝의 압력, 악력을 가하여 우상화된 몸을 비틀고 터트린다. 그리고 반짝이는 마감재를 활용해 깨질듯한 껍데기로 봉인한다. 이 과정을 나열해 보면 우상화된 몸을 수집하고 기념비적 동작을 함축하여 손의 악력을 활용해 비틀어 낸 뒤 도자기와 같은 반짝이는 마감재로 표면을 봉인하는 순으로 이어진다. 영웅을 기리기 위한 조각상, 신에 닿고자 제작된 신의 몸, 스코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 훈련된 인물의 몸은 작가 신제헌이 가하는 악력에 의해 새로운 역할을 부여 받는다. 역할과 목적, 규칙과 방향이 축소된 오브제, 덩어리로 남아 가능성의 모양, 다양한 형태로도 연장되고 상상될 수 있는 엔트로피의 덩어리로 리셋되었다. 이는 우리 정서에 스며든 제약과 규제의 초기화이며, 가장 원시적이고 투명한 촉감의 발화이다. ■ 박소호

Vol.20230812e | 신제헌展 / SHINJEHEON / 申制憲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