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초록

이정민展 / LEEJEONGMIN / 李貞敏 / mixed media   2022_0913 ▶ 2022_1006 / 월요일 휴관

이정민_검은초록_면에 광명도심 곳곳의 들풀로 천연염색_300×30cm×9, 가변설치_202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210811c | 이정민展으로 갑니다.

이정민 인스타그램_@honey._.pepper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오분의일_예술협동조합 이루_태영 D&I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토요일은 24시간 관람가능 운영시간 외 윈도우 갤러리만 운영

오분의일 One Fifth 1/5 경기도 광명시 양지로 19 어반브릭스 4층 437호 Tel. +82.(0)2.2688.7771/899.7747 @onefifth_5_1

광명시에 고속철도역사가 들어서던 즈음, 개인사의 한 단면이 맞물려 이 장소를 종종 방문하곤 하였다.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철도역이 지어진다니, 경관이 조금 달라지겠거니 했다. 하지만, 역을 둘러싼 도심확대의 변화는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거대자본의 유입과 상권형성, 그로 인한 인구증가등으로 녹색환경을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 되어 버렸다.

이정민_검은초록_면에 광명도심 곳곳의 들풀로 천연염색_300×30cm×9, 가변설치_2022_부분
이정민_자연스러운 공원_들풀, 제초제로 죽은 풀, 인조잔디_400×200cm, 가변설치_2022

각종 친환경을 외치며 말끔하게 정돈된 도심은 우리가 그토록 부르짖는 진정한 자연의 희생이 뒤따랐을 것이다. 단순히 인간의 기호와 입맛에 맞게 분류된 식물들은 생태교란종이란 이유로 정리대상이 되거나 근사하게 재디자인되어 본래의 성질이 상실되었다. 이렇게 인위적인 식물로 꾸며진 도심공원은 휴식과 산책을 누리는 이들에게 친환경이 되어 준다.

이정민_우리가 몰랐던 이웃_종이에 천연염색, 광명시 기아로 내 재건축 현장의 콘크리트 잔해_가변설치_2022_부분
이정민_우리가 몰랐던 이웃_종이에 천연염색, 광명시 기아로 내 재건축 현장의 콘크리트 잔해_가변설치_2022
이정민_우리가 몰랐던 이웃_종이에 천연염색, 혼합재료_22.7×15.8cm×2_2022

선택적 식물재배와 보호로 인해 망가지는 생물다양성, 점차 사라지는 도시주변의 녹지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구역은 그린벨트로 개발을 제한하기도 했다. 무질서한 도시확장을 방지함은 곧 생태계 및 자연환경을 보전하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금 인간을 위한 개발을 이유로 슬금슬금 해제시켜 나간다. 이로 인해 인근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며 다시금 인구유입이 시작된다. 많은 인구로 인해 도시화가 진행되니 너도나도 친환경을 외쳐댄다. 결국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도시경제체제를 위해 일시적인 위장환경(green washing)을 덧씌우는 셈이다.

이정민_힐링정원_제거된 잡초잔해로 만든 종이에 혼합재료_21×29.7cm×3_2022
이정민_힐링정원_제거된 잡초잔해로 만든 종이에 혼합재료_21×29.7cm_2022
이정민_힐링정원_제거된 잡초잔해로 만든 종이에 혼합재료_21×29.7cm×2_2022

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레이첼 카슨은 "자기만족을 위해 자연을 일정한 틀에 꿰맞추려고 온갖 위험을 무릅쓰다가 결국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결정적인 역설이다"라고 그의 저서 『침묵의 봄』에서 말하며 이기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우리가 잠시 권력을 맡긴 관리인들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이정민_반격예감_광명시에서 채집한 생태교란종으로 분류된 환삼덩굴, 흙, 식물성장LED, 건축자재폐기물, 건설현장 라인테이프_ 122×190×160cm, 가변설치_2022

나의 작업에서 보여진 이미지들은 광명역을 둘러싼 도심곳곳에서 채집한 들풀들이며, 판화적 이염기법을 통해 제작되었다. 대부분 골칫거리로 취급되는 종들이며 우리가 흔히 잡초라 부른다. 그토록 원하는 초록환경을 위해 각종 제초제를 붓거나 제거하여 사라지길 원하는 채집현장은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우리는 잠시 머물며 빌려쓰는 이곳이 초록으로 위장되어 순환하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문명에 비해 더딘 식물의 움직임이 함께 있어 왔기에 생존이 가능했고, 그로 인해 현재를 누리며 살고 있다. 식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이번 전시를 통해 전달되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부드러운 자연촉감으로 위장한 인공자연 대신, 싱그러운 풀향이 가득 메워지는 도심을 희망해 본다. ■ 이정민

Vol.20220913j | 이정민展 / LEEJEONGMIN / 李貞敏 / mixed media

@ 제주비엔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