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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3_0501_월요일_05:30pm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호호 Gallery HoHo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72(연희동 715-1번지) 2층 Tel. +82.(0)2.332.2686 @galleryhoho
기어코 살아 내는 선과 색들 ● 어느 날, 아이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라고 말했다. 나는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은 너 자신이어야 한다고 고쳐 주었다. 훗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도, 아이를 낳아도 가장 먼저 아껴주고 보살펴 주어야 할 대상은 너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삶의 길을 걷다 보면, 길을 헤매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무력하고 무능하고 무지한 자신이 버거워 길 위에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도 온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간에 나만큼은, 나를 아끼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도,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가장 먼저 사랑해야 할 대상은 나 자신이어야 한다.
애써서 살아가는, 살아 내는 삶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작가가 있다. 작가 정윤영. 그는 삶에서 얻은 선과 색을 캔버스에 불러 모아 끌어안는다. 따뜻한 햇볕이 쏟아졌을 때 얻은 색들, 그늘져 있던 색들, 크나큰 고통이 지나간 뒤 얻은 핏기 없는 색들, 다시 일어나 보려는 색들,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리던 색들, 서성거렸던 색들, 멀리멀리 달아나던 색들. 이러한 색들은 캔버스 속 자기 자리를 찾아 앉는다. 얕고 깊은 색, 추하고 아름다운 색, 막 피어나듯 여린 빛을 내는 색과 핏기를 잃은 지 오래된 색 등은 생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듯하다. 삶이란 것이 간결하게 정리될 수 없듯이, 그가 모은 색들은 뒤엉키고, 포개지면서 부대끼듯 한 공간에 병치된다. 나약하고 미숙한 우리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듯, 색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희미하게, 때로는 휘몰아치듯 몸부림친다.
색이 중첩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작가는 말간 맨모습이 나올 때까지 허울을 걷어 내기도 한다. 마치 줄기에 달린 잎과 꽃을 떼어 내 맨몸을 만들 듯 선을 긋고, 하나의 요소로서 존재하게끔 전체로 묶여 있던 것을 해체시킨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꾸밈없고 투박한, 날 것의 선과 색을 만나게 된다.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 도저히 나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여러 삶이 포개져 있을 때 우리는 본래의 나를 찾고 싶어진다. 말간 맨얼굴이 보고 싶어진다. 그 마음을 대변하듯 작가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는 상태까지 파헤치고, 허울을 떼어 낸다. 대체 불가능한, 본래의 색이 나올 때까지 색을 찾아 나선다. 찾은 색들이 미숙한 낱장으로 존재하도록, 여기저기 흩날리도록 내버려둔다. 그러한 삶도 괜찮다는 듯이.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삶을 바라본다. 삶은 켜켜이 쌓이는 과정일까, 걷어 내는 과정일까. 남들처럼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고 싶다가도, 꾸밈없이 말간 최초의 나로 살고 싶어진다. 정윤영 작가의 그림을 바라본다. 미숙하지만 자기 힘으로 삶을 끌고 나가는 사람들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애쓰며 살아 내는 나를, 가장 먼저 사랑하고 싶어진다. 그의 그림을 가까이하는 이유다. ■ 볍씨
Vol.20230427g | 정윤영展 / JEONGYUNYOUNG / 鄭允瑛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