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태도로

김지현展 / KIMJIHYUN / 金址炫 / painting   2023_0601 ▶ 2023_0614 / 월요일 휴관

김지현_공원에서_캔버스에 유채_197×390cm_202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1126c | 김지현展으로 갑니다.

김지현 홈페이지_janisrla.wixsite.com/jihyunkim

초대일시 / 2023_0601_목요일_03:00pm

후원 / 인천광역시_(재)인천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임시공간 space imsi 인천 중구 신포로23번길 48 Tel. 070.8161.0630 www.spaceimsi.com www.facebook.com/spaceimsi @spaceimsi

별이 잘 보이는 맑은 밤, 사람들은 종종 별자리를 찾는다. 각각의 별들은 상상 속의 선으로 연결되어 어떤 형상이 되고 길과 계절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된다. 실재하지 않지만 우리가 마음으로 읽는 이 선들은 각 별들을 하나의 이미지로 묶어주고, 이미지에 속한 별들은 더 이상 우주에 흩뿌려진 수 억만 개의 빛 덩어리들 중 하나가 아닌, 어떤 의미를 가진 유일한 존재가 된다.

김지현_레몬 포물선_종이에 유채_39×54cm_2023
김지현_old, fine tree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3

김지현은 열린 시선으로 일상을 관찰하면서 별자리에서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선들을 발견하고 화면에 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작가는 대상에 너무 깊이 몰입하거나 혹은 반대로 냉정한 객관성을 들이대기보다, 어느 정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주변을 바라본다. 작가의 시야에 들어오는 대상들은 대체로 자주 다니는 길목에 있는 나무나 밤 산책에서 마주치는 풍경, 손과 손이 포개어지는 찰나처럼 이름이 없거나, 눈에 띄지 않거나, 중심에서 벗어나 있거나, 늘 그 자리에 있거나 혹은 곧 사라지는 것들이다. 그가 글에서 '일상의 부스러기' 혹은 '일상의 모서리'라 표현하는 이러한 대상들은 사소하다고 하여 그 존재가 가볍거나 무의미하다 할 수 없다. 이들은 실상 거대한 사회구조에 속에 파편화되고 단절되어가는 이 시대의 관계들이 더 이상 흩어지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사소하고 잘 보이지 않는 이 단서들을 가만히 관찰하고 이름 짓고 사라지거나 잊어버리지 않게 화면에 기록한다. 이것은 무게감 있는 이벤트와 중요한 관계들, 그리고 커다란 시스템을 연결해주는 보이지 않는 선들을 귀히 여기는 일이다. 이러한 이어짐 덕분에 이 커다란 세계가,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가 유의미해진다.

김지현_가만히 서서, 후-_캔버스에 유채_100×72.7cm_2023
김지현_가까이, 후-_캔버스에 유채_50×40cm_2023

작가는 지난 개인전 『잇_이어진 이야기』에서도 김복동 할머니를 필두로 하여 차마 다 이해하거나 소화할 수 있다 단언할 수 없는 위안부 할머니의 깊은 이야기를 현재에 이어가는, 이어짐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었다. 이를 위해 작가는 말하는 이가 아닌 듣는 이의 자세를 취했는데, 이는 소명을 이어가거나 강한 연대를 끌어내기보다 거미줄처럼 약하더라도 끊임없이 서로 엮이며 우리 삶의 곳곳에 스미는 공감의 흔적을 남기려는 시도였다.

김지현_만나는 손_캔버스에 유채_50×40cm_2023
김지현_긴, 순간_캔버스에 유채_130×60cm_2023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 삼은 '느슨한 태도'는 지난 전시에서 보인 듣는 이의 자세를 좀 더 보편적이고 내면적으로 살피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에게 느슨함이란 지속하고 포용하는 것이다. 목표를 향한 단단한 결속은 강력하지만 쉽게 깨지기도 하고, 강한 발화는 때로 빨리 증발하기도 한다. 작가는 앞을 향해 큰 걸음으로 무장하여 나아가기보다 삶의 구석구석에서 긁어 모은 평범한 순간과 대상들의 마주침을 하나씩 불러보고, 손을 잡고, 느리지만 꾸준하게, 멈추지 않고 제각각의 속도와 의미를 유지하며 걸어가기를 소망한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희미한 이미지들은 연대를 위한 강력한 발화이기보다 조금씩 포용하고 지속해 나가는 이어짐을 위한, 부드러우나 멈추지 않는 태도를 드러낸다. 작가는 그가 발견한, 별 것 아니나 실상 없어서는 안될 이 존재들에게 휘황찬란한 조명이나 대단한 상징성을 부여하기보다, 우리가 지나치지만 않게끔, 한번쯤은 걸음을 멈추고 시선이 머물다 갈 수 있도록, 그들의 존재가 전혀 다른 것이 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드러날 수 있도록 희미하지만 분명한 빛을 비춰준다. 삶과 삶, 관계와 관계의 귀퉁이와 틈을 연결하고 메꿔주는 것들의, 숙연히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먹먹한 숭고함을 그려내는 것이다. 모든 삶의 조각들에는 의미가 있다는 듯이 말이다. ● 가랑비에 마른 땅이 조금씩 물기를 머금 듯, 보이지 않아도 서로와 서로가 이어지는, 느슨한 연결의 경험이 이 전시로부터 조용히 퍼져 나가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 노미리

워크숍 『시로-서로-엽서』 전시의 주제와 연계된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평소 쓰던 흔한 단어와 문장을 시로 엮고, 서로를 잇는 『시로-서로-엽서』입니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함께 앉아 시를 짓고, 그것을 엽서에 씁니다. 당신의 신호(엽서)를 작가는 다른 참여자에게 교차 발송합니다. 누군가에게로, 어딘가로, 언젠가. 마치 별빛처럼, 모르는 어느 하루에 도착하게 되겠지요. 이 과정을 통해 이쪽과 저쪽에서 서로에게 힘을 가하지는 않지만 줄을 나눠 잡는 느슨한 태도로, 서로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함께 그림과 글을 나누며 느슨하고 단단한 시간을 나누고 싶습니다. ● 워크숍에서 희음 시인은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는 재미난 방법을 제안할 것입니다. 시인과 함께 가볍지만 진솔하게 반짝, 시 한 편을 지어볼 수 있습니다.

- 참여자에게는 작가가 직접 만든 엽서와 필기도구를 드립니다. - 각자가 쓴 시의 저작권은 글쓴이 본인에게 있습니다. -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 안내자: 희음 시인 - 장소: 임시공간 (인천 중구 신포로 23번길 48) - 진행 일시: 6월 2일(금) 및 6월 3일(토) 오후 3시 - 소요 시간: 1시간 30분 - 참가 인원: 각 회차당 8명 - 신청 링크: bit.ly/시로서로엽서 - 기획: 김지현 - 문의: [email protected] * 본 전시와 워크숍은 인천광역시와 (재)인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2023년 예술창작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개최되는 사업입니다.

Vol.20230602h | 김지현展 / KIMJIHYUN / 金址炫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