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fine day

김지현展 / KIMJIHYUN / 金址炫 / painting   2015_1125 ▶ 2015_1201

김지현_Walk in lights_캔버스에 유채_72.7×91cm_2015

초대일시 / 2015_1125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30pm / 일요일_02:00pm~06:30pm

아트스페이스 너트 ARTSPACE KNOT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94(와룡동 119-1번지) Tel. +82.2.3210.3637 www.artspaceknot.com

일상과 기억의 직조(織造)로서의 회화 ● 작가 김지현은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삶 속에서 느끼고 경험한 일들을 작업으로 그려왔다. 그 작업들의 주재인 One fine day는 그 어감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다분히 보편적 표현으로써 경험을 통하여 다루어진 것과 같은 인상을 풍기고 있다. 그러나 그러해 보이는 그의 회화가 보는 이의 발길을 붙든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고 또 찬찬히 들여다본다.

김지현_Around tunnel_카르통에 유채_27×35cm_2015
김지현_너머_캔버스에 유채_72.7×91cm_2015

어느 날이라는 그 작품 속의 피사체들은 단지 그곳에 존재 하고 있는 등장인물들이나 단순 풍경의 한 컷들이 아니고 작가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장면이나 삶의 단층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씨줄과 날줄로 짜인 삶의 피륙인 듯 보인다. 누구에게나 작품은 그 작가의 삶의 궤적과도 같아서 작업에 녹아있어 보이지 않는 그림자나 기억의 상흔까지도 언 듯이 드러나게 마련인 것이다. ● 그러한 것들은 자연스레 보는 이의 시선과 감성의 굴곡마저도 교차 하게 하는 묘한 힘을 지니게 되는데 바로 이 지점이 회화가 가진 힘이 아닐까 싶다. 텅 빈 버스 정류장. 앞이 보이지 않는 후드를 뒤집어쓴 채로 눈보라를 뚫고 걸어가는 사람. 웃는 듯 우는 듯 애매한 감정의 표정을 한 여성상 등 간접적이고도 공허한 작가적 시상처리 방법은 분명하고 직설적 화법 처리와는 달리 그러한 모호한 인간의 심리상태를 대변해 주고 있는 듯 보인다.

김지현_A quiet station_카르통에 유채_24×33cm_2015
김지현_A quiet girl_카르통에 유채_38×46cm_2015

명확하지 않은 혹은 중첩되고 은근히 배어 나오는 듯 흘러내리는 불분명한 붓질은 작가의 그림을 더욱 유심히 관찰하도록 유도하게 하며 그 의도는 적중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결코 장식적이거나 묘사와는 대조를 이루는 작업의 감성을 상상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일반인들과의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다분히 평범한 것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며 그것들을 찰나적 순간에 시선으로 붙잡아둘 수 있는 비범함이 아닐까 싶다. ● 스치는 창 밖 풍경들, 그리고 그 시선 밖으로 정신없이 바람을 타고 지나가던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처럼 기억은 두고두고 흔적처럼 어렴풋이 남아서 모호한 시선 처리와 함께 겹치고 흘러내리기를 수십 차례 반복한듯하다. 그리고 어느 날인지 명확히는 알 수 없으나 어스름한 저녁 불빛들 사이로 호젓하게 산책하며 걷던 동네의 어귀들도 번다한 일상의 쉼표를 찍어주는 소소한 일상들의 한 켠으로 그려진 듯하다.

김지현_M.J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5

그러나 여기서 주지하고 싶은 점은 작가 김지현의 작업이 그저 평범한 일상의 단상들로 채워진 생활일기식의 작업으로 결코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을 인정하는 바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삶과 기억의 직조를 모호한 기법으로 담담하게 그려 나갔으되 그 관조의 틀은 작가의 지극히 개인사적인 회상과 기억으로 점철된 레이어 들의 군집으로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알 수 없는 서러움이나 향수를 불러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 성진민

Vol.20151126c | 김지현展 / KIMJIHYUN / 金址炫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