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폭격 vacuum bombing

김상현展 / KIMSANGHYUN / 金尙鉉 / mixed media   2022_0402 ▶ 2022_0430

김상현_POWER_세라믹, 수성안료, 오토피니쉬_가변설치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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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김상현 초대 개관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오분의일 One Fifth 1/5 경기도 광명시 양지로 19 어반브릭스 4층 437호 Tel. +82.(0)2.2688.7771 @onefifth_5_1

우크라이나 사태로 논란이 되었던 진공 폭탄(열압력탄 thermobaric)은 두 단계에 걸쳐 폭발한다. 첫 단계에서는 작은 폭발이 일어나 장약을 구름 속으로 퍼뜨리고 이렇게 퍼진 장약이 공중에서 두 번째 폭발을 일으켜 두 단계에 걸친 폭발은 재래식 폭탄보다 파괴력을 훨씬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폭발 당시의 고열과 고압으로 사람의 호흡기를 망가뜨려 죽이는 무기로 알려져 있으며, 열압력탄은 폭탄이 터질 때 주변 산소를 빨아들여 폭탄이 터지는 반경을 진공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이어 빨아들인 산소(+공기)를 이용해 강력한 고온의 폭발을 일으키는 원리이다. 폭발 시 높은 압력파를 발생시켜 이 압력파만으로 상당한 손상을 입히며, 고열과 고압으로 외상이 없어도 사람의 호흡기를 망가뜨려 내상을 입어 인명을 살상한다. 초음파 충격과 엄청난 고온이 파괴력으로 작용하여 유효 반경에 있는 생물체는 내장 파열로 즉사하거나 순간적으로 소살된다. 핵폭탄과 유사한 파괴 효과를 내지만 방사선이나 낙진 등과 같은 부작용이 없으므로 어떤 국제 조약에도 어긋나지 않으나 국제법상 사용이 금지된 살상 무기이다.

김상현_진공폭격[vacuum bombing]_양철, 수성안료, 오토피니쉬, 나무, LED조명, 사운드_가변설치_2022

진공 폭탄은 권력 상징의 표본이며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낸 국가 권력 물의 상징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다 파괴할 수 있는 이 폭탄은 최고의 권력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주도하에 민주국가의 틀에서 외상이 없이 내상을 입어 죽음에 이르는 그 또한 부족하여 소살로 가는 국가 및 개인별 문제들을 진공 폭탄을 빗대어 바라보고자 한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현 사회는 부의 분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계급을 만들고 강대국이나 강자들이 주기적인 압력파를 주어 약소국과 약자들의 내상을 입게 하거나 소살 시키는 사회적 구조이다. 두 단계에 걸쳐 폭발하는 열 압력폭탄은 힘의 파장을 더 극대화하기 위하여 진공 공간을 만들고 다시 폭발하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힘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은 약소국들을 무력과 힘으로 침공하여 자원을 착취하고 자연을 훼손하며 문화를 소멸시켜 2차 폭발로 가는 이기적 권력의 잘못된 원리처럼 보인다.

김상현_천사_폴리, 수성안료, 오토피니쉬_가변설치_2022

21세기에 국가별 권력은 군사력에 기반을 두고 있고 더 작게 나아가 개인별 권력은 자본에 있다. 자본주의(자유시장)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작동되고 있으나 그로 인해 민주주의는 균형으로부터 멀어져 자본에 잠식되어가고 있다. 자유주의가 바탕이 된 자본주의 속에 경쟁이 심화 되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엄청난 부와 경제성장을 이루어가고 있는 게 현시점인 것 같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 되고 양극화가 커지면서 우리는 자유시장체제에 과연 만족하고 살아가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균형이 깨지면서 부의 독식 체제는 커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한 삶을 살아간다. 이는 국가와 국가 간의 문제 또한 성립되는 구조이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국가들은 자국 우선주의로 정치적 권력을 만들어가면서 국익 우선주의로 힘이 없고 잦은 내전과 국가 권력에 눌려 가난한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 들을 돌아보지 않는다. 최첨단 기술로 인해 지구의 왕래가 쉬워진 감염병 시대에 국익이 먼저 되는 시스템은 지구의 모든 나라가 자멸로 가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국익 우선에 따라 최첨단 무기를 만들어 침략하고 노예를 만들어 부를 축적했던 유럽국가들의 만행과 21세기에 무력으로 국익을 늘리고자 하는 이런 무자비한 권력의 불균형을 우리는 돌이켜 보아야 한다.

김상현_거인_필름_260×645cm_2022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알려진 아이티의 역사를 보면 사탕수수와 커피 생산으로 인해 스페인, 프랑스, 미국, 영국 등 당시 열강들이 공격하고 점령하였으며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이 사탕수수, 커피 농사를 하다가 이 노예들이 독립한 나라이다. 아이티의 원주민은 흑인들이 아닌 타이노족이었는데 15세기 이후 스페인 사람들이 오면서 전염병 그리고 각종 확대와 수탈로 멸족되어 노동력이 될 수 있는 많은 인구가 사라지자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들을 데려와 노동 착취로 부를 축적하였다.

김상현_진공폭격展_갤러리광명 오분의일_2022

16세기 말 섬 서쪽은 프랑스령이 되어 노예만 70만 명에 이르렀고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 부는 모두 프랑스로 돌아갔다. 백인 지배층과 물라토 중간계층, 인구의 절대다수인 90%의 흑인 노예들이 가혹한 노동의 강요를 받으며 인종 차별 또한 심각한 사회구조였다.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과 미국의 독립전쟁 당시 아이티는 흑인 노예들의 노예 혁명을 일으켰으며 이 혁명이 아이티 혁명이다. 이 흑인 독립전쟁은 백인농장주 흑인 노예 혼혈인 그리고 스페인 영국과 프랑스까지 겹치기로 끼어서 전쟁을 벌였고 프랑스와 흑인 노예들의 전쟁에 스페인 영국이 끼어드는 등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김상현_진공폭격展_갤러리광명 오분의일_2022

이후 황열병으로 고전한 유럽인들은 철수하고 흑인 독립군 수장인 투생은 프랑스군을 무찔렀고 노예해방을 이루어낸 인물이다. 그러나 투생은 군비를 확충하기 위해서 흑인들에게 백인농장주들처럼 가혹한 사탕수수 노동을 강요해서 흑인노동자들의 반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나폴레옹 시기 프랑스는 영국과의 전쟁을 위해 군비 마련에 목적을 두고 아이티를 다시 점령하려 해서 또다시 아이티는 전쟁을 치른다.

김상현_진공폭격展_갤러리광명 오분의일_2022

이후 독립을 이루어낸 아이티는 정치 권력자의 무능함과 갈등으로 끝없는 내전이 일어나며 토지에 기반을 둔 기득권자들과 피지배 흑인들과의 갈등이 계속되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러한 악조건에 프랑스는 항구에 군함을 배치하고 아이티에 사탕수수, 커피 생산가격 약 1억 5천만 프랑의 배상금을 내라고 협박하여 아이티는 결국 압력에 굴복하였다. 이 프랑스의 배상금 요구는 아이티 국가 재정을 파탄시켰고 이로 인한 피해가 막심했다. 미국, 독일 같은 강대국에 돈을 빌려 이 배상금을 갚는 데만 100년이 넘게 걸려 20세기 초에 다 상환하게 된다.

김상현_진공폭격展_갤러리광명 오분의일_2022

아이티는 이렇게 끊임없이 강대국에 시달리며 혼란의 시기를 보냈고 빚으로 인해 미국의 식민지 통제를 받게 되고 가까스로 치러진 민주적 선거에서 선출된 뒤발리에가 아이티 국민을 배신하고 곧바로 독재자로 탈바꿈하여 그의 통치하에서 아이티는 또다시 온갖 부정부패와 독재정치로 메말라 갔다. 오늘날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스스로 민주주의를 이뤄냈지만, 내부 갈등 그리고 계속된 기아와 지진 같은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머물러 있다. 흑인들이 스스로 독립을 쟁취한 나라지만 이후 열강들의 압력과 빚잔치로 그리고 정치적 혼란과 계급갈등이 계속 벌어진 역사가 있는 안타까운 나라이다.

김상현_진공폭격展_갤러리광명 오분의일_2022

이렇듯 인류애가 없는 무자비한 탐욕과 욕망으로 한 나라가 현재까지 진흙 구이를 먹으며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진공 폭탄의 압력파처럼 내상을 입고 소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중동의 여러 나라 또한, 숱한 내전과 갈등, 종교적 이념으로 현재까지 분쟁에 휩싸여 있다. 이 또한 유럽 열강들의 침략으로 인한 압력파에 의한 내상이라 생각한다.

김상현_진공폭격展_갤러리광명 오분의일_2022

대한민국도 근대이전 많은 외교적 탄압과 근대에 일어난 일제 강점기, 1950. 6. 25 전쟁, 그리고 민주화 등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외세에 따른 압력파로 많은 일을 겪었지만, 현재는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짧은 시기 경제성장을 만들어내느라 경쟁이 심화하고 양극화가 심화하여 행복지수는 낮고 자살률이 최고인 나라가 되었다. 진공 폭탄의 압력파처럼 많은 내상을 입었지만 소살되지 않도록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까?

"권력과 힘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며,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본질이 결정된다." (권력의 원리 / 줄리 바틸라나, 티치아나 카시아로)김상현

Vol.20220403f | 김상현展 / KIMSANGHYUN / 金尙鉉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