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解氷)

최혜인展 / CHOIHYEIN / 崔憓仁 / painting   2023_0317 ▶ 2023_0406 / 일요일 휴관

최혜인_가시와 구멍 Thorns and holes_삼합 장지에 백토, 안료_100×100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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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인 홈페이지_www.hyeinchoi.com 최혜인 인스타그램_@hyeinchoi71

초대일시 / 2023_0317_금요일_04:00pm

아트레온 갤러리 초대展

후원 / (주)아트레온 주최 / 아트레온 문화예술부 기획 / 아트레온 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아트레온 갤러리 Artreon Gallery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129 (창천동 20-25번지) B2 Tel. +82.(0)2.364.8900 www.artreon.co.kr

"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그 근원에서 상견례(相見禮)를 이룬다" (김광섭, 『봄』)

최혜인_해빙 解氷展_아트레온 갤러리_2023
최혜인_돌고 돌다 Circulate_리넨 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45.5×38cm_2022

살아있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 연결되어 있다. 끝없이 이어진다. 살면서 절실하게 체감하는 문구다. 땅에서 수확된 생명의 먹거리도 음양오행에 따라 생장하고 우리는 그것을 섭생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연과 몸의 순환을 느낀다. 나는 쌀, 콩, 감자 등 곡식을 포함하여 토마토, 양파, 브로콜리 등 음식을 소재로 생명성을 탐구한다. 나에게 이 식재료들은 가사 노동의 지겹고 익숙한 존재에서 빠져나오는 출구이자 작업의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된다.

최혜인_해빙(解氷)展_아트레온 갤러리_2023
최혜인_해빙(解氷)展_아트레온 갤러리_2023
최혜인_해빙(解氷)展_아트레온 갤러리_2023

한 개의 달걀에서 노른자의 양기와 흰자의 음기를, 통곡물인 한 톨의 현미에서 음양의 완전한 균형을 발견한다. 여름 잎 채소는 향이 진하며 성질이 찬 음기(陰氣)를, 겨울의 뿌리 채소는 단단한 성질로 양기(陽氣)를 머금고 있다. 더운 여름엔 몸을 식히기 위해 채소를 날 것으로, 추운 겨울엔 따뜻하게 푹 익혀 먹는다. 절기에 따른 식재료와 섭취 방법의 조화에 감탄한다.

최혜인_두 꼭지 Two stalks_삼합 장지에 백토, 안료_100×100cm_2023
최혜인_생장(生長) A growth_리넨 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각 33.5×24.5cm_2022
최혜인_해빙(解氷)展_아트레온 갤러리_2023
최혜인_돌고 돌다 Circulate_장지에 소목 염색, 금분, 방해말, 백토, 안료_124×185cm_2022
최혜인_사춘기 Adolescence_삼합 장지에 백토, 안료_130×162cm_2023
최혜인_해빙(解氷)展_아트레온 갤러리_2023
최혜인_낯선 열매 Unfamiliar fruits_순지에 금분, 안료, 진주분_45×45cm_2018 최혜인_믈컹한 열매 Unfamiliar fruits_순지에 금분, 안료_45×45cm_2018

천체의 음양오행을 대지가 품은 먹거리에서 발견하고 진정한 양생(養生)과 인간 관계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부엌에서 발견한 곡식과 야채는 연약해 보이지만 강인한 생명 덩어리고, 식물인 동시에 동물처럼 보이는 이중성을 내포하는 존재다. 이들을 식물 초상화처럼 때로는 풍경화처럼 표현하였다.

최혜인_번식하다 Breed_삼합 장지에 백토, 안료_60×60cm_2023 최혜인_잉태하다 Conceive_삼합 장지에 금분, 백토, 안료_60×60cm_2023
최혜인_해빙(解氷)展_아트레온 갤러리_2023
최혜인_뿌리박다 Take root_삼합 장지에 금분, 백토, 안료_60×60cm_2023
최혜인_번식하다 Breed_삼합 장지에 백토, 안료_60×60cm_2023
최혜인_무리들 The cluster_삼합 장지에 백토, 안료_60×60cm_2023

긴 암흑과 음의 극점인 동지(冬至)가 지나면 양의 기운이 시작되어 생명이 다시 태동한다. 돌고 도는 시간의 흐름으로 봄이 온다. 침잠, 인내의 겨울에서 만물이 생동하며 본격적으로 제모습을 드러낸다. 녹은 물은 메마른 곳을 적시고 죽은 듯한 나무가 소생한다. 경이로운 '해빙'이 시작된다. 차가운 계절을 견딘 채소들은 쓴 맛이 날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로 달고 향긋하다. 극과 극처럼 여겨지는 죽음은 실은 삶과 짝이고 미시적인 것과 거시적인 것, 여성과 남성, 달과 태양 등 상반된 두 힘은 생명의 원동력이다.

최혜인_동지(冬至) The winter solstice_장지에 금분, 안료_41×32cm_2023
최혜인_해빙 Thaw_삼합 장지에 금분, 백토, 안료_60×60cm_2023
최혜인_해빙(解氷)展_아트레온 갤러리_2023

얼었던 자연은 점진적으로 녹는다. 각각 순서가 있는 만물의 질서를 본다. 흙이 헐거워져야 싹이 튼다. 고대인들은 자연과 인간 등 삼라만상이 이어진 공동체에서 자연의 소리를 섬세하게 들었다. 그들은 달의 변화를 보고 농사를 지었고 적정한 때를 기다렸다. 동토(凍土)가 녹으며 온기가 퍼지는 이 봄, 죽음과 삶의 아름다운 '상견례'를 통해 생명, 활기, 자유를 소망한다. ■ 최혜인

Vol.20230317b | 최혜인展 / CHOIHYEIN / 崔憓仁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