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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DSAC 특별기획 Ⅴ 박경아 개인展
주최 / (재)달서문화재단 웃는얼굴아트센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소독방역_12:00pm~01:00pm / 일,공휴일 휴관
웃는얼굴아트센터 갤러리 SMILING ART CENTER 대구시 달서구 문화회관길 160 Tel. +82.(0)53.584.8720 www.dscf.or.kr
이번 『기억의 조각들: 색을 거닐다』 展은 흘러간 시간과 멀어진 장소, 희미해진 자연 풍경들에 대한 기억을 자유롭고 감각적인 색과 선으로 담아내는 추상표현주의 작가 박경아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법과 색채의 측면에서 이전 화풍과는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며 그녀 내면 깊은 곳의 기억과 감정들을 표현했던 2019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 24여 점을 선보인다.
박경아는 모호한 기억의 조각, 다시 말해 지난날부터 오늘날까지 그녀가 경험해 온 파편화된 기억들을 끊임없이 추적해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업을 이어나간다. 그녀가 표현하는 색은 보편적 기준에서 바라봐야 할 색 그 자체가 아니라 그녀가 애써 덮어둔 지난 시간들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다. 그녀는 희미해진 기억과 추억 속 풍경의 색을, 그리고 실존의 문제 앞에 놓인 현재 감정의 색 사이를 자유롭게 거닐며 관람자에게 그 내면의 심상을 담담히 전하고자 한다. ● 이번 전시에서는 그녀의 2021년 작업들이 주를 이룬다. 최근 박경아의 작업에서 나타난 자유로운 선은 그녀가 관심을 갖게 된 공간의 확장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 2차원 평면에서의 새로운 가상공간을 형성하기 위해 그녀는 선을 선택했다. 또한 대형 캔버스 안에서 병존하는 색의 면면들은 과거와 현재에서 그녀가 남겨두고 싶은 상(像)의 조합이다. 박경아의 회화에서 표현된 색면과 선의 조화는 그녀의 복합적 심상을 절제된 형식으로 표면화한 일종의 기록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김은지
추상 풍경-형상과의 투쟁, 묘사의 갈등 - 1. 색채, 형태, 기운(氣韻) ● 무엇을 그릴 것인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질문 속에 작가들은 결국 새로운 세계의 정립, 작품의 완성에 도달한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전시를 통해 진정으로 그 윤곽을 확정하게 된다. 설득력 있는 해석을 통해, 긴 시간을 두고 작품의 특징과 의미가 뜨겁거나 냉정하게 소통됨으로써, 보편적인 언어로서의 타당성을 점검해간다.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와 자아 사이의 요동치는 해석과 갈등으로 끝없는 파고 속에 놓인 것과 같다.
박경아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자연에서 자연으로, 숲에서 숲으로' 작가는 심상(心象)의 왕복운동을 하는 것과 같다. 외적인 지각에서 내적인 지각으로, 모방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재현에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의 중심을 차지하는 이미지의 이합집산과 해체가, 물질과 정신의 어지러운 혼합이 주술(呪術)처럼 따라다닌다. 이것은 질적(質的)인 전환에 개입하는 것으로서 예술행위의 핵심을 이룬다. 갈등의 요소들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노력의 흔적은 추상표현주의나 앵포르멜이나 간에 국제적인 양식으로 정립된 비구상 작품에도 남아있다. 형상이 떠오를 가능의 장(場)으로서, 장래 어떤 형상을 불러내게 될 작가의 행위, '액션 페인팅'의 신체 드로잉에서 사례를 볼 수 있다.
폴록의 작품 「풀숲의 소리(희미한 실체)」는 심상에 있는 자연을 예술의 장으로 이끌고 나오면서 이미지의 무게를 제목에 묶어둔다. 이는 '자연에서 자연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실감(實感)의 단편을 형상 대신 제목에 설치한 것이라 해석된다. 이런 장치를 사용한다고 해서, 작품의 자율성, 즉 회화의 평면성 등이 훼손되지 않는다. 회화의 자율성을 지키는 것만이 시각예술의 정언명령(定言命令)은 아닌 것이다. 매체 의 자율성을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위배되지 않는 장치의 발견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폴록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별도의 탐구가 필요하겠지만, 추상표현 경향의 작품에서 작품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심상의 풍경이라 해석될 지표의 발견은 비구상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박경아의 작업처럼 넓은 색면이 등장하고, 행위의 강렬한 궤적이 다소 잠잠해진 경향은 현 대 미술사에서 추상표현주의 이후 나타난 흐름으로서 '회화적 추상'이라 불린다. 성(性)구분이 이 경향의 특징은 아니지만 추상표현주의가 남자작가들이 대부분이라면 회화적 추상은 여성작가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박경아 작가의 작업은 언뜻 보아 이 후기 회화적 추상의 흐름으로 분류될 수 있다. 회화적 추상은 비구상에 대한 억압에서 다소 자유롭고, 강력한 자동기술 기법에서도 상당부분 부드럽고 유연하다. 색가(色價)의 균형과 밀도를 통해 공간감을 확보해가는 방법에서 박경아 작가도 이 흐름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붓질이 만들어내는 색면에 따라 공간의 질서가 구축되는 방식이다.
2. 형상과의 투쟁, 묘사의 갈등 ● 그런데 박경아 작업 경향을 한마디로 부르자면 '심상(心象)의 풍경'이라 할 수 있다. '풍경' 이라 부를 때 장르화 같은 고전의 분위기 때문에 현대미술로서 적합하지 않다거나 너무 상투적인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이는 편견으로서, 비구상을 지향하는 작가들은 간혹 '풍경', '심상', '서사' 등의 용어를 작품에 사용한다거나 그러한 방향 등을 꺼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자칫 주관의 입장이 강조되어 '객관적 사실로서의 회화'에 누가되지 않을까하는 염려 가 아닐까 하는데 아마도 이 점이 동시대적인 특질에서 벗어나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 기도 하다.
그러나 안셀름 키퍼나 오윤, 서용선 등의 서사는 얼마나 막중하면서도 현대적인가. 또한 조안 미첼(Joan Michel)의 경우 미첼 스스로 풍경화가라고 하며 '추상'은 어떤 장르나 양식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자신의 인격을 구성하는 경험의 한 장면, 기억 등을 다시 끄집어낸 것이 바로 풍경화로서의 자기 작업이라는 것이다. 잭슨 폴록이나 조안 미첼을 떠 올리는 것은 색면 추상을 뒷받침해온 미술사의 배경을 짚어보고 나아가 이론적인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작업을 명명하는 태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시장과 작업실에서 만난 박경아는 솔직하게 자신과 작업과의 관계를 설명하다 매우 간단하게 자신의 작업 전체에 대한 규정을 한 바 있다. 그것이 바로 '자연에서 자연으로', '숲에서 숲으로'이다. 박경아는 '자연 에서 자연으로' 무엇인가를 옮기는 자인 것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의 삶의 일부로 각인된 장면들이 있다. 그것이 향기이든, 애절함이든, 행복감이든 어떤 것이든 자아가 세상을 해석하고, 재차 해석하게 하는 단서로서 마치 창 밖을 보이면서도 가려주는 '커튼'과 같은 것이다. '커튼'은 회화공간의 안을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된 역사가 있다.
이 시점에서 박경아의 커튼 시리즈 작업을 돌아보면, '커튼'은 세상 그리고 자신의 내면과 관계 맺는 방 식에 대한 작가의 대표 이미지이다. 안과 밖을 구분하면서도 연결해주는. 이 점은 '자연에서 자연으로' 무엇인가를 연결하는 자로서 베일을 열고 닫는 작가 자신의 작업 태도에 일관성을 일깨운다. 이렇게 본다면, 박경아가 무엇을 그리는가 하는 점은 화면의 표면 문제로서의 구상과 비구상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다시 추상표현주의가 전개되던 때로 돌아가 보자.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는 입체파의 영향과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어떻게 한 화면에서 종합할 수 있을까 하는 갈등의 결과이다. 말하자면 분석적으로 혹은 종합적으로 화면을 구축하는 방식과 자동기술의 에너지 흐름으로 쏟아 붓는 화면, 이 양자의 갈등을 종합하려는 측면을 주목해볼 수 있다. 파리의 앵포르멜 역시 형상을 중심으로 볼 때 어떻게 형상에서 벗어나면서 비구상(non-figure)의 새로운 회화공간을 만들 것인가에 요점이 있다. 이 둘은 서로 떨어져 전개되었지만, 형상의 문제를 회화공간에서 어떻게 처리해야하는가 하는 점에서 같은 고민 을 풀어간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박경아는 무엇을 그리는가 다시 물어보자.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을 포함하여 최근 일련의 작업에서 구체적으로 지목하기는 어렵지만 박경아의 작업에는 어떤 종류의 풍경이 베일처럼 걸쳐있다. 아무리 봐도 화폭은 색면의 흐름과 긴장이, 깊이를 불러내는 세심한 흔적이, 우연적인 흘림이나 필획과의 충돌이 진행 되는 현장 같지만 어느 순간 창문 너머의 숲이, 해질녘의 도심이, 땅거미 지는 산등성이 등이 화면의 어느 갈피에서 떠오른다. 이러한 작업의 진행은 작가의 심상에서 떠오르는 형상 과 대결하여 그 형상을 해체해가는 갈등의 궤적이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 파악된다. 묘사 하지 않는 자연을, 묘사하지 않는 숲을 그리기 위해 철저하게 형상을 해체해가는 박경아의 작업은 그럼에도 '어떤 풍경'이 살아나는 그런 작업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박경아는 자신의 일부를 구성하는 경험, 기억, 심상의 이미지들에서 시작하여 간단(間斷)없는 갈등과 투쟁 의 시간을 거쳐 형상을 해체해 가며 형상이 떠오르기 직전의 '형상이 숨어 있는 가능성'의 지대로 회화 평면을 되돌려 놓는다. 최근 우연히 보게 된 어느 작가의 평으로 마무리하자면 박경아의 작품에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들의 숨소리가 나는 듯'도 한 것이다. 박경아의 작품 은 정조(情調)의 어둡고 밝음이나 색조의 다양이나 단조로움을 통한 화면의 자율성을 다루 는 것이 아니다. 박경아의 작업은 형상과 작가 자신이 대결하는 투쟁의 장이면서 해체의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갈등과 충돌, 균형과 깊이를 그리는 작업이다. 박경아 작업은 형상에서 시작하여 형상을 해체해가는 과정, 그럼에도 형상의 기운을 맛보게 하는 그런 과정을 화면에 구축해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3. 대구-독일 그리고 ● 박경아는 영남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의 '쿤스트 아카데미 뮌스터'에서 수학했다. 박경아는 독일유학중 적극적으로 공모에 응하면서 화가로서 실력을 키워왔다. 특히 인터네셔널 페인팅 프라이스(바로셀로나, 스페인, 2008, "Fundacio Guasch Coranty" International Painting Prize, Barcelona, Spain)나 함 퍼스트 프라이스(구스타브 륍케 미술관, 함, 독일, 2008, 2004, Hamm the first Prize" Gustave Luebcke Museum, Hamm, German) 등에서 진행하는 공모에 선정되어 전시에 초대되는 등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 왔다. 함 퍼스트 프라이스는 4년마다 개최되는 공모전으로 박경아는 2004년, 2008년 연속 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지도교수 우도 숼 박사가 전시서문을 써준 조오스트(Soest) 갤러리 에서는 창작 지원도 받은 바 있다. 귀국하여 대구를 기반으로 꾸준히 활동하면서 2009년 올해의 청년작가(대구문화예술회관), 2012년 대구미술관 다티스트(D'artist)로 선정된 바 있다. 2021년 『현대미술의 시선전-미술, 이 사랑의 이름』(울산문화예술회관) 등의 기획전에 초대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남인숙
Vol.20211121i | 박경아展 / PARKKYUNGA / 朴卿兒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