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 上善若水

김현지展 / KIMHYUNJI / 金炫志 / painting   2023_0605 ▶ 2023_0629 / 17,18일 휴관

김현지_Water013_sound of wave_수묵담채_51×117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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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8:00am~07:00pm / 17,18일 휴관

BODA 갤러리 BODA GALLERY 인천 연수구 아카데미로 192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2층 Tel. +82.(0)32.890.6700 http://iasa.icehs.kr

나는 작가가 하나의 주제를 오랜 시간 집중해서 고민하는 과정이 한 인간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 내가 고등학생 때 동양화가 좋아서 전공으로 선택했던 것은 물이 갖는 담백한 성질 때문이었고, 그 물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속성 때문에 좌절하면서도, 결국 이 물성과 주제를 버리지 못한 것을 보면 아마도 이 주제에 제 인생의 화두가 있어서 인지 모르겠다. ● 물은 겸허하고 다투지 않아서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라는 옛 고사성어가 있다. ● 2004년 『러브레터』에서 2022년 『송도수산』까지 긴 시간 동안 여러 제목으로 열었던 전시회를 관통하는 것이 결국 이 가장 최상의 선이라는 물에 대한 열망과 고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 2023년 『상선약수』 이 전시는 젊은 과학도들이 공부하는 공간에서 미술이라는 표현 매체로 풀어내는 '물'이라는 주제에 대한 나의 이야기이다.

김현지_Water046_sound of tear drop I_수묵담채_45×47cm_2007
김현지_Water047_sound of tear drop II_수묵담채_45×47cm_2007

'물_소리를 듣다' water 시리즈(2007) 작품들은 엷은 화선지와 순지 등에 수채물감과 먹을 사용하여 화지 사이로 스며들고 번지며 서로 흘러가는 선염의 재질감과 함께, 죽죽 내리 꽂히는 운필로써 가필될 수 없고 머뭇거릴 수 없는 즉흥적인 생동감을 표현한 것이다. 가장 주된 재료는 바로 물이다. 모필의 탄력을 조절하고 색상의 강약, 번짐의 정도를 물이 관장한다. 이러한 물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는 자연 속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물소리처럼 들리는 듯하다. 폭포소리, 개울소리, 소나기 소리, 비온 뒤 강물소리, 가랑비 소리, 밤에 불현듯 들리는 장맛비 소리..

김현지_한 소리 21_수묵담채_36×36cm_2016
김현지_한 소리 32_수묵담채_36×36cm_2016

'한_소리' 시리즈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소리라는 주제는 나의 수묵담채화가 가사 없는 클래식 음악처럼 멜로디와 박자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순수 음악과 같은 영역에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수묵 담채는 물을 매제로 하는 기법이라 물소리도 당연히 연상되지만 물 이외에 나의 작업에는 먹과 붓과 벼루와 종이 즉 문방사우가 사용된다. 즉 이 재료들의 고유한 특성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하나의 합주를 한다는 의미에서 한 소리라는 제목을 붙였다

김현지_허허공공(虛虛空空) 02_백자청화사각도판, 환원소성_21.5×25.3cm_2015

「집배」 시리즈에서 '집배'는 지난 20년간 중국과 미국, 서울과 정읍, 인천 그리고 '섬' 같은 도시 송도에 살고 있는 나의 정착하지 못하는 또는 정착하기를 거부하는 나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해 채택한 도상이다. 배는 육지에 닿았지만 곧 다른 육지로 떠난다. 우리 도시인의 삶도 점점 그렇다. 언제든 다른 곳으로 떠나 다른 집으로 갈아 타야 할 그런 의미에서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사실 '집배'에 살고 있다. 「허허공공」 작품 속 항해를 마친 집배가 어느 가을산 정상에 잠시 걸터 앉아 쉬며 달을 보고 있다.

김현지_맥_한지에 수묵담채, 청바지_36×36cm_2018
김현지_커_한지에 수묵담채, 청바지_36×36cm_2018
김현지_슨_한지에 수묵담채, 청바지_36×36cm_2018
김현지_제_한지에 수묵담채, 청바지_36×36cm_2018
김현지_니_한지에 수묵담채, 청바지_36×36cm_2018

동양화에는 예로부터 '시서화(詩書畵)일체'의 전통이 있어서 그림(畵)과 메시지(詩)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타이포 즉, 문자체(書)를 함께 표현하는 오래된 방식이 있다. 언제나 이미지만 있었던 나의 수묵 추상 그림 위에 이 오래된 방식을 소환했다. 수묵 담채로 자유롭게 그려진 한지 바탕에, 청바지 조각으로 문자체를 만들고, 마치 낙관처럼 네모난 정사각형 화면마다 '맥' '커' '슨' '제' '니' 라는 글자를 새기듯 담았다

김현지_블루핏 시리즈 01~05_한지에 수묵담채, 청바지_각 85×41cm_2019

블루핏 시리즈는 청바지를 착용한 역동적이고 활기찬 여성이 자신감 있게 취하는 뒷모습 포즈를 수묵 담채의 큰 획으로 점차 단순화 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통 수묵화의 필획에 더해서 실물 청바지의 뒷 주머니를 꼴라쥬해서 짧은 청바지를 입은 젋은 여성의 곡선미 넘치는 뒤태를 표현했다.

김현지_송도수산 05~07_한지에 수묵담채, 청바지_각 45×143cm_2021

수묵 추상 동양화를 데님과 접목한 '송도수산' 시리즈는 고풍스런 수묵 기법과 청춘의 상징인 청바지라는 소재, 그리고 '수산'이라는 명칭에서 느껴지는 생경함 등이 낯설게 부딪치는 지점에서 탄생된 작품이다. 푸른 빛의 인디고 염료는 적당히 물이 빠져 오묘하고 다채로운 블루 색감을 간직하고 있었고, 질긴 데님을 힘있게 박음질한 실밥들과 촘촘한 데님 올들의 자유로운 풀림은 싱싱하고 활기찬 바다 물고기의 형상들을 떠올리게 되었고, 내가 거주하는 인천의 송도에서 마치 고기잡이 어부 마냥 청바지였던 천 조각에서 물고기를 한 마리씩 건져내고 있음에, '송도수산'이라는 타이틀을 짓게 되었다. ■ 김현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예원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작품 활동으로 개인전 '러브레터(2004, 마이아트갤러리), '물_소리를 듣다' (2007, 바움아트갤러리), '한_소리'(2016, 갤러리 가비), '녹청 푸를청'(2019, 구올담 갤러리), '송도수산'(2022, 갤러리1707, 바움아트스페이스)를 비롯해 수십여 회의 그룹전에 참가하였으며, 회화와 도자의 콜라보전인 『도화원』전 창립 멤버로 매년 참가 중입니다.

Vol.20230605f | 김현지展 / KIMHYUNJI / 金炫志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