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nomy Hierarchy

정현목展 / JUNGHYUNMOK / 丁鉉穆 / photography.video   2023_0810 ▶ 2023_0826 / 일,월요일 휴관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1_U1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211229d | 정현목展으로 갑니다.

정현목 인스타그램_@hyunmokjung_works 정현목 홈페이지_www.hyunmokjung.com 정현목 스튜디오_www.studiorang.com

아티스트 토크 / 2023_0817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5:00pm / 토요일 예약관람 / 일,월요일 휴관

갤러리 더 씨 Gallery the C 서울 용산구 임정로 35 (효창동 3-117번지) 2층 Tel. 070.7869.0078 www.gallerythec.com @gallerythec

그 테스트 로그(a Test Log), 한 작가의 인공지능 도구에 대한 의문과 기대어린 시도 Autonomy Hierarchy ● 사진(photography)이란 무엇인가. 아니, 무엇이었는가. 사진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떠올려 보자. 사진은 사진 행위의 대상인 물질적 피사체가 빛이라는 매개자를 통해 카메라의 시야에 담긴다. 창작자는 이 시야를 조정하며 본인이 목적하는 이미지로 인식하여 셔터를 통해 필름 면에 그것을 안착시킨다. 그리고 장소를 바꿔 빛이 없는 암실에서 화학약품을 통해 비로소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물질 평면에 고정된 이미지로 정착된다. 이러한 사진적 과정, 즉 촬영을 거쳐 사진이 우리 눈앞에 놓인다. 이렇게 목적이 있는 장소를 거쳐 기계와 인간이 함께 이루어 내는 물리-화학적 과정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로 파트너를 바꾼 전자적, 다시 말해 디지털적 과정으로 전이되었다. 이 과정은 많은 우여곡절을 거쳤다. 후보정, 인화, 피사체의 유무와 범위를 두고 사진 영역에 대한 반발과 수용, 부정과 이해의 과정이 있었다. ● 여기에 또 한 차례 거대한 충격이 가해졌다. 일반적인, 다시 말해 인간의 도구로서 작동하던 소프트웨어의 영역에 자그마치 창작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등장하며 다가온 파도이다. 비단 이는 사진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창작 영역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사건이었다. 이제 카메라가 없어도, 피사체가 없어도, 나아가 이미지와 이미지를 이룰 시각적 자원이 없어도 사진이라 인식할 수 있는 이미지가 창출된다. 이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사회적, 집단적 논의 이전에 바로 창작자 자신에게 근본적으로 찔러 들어오는 창이다.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1_U2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1_U3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1_U4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2_U1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2_U2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우선 이미지의 영역에 국한한다면, 말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즉 'text-to-image' 방식이 큰 흥미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미드저니(Midjourney)와 달리(Dall-e)로 대표되는 생성적 적대 신경망 모델(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과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으로 대표되는 확산 모델(Diffusion model)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사용자가 원하는 텍스트, 즉 명령어로서의 프롬프트(prompt)의 조합을 통해 이미지를 다루어 온 사람들이 충격을 받을 정도의 속도, 다양성, 퀄리티를 가진 이미지를 선사한다. 이러한 흐름에 많은 창작자가 각자 다양한 관점, 방법, 영역에 대한 그들만의 접근과 시도를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사진의 영역에서, 그 한 타래로서 제안되었다. ᅠ ● 정현목은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오늘의 우리를 관찰하고 재현하는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그의 사진 작업 중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를 자신의 관점으로 다뤄내기 위해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의 맥락과 시각적 문법에 연관한 프로젝트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근래 인공지능 기술과 사진 매체의 정체성에 관심과 의문을 가지고 이를 다루기 위한 작업을 선보인다. 「Autonomy Hierarchy」, 즉 자율적 계층구조는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인 창작과 관련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그의 인상이자 기대이다. 그는 바니타스 정물화의 역사에서, 그리고 자신의 바니타스 작업에 중요한 핵인 얀 브뤼겔(Jan Brueghel the Elder)의 꽃 정물화 작품 「Still Life with Irises, Roses, Tulips, Narcissae, Cardamine, Cyclamen, Hyacinths, Calendula, Eranthis and Other Flowers in a Wide-Bottomed Vase on a Ledge」에서 출발한다. ᅠ ● 위에서 소개한 미드저니는 어떠한 명령어에 대응한 이미지를 생성하며 또한 주어진 이미지에 대한 프롬프트를 추출해 주는 대표적인 text-to-image 인공지능 알고리즘 서비스이다. 그는 이 브뤼겔의 회화를 미드저니에게 입력해 4개의 프롬프트를 얻었다. 각각의 프롬프트는 미드저니가 인식한 브뤼겔의 인식과 맥락이 담겨있다. 이 기술적 대상이 해석한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 4개의 프롬프트를 다시 미드저니에 입력한다. 그는 여기에서 미드저니가 명확하게 인식한 회화(painting)라는 프롬프트 대신 사진(photography)으로 매체를 변경하여 주문했다. 그렇게 반복 생성한 천여 장의 이미지에 대해 작가가 선택과 재구성, 배열한 과정과 결과물이 전시장에 놓였다.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2_U3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2_U4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3_U1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3_U2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3_U3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3_U4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이러한 일련의 주문, 생성, 선택과 배열의 과정에서 우리가 가진 기존의 인식과 구도와는 다른 괴리의 지점이 발생한다. 이 과정은 오롯이 작가만의 과정이기보다는 미드저니와 작가의 공동 연계 활동으로 비친다. 작가가 선택한 출발점인 브뤼겔의 회화에서 파생된 4개의 텍스트는 작가 스스로 납득할 만한 각각의 텍스트였다. 이것을 기반으로 생성된 사진(적) 결과물 천여 장은 그들 모두가 세부적으로 동일한 부분이 일절 없는 별개의 이미지였다. 이들 중 작가가 선택한 결과물이 전시장에 위치했을 때 묘한 시각적 맥락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작가의 첫 발걸음에 미드저니가 응한 반응, 그리고 그 반응의 확산과 이에 대응한 작가의 선택. 자동화나 도구의 사용으로 단정 짓기에는 이들의 관계의 구도와 결과물이 축적한 국면은, 무언가 다채롭고, 그리고 풍성하다. ᅠ ● 일련의 생성 인공지능 기술과 도구는 기존에 우리가 가졌던 관념을 철저하게 부수며 무엇보다 창작의 영역에 우선하여 진한 족적을 남기며 순항하고 있다. 이에 많은 관련인은 1인 창작자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능력 있는 보조자 또는 동반자로서 환영하기도, 오히려 자신의 전문 문야 이상의 많은 것을 다룰 수 있게 됨으로써 과다한 스트레스를 안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다만 이 기술적 대상의 근간이 우리의 데이터에서 시작하는 학습(machine learning)인 점에서 당분간은 고도화와 혁신보다는 새로운 키치의 시대로 우리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충격적으로 등장해 어떠한 보폭을 보일지 모르는 이것에 사진, 사진 매체, 사진적 행위에 대한 발맞춤의 시도가 여기 있다. ■ 허대찬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4_U1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4_U2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4_U3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정현목_Autonomy Hierarchy_D4_U4_002_피그먼트 프린트_29.7×21cm_2023

사진이란 무엇인가? 케케묵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보통 빛으로 기록한 이미지라는 대답으로 귀결된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 디지털 사진의 등장 덕분에 사진의 정체성에 관한 논의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제 AI 이미지가 등장하면서 다시 사진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Autonomy Hierarchy」는 이러한 맥락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 나는 이전의 사진 연작들에서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를 집중적으로 다루었고 바니타스 정물화를 중요하게 활용했다. 수많은 바니타스 정물화 중에서도 얀 브뤼겔(Jan Brueghel the Elder, 1568-1625)의 꽃정물화인 「Still Life with Irises, Roses, Tulips, Narcissae, Cardamine, Cyclamen, Hyacinths, Calendula, Eranthis and Other Flowers in a Wide-Bottomed Vase on a Ledge」(1605)는 나에게도 그리고 미술사에서도 중요한 작품이다. ● 「Autonomy Hierarchy」는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이미지 생성 플랫폼에 브뤼겔의 꽃정물화 이미지를 업로드하면서 시작된다. 미드저니는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그 이미지를 스스로 분석해서 프롬프트(Prompt)를 추출해 주는 디스크라이브(Describe)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미드저니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항상 네 개의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디스크라이브 역시 브뤼겔의 꽃정물화 이미지를 분석하여 네 개의 프롬프트를 생성했다. 생성된 네 개의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다. ● (1) a painting of a bunch of flowers in a container, in the style of altarpiece, light indigo and dark black, pieter bruegel the elder, light yellow and dark orange, wimmelbilder, dense composition, lightbox --ar 180:253 (2) a painting shows flowers in a terracotta vase, in the style of dark sky-blue and dark gray, altarpiece, wimmelbilder, lightbo×, bright luster, aerial view --ar 180:253 (3) a painting of flowers in a vase on a table, in the style of altarpiece, light indigo and black, low resolution, 16th century, dark white and orange, wimmelbilder --ar 180:253 (4) flowers in a jar by samantha schaerbout, in the style of pieter brueghel the younger, dark sky-blue and light brown, altarpiece, 1860–1969, 15th century, panel composition mastery, high resolution --ar 180:253

정현목_Autonomy Hierarchy展_갤러리 더 씨_2023
정현목_Autonomy Hierarchy展_갤러리 더 씨_2023
정현목_Imagine_영상_00:03:55_2023_스크린샷

미드저니가 생성한 네 개의 프롬프트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은 세 가지이다. 첫째, 미드저니는 이미지가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둘째, (다소 오류가 있기는 하지만) 미드저니는 이미지가 얀 브뤼겔의 그림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셋째, 미드저니는 이미지가 꽃정물화라는 것을 인식했다. 이 세 가지는 내가 사진 작업에 활용하기 위해 바니타스 정물화를 고려할 때 접한 정보와 동일한 것이다. ● 미드저니에서 추출된 네 개의 프롬프트에서 painting을 photography로 바꾼 후, 이 네 개의 프롬프트로 AI 이미지를 생성했다. 이러한 행위에는 두 가지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첫째, AI가 이미지를 스스로 해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둘째, AI가 그림을 참고하여 사진 이미지를 생성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의도는 두 가지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첫째, 작가의 개입이 최소화 된 상태에서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보여줄 수 있는 예술적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다. 둘째, AI 사진 이미지가 통상의 사진 이미지와 동일한 범주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다. ● 미드저니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1000장 이상의 이미지를 생성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들은 모두 유사한 분위기를 갖고 있으나 세부 요소의 측면에서는 동일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것은 AI의 등장으로 인간이 진정한 의미에서 '이미지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인류는 이제 몇 가지 단어만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무한대로 생성해낼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지 혁명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AI가 생성한 사진 이미지의 정밀함은 기존의 디지털 사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전에 나는 게임이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스크린샷으로 플레이 장면을 저장하는 행위가 사진을 촬영하는 것과 동일한 사진적 행위이며, 따라서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메타사진으로 볼 수 있다고 규정한 바 있다. AI로 생성된 사진 이미지 역시 실제 오브제의 존재 증명이 불가능하나 생성된 결과물은 사진적이기에 메타사진의 연장선에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AI 사진의 등장과 확산은 기존에 사진이 지니고 있던 '빛에 의해 기록된 이미지 정보'라는 가치의 붕괴를 촉진하고 실재에 대한 관념을 흔들게 될 것이다. ● 「Autonomy Hierarchy」는 AI의 자율성과 인간의 선택으로 인해 끝도 없이 생성되는 이미지의 계보를 작품화한 것이다. 특히,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얀 브뤼겔의 꽃정물화를 직접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이 꽃정물화를 직접 보지 못하고 사진으로 촬영된 디지털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접했을 뿐이다. 이 디지털 이미지로부터 추출된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생성된 AI 이미지를 실물로 프린트하여 전시함으로써 디지털과 물질성의 경계가 교차하고 흐려지는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했다. ● 아직 AI로 이미지를 생성해 보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AI가 생성한 사진 이미지가 '인터넷에서 수집한 이미지의 합성'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미드저니는 StyleGan2 알고리즘에 의해 마치 사람이 그림을 그리듯 단계적으로 세부 묘사를 완성하여 이미지를 생성한다. 영상 작업 「/IMAGINE」은 AI가 사진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과정을 영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 「Autonomy Hierarchy」는 사진과 AI의 상호작용 과정을 통해 미술과 기술, 물질과 디지털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작업은 AI 이미지에 대한 막연한 인식과 감정을 실재로 물질화하여 다가오는 생성 이미지의 시대에 작가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고민을 시각화 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창조적 협력과 예술적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동시에, 기술 발전이 가져온 시대적 변화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길 바란다. ■ 정현목

Vol.20230810g | 정현목展 / JUNGHYUNMOK / 丁鉉穆 / photography.video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