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기머리 마산기행

마산에서... ● 신도시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결혼 이후 또 다른 신도시에서 생활을 했다. 나뿐만 아니라 생활이 편리하게 조성된 곳으로 사람들은 이동하며 삶을 영위한다. 한때는 번화하고 가치가 있던 도시는 노후 되고 다른 장점을 가진 새로운 도시들이 생기면서 점차 관심이 멀어지는 것이 순리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장소에 대한 애착이나 장소성이 결여된 그곳에 깊은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전국 어디나 비슷하게 세워진 계획도시와 아파트들 사이에서 문화와 역사적으로 의미를 지닌 도시를 찾기는 점점 어려워 보인다. 살기 편리한 계획도시에 살면서 나는 그런 공백을 느꼈다. 내가 사는 도시만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해 몇 시간이고 떠들어댈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곳이 있다면 삶에 하나의 추억과 즐거움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란_마산, 랜드마크1_비단에 채색, 프린팅배접_140×120cm_2021

김정란_마산역을 거닐다_비단에 채색, 프린팅배접_53×65.1cm_2021

김정란_315기념탑을 거닐다_비단에 채색, 프린팅배접_53×65.1cm_2021

김정란_문신미술관을 거닐다_비단에 채색, 프린팅배접_53×65.1cm_2021

김정란_record 2021

중년을 앞두고 있는 무렵 나의 활동 배경이 달라졌다. 서울과 그 주변에 머물렀던 생활의 범위가 마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2020년 4월 마산 살이가 시작되었다. 마산은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도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도시에 발을 디딘 것은 처음이었다. 마산은 419혁명의 불씨가 된 315규탄시위가 발현된 곳으로 우리나라 민주화의 시발점이 되었고, 1970년대 이후에는 무역의 중심지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감당하였다. 문화적으로는 통일신라시대 문장가로 이름을 떨친 최치원의 고장, 미술계의 거장인 문신작가의 고향, "내 고향 남쪽 나라"로 유명한 시인 이은상의 마산이기도 하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깊은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 도시에 궁금증이 신도시에서만 생활하던 나를 마산 이곳저곳 돌아볼 수 있게 했다.

김정란_댕기머리 마산기행展_MASSAN 갤러리_2021

김정란_댕기머리 마산기행展_MASSAN 갤러리_2021

이번 전시는 크게 세 Part로 나누어 구성하였는데, 첫 번째는 마산의 랜드 마크라 할 수 있는 경남대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 두 번째는 마산의 역사적·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한 작품 세 번째는 2021년 지도 학생들을 모델로 한 마산사람들이다. 몇 장의 그림으로 마산을 이야기 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는 알 수 없지만 부족하나마 나의 짧은 마산 살이를 스케치 해본다. ■ 김정란

Vol.20211017c | 김정란展 / KIMJUNGRAN / 金貞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