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여자 The women I loved

배미정展 / BAEMIJUNG / 裵美貞 / painting   2021_0505 ▶ 2021_0606

배미정_안녕을 비는 절벽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62.2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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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정 인스타그램_@humorr5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영큐브 프로젝트展

작가와의 대화 2021_0601_화요일_07:00pm 2021_0606_일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갤러리밈 GALLERY MEME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3, 4층 2전시장 Tel. +82.(0)2.733.8877 www.gallerymeme.com

아는 여자: 더 할 나위 없이 눈부신 ● 배미정의 그림은 회화적(painterly)이라기보다는 시적(poetic)이다. 색면과 붓의 움직임과 흔적이 주는 시각적 효과보다는 그려진 사물들 하나하나에 구체적 상징이 부여되고 응축되어 의미가 흘러넘친다. 기표와 기의처럼 팽팽하게 매칭 되어 있는 사고와 이미지 때문에 그림이 쉴 새 없이 이야기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림 자체가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대상이 말이 되고, 그 말이 다시 말을 불러, 실체 그 자체조차 상징화되어 점점 박리된다. 나름 빛나면서 아련하게 보이는 화면 속의 이끼, 나방, 바위, 나무, 폭죽, 모과, 색채 등이 풍기는 분위기는 명암의 과격한 배치를 통한 상징형식으로 엮여 있어서 말끔하게 처리된 서사적 세계를 호출한다.

배미정_박제된 빛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7.3×34.8cm_2021
배미정_쓰러진 돌탑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72.7cm_2021

통상 아는 여자란 몰라도 되는 여자다. 나와 별 연관이 없어 딱히 어떤 사연으로 엮여 있다 기 보다는 사소하게 스쳐 지나간 여자인데, 어쩐지 잊혀 지지 않는 정도의 여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타자인 바로 이 여자들에게 드는 끈끈한 일체감이 그림 속 사물이나 배경과 녹아있다. 여자가 풍경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하고 풍경 그 자체로 보이기도 한다. 배미정은 이렇게 "아는 여자"를 풍경으로 발견하고 소환한다. 예기치 않은 장소와 시간에서 자신과 무관한 여자의 모습과 행동이 갑자기 눈에 들어올 뿐만 아니라 특별하게 감정으로 다가온다. 뻔했던 공간이 새로워지고, 그 여자와의 거리감은 어느새 옅어진다. ● "나는 보았노라 씁쓸한 허공 속에서끝없이 오묘한 형상들이 뛰어오르는 것을 ...." ●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그 장소에서 그 여자 때문에 갑자기 그 속에 있는 "나"가 특별해지고, 특정한 의미를 부여받는 듯이 느껴진다.

배미정_너의 무늬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7.3×34.8cm_2021
배미정_촛불부는 여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 2020

"아는 여자"를 풍경으로 보여주는 그림은 어쩐지 고독하고 쓸쓸하며, 차라리 냉정하기 조차하다. 아는 여자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그 여자를 보는 사람이 자기 바깥에 무심하여 외면한 결과 때문에 발견된 게 아닐까. 보는 이의 상태와 상황 때문에 그 사람의 주관에 투영된 아는 여자가 마치 그 관찰자와 상관없이 특별한 뭔가를 내뿜으면서 행동을 해서 기억에 남게 된 것이 아닐까. 풍경도 숭고처럼 주관의 능력에 근거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 쪽에서 발견되는 인식의 뒤집힘에서 일어난다. 아는 여자가 발견되는 공간 자체가 그렇게 상쾌하지도 않고 아는 여자도 일상적으로 볼 때 유쾌하게 보이지 않는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은폐되면서 그 자체가 쾌의 대상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관찰자로서 아티스트는 전도된 대상을 풍경으로 아는 여자로 그린다.

배미정_쉬고있는 여자들_종이에 아크릴채색_24×32cm_2020

풍경으로 드러나는 대상과 주체와의 관계는 인식적이라기보다는 역사적이다. 개인의 내면을 이루는 주관과 대상의 사실적 묘사로 이루어지는 객관은 특정한 역사적 시기, 근대에 동시적으로 나타났다. 주-객관이라는 관계의 항 그 자체가 풍경이 되는 것이고, 보다 넓게 보면 우리가 사는 세계다. 몇 번의 전시에서 배미정의 그림을 볼 때도, 아는 여자에 대해서 쓴 그녀의 산문을 읽을 때도, 상징을 상징으로 풀어가는 폴 발레리의 시구가 뜬금없이 떠올랐던 까닭도 알 거 같았다. 명암의 탁월한 배치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나는 각종 오브제들은 상당히 명확하게 상징으로 구축된 채 배열되어 있어서 배미정의 그림은 발레리의 시와 구조적으로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발레리의 시, "은밀한 노래"는 배미정의 작품 세계와 놀라울 정도로 조응하고 있다. ● "눈부신 추락, 이토록 기분 좋은 마지막,싸움들은 잊어버리기,춤을 춘 후, 매끈한 몸이이끼 바로 위에 눕는 이 즐거움! 이 여름 불티들과도 같은섬광 한 가닥이땀 흘리는 한 이마 위에서승리를 축하한 적은 일찍이 없다! 그러나 황혼이 다가오자,수많은 일들을 이루어 낸 이 위대한 몸도,춤을 추며 헤라클레스를 꺽던 이 몸도,이젠 하나의 장미꽃 더미일 뿐! 서서히 몸 사그러든 승리자여,별들의 발걸음들 아래 잠들어라.왜냐하면 영웅과 맞수인 히드라별자리도몸을 끝없이 펼쳐 놓았으므로--- 영혼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으로 들어갈 때는,오 황소별자리 개별자리 곰별자리 따위의엄청난 전리품들을,영혼은 형체 없는 공간으로 밀어 넣는다! 하늘나라에 가 있는 위대한 업적들을,괴물들과 신들을 내세워온 누리에 널리 선포하는더 할 나위 없는 마지막, 눈부심이여!"

배미정_아는 여자展_갤러리 밈_2021
배미정_아는 여자展_갤러리 밈_2021
배미정_아는 여자展_갤러리 밈_2021

발레리는 통상 풍경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발레리는 풍경화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는 풍경화가 그림에 침투한 결과 "예술의 이지적 내용은 감소"되었고, 예술이 "인간적으로 완전한 자의행위"라는 명제가 희미해져 갔다고 말한다. 눈을 끄는 디테일이 늘어나고 틀에 박힌 형식이 강화된다는 뜻이다. 상징을 상징으로 넘어가려는 발레리의 시도처럼 배미정도 풍경으로 풍경을 해체했으면 좋겠다. ■ 김웅기

제목_아는 여자(목수책방 에세이 시리즈 [그리는] 사람) 분야_문학(에세이) || 지은이_배미정 || 판형_152x195mm || 쪽수_156쪽 발행일_2021년 5월 31일 || 사양_하드커버 양장 || 정가_18,000원 ISBN_979-11-88806-21-8 (04810) / 979-11-88806-20-1 세트 || 출판사_목수책방

《아는 여자》는 이런 책입니다! ● 화가 배미정이 '책이 된 미술관'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작가가 그림과 글로 말하고 싶은 주제는 아무도 기억하고 주목하지 않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아는 여자'. 내 삶과 중첩되어 나라는 존재를 만들고 있는 '그녀들'의 삶을 말한다. 에세이와 소설 어딘가에 존재하는 글이 배미정 특유의 화려한 색으로 무장한 그림 64점과 함께 펼쳐진다. 목수책방 에세이 시리즈 [그리는] 사람의 첫 번째 책이다.

'책이 된 미술관'으로 초대합니다 ● 화가는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에 하고 싶은 말을 그린다. 시인이 고심 끝에 단 하나의 시어(詩語)를 고르듯 깊고 깊은 생각의 우물에서 신중하게 형태와 색을 건져 올린다. 그리고 그 안에 자신의 삶을, 누군가의 삶을 담는다. 그림 그리는 일 말고는 하고 싶은 일이 없었던 일곱 살 아이는 결국 남들보다 늦게 미술대학에 들어갔고, 지금도 쉼 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에게 그림은 여전히 나의 삶을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리는 사람' 배미정이 초대하는 이번 전시회가 열리는 곳은 바로 '책'. 이번엔 "말보다 빨리 빛으로 떠올라" 그림이 된 것들은 물론이고, "사소하고 내밀하지만 또렷이 구체적으로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순간들을 '존재시키기' 위해" 쓴 글이 함께한다.

내 손톱이 된 그녀, 내 머리카락이 된 그녀, 내 젖가슴이 된 그녀들의 이야기 ● 작가는 "마음 깊은 곳에 박제되어 있던 빛을 꺼내 보는" 심정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원치 않는 병을 얻게 된 선배 언니, 꽃을 사랑하는 엄마,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것 같은 나를 떠올리게 했던 이모, 비겁한 자신을 돌아보게 한 어린 시절 친구, 모피와 꿀 파는 일을 했던 신비롭고 강한 큰엄마, '늙음'을 겪지 못하고 죽은 주인집 아주머니, 온 마음을 다해 절벽 틈새에 몽돌을 올리며 소원을 빌던 이름 모를 여자들. 이 책에 등장하는 배미정의 '아는 여자'들은 모두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작가는 늘 세상 언저리에 머물다 사라진 '그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애쓰며 사랑하며 살아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아니, 기억해야만 한다고 느낀다. "나는 내가 겪어 왔던 모든 여자들로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마음 깊은 속에 박제된 빛으로 존재하던 "반짝이고 있었던 그들의 삶"은 작가가 어두운 모퉁이에 다다를 때마다 나타나 길을 밝혀 준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과 글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하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그 '박제된 빛'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며, 변하고 있어도 하나다 ● 빛이 사라지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달. 영원히 한쪽 어두운 부분은 볼 수 없는 달. 늘 자신의 모습을 바꾸지만 결국 '하나'로 존재하는 달. 작가는 달의 순환 주기에 따라 '아는 여자'들의 삶을 배치한다. 작가의 구체적인 경험에 기반한 글과 그림이지만, 이 책의 글과 그림은 사실과 허구,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넘나든다.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일기인지 알 수 없다. 글마다 등장하는 여러 이름들은 하나의 '그녀'이기도 하고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글의 시제도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현재로 계속 오간다. 그림이 보는 이의 시선으로 그 의미가 완성되듯 배미정은 그의 글과 그림이 누군가의 삶과 중첩되어 완성되는 '열려 있는' 글이길 원한다.

사소한 것들이 모여 의미가 되고 삶이 된다 ● 분홍색 잇몸이 드러난 틀니, 윤기 나는 갈색 웨이브 가발, 고운 빛의 봉숭아꽃, 절벽 틈새에 보석처럼 박힌 몽돌, 배 속을 드러낸 무화과 열매, 썩어 가는 모과, 형형색색의 나방, 말라붙은 화분, 부서지고 있는 빛이 남긴 무지개. 배미정의 그림에는 작가는 어째서 저 장면을 그림 안에 붙잡아 둔 것일까, 하나 같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장면이 자리하고 있다. 책에 실린 이 사연 있어 보이는 64점의 그림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소한 것들이 모여 의미가 되고 삶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배미정의 그림은 '색'이 많은 것을 말해 준다. 발광(發光)하는 그 색이 별것 아닌 일상의 순간에 특별한 의미를 입힌다. 현실과 비현실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한 화려하고 강렬한 색은 그 자체로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내 기억 속에 각인된 어떤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화가 서수경은 "그림을 그리며 삶을 배우고, 배운 것으로 나를 확장해서 '나'라고 고집했던 비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점점 더 삶의 진실에 다가가는 사람이 화가"라고 했다. 화가 배미정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아는 여자' 이야기는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삶의 한 조각에, 삶의 진실에 당신도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 전은정

추천사 ● "작가는 말보다 빨리 빛으로 떠오르는 것들은 그림으로 그리고, 사소하고 내밀하지만 구체적인 순간들은 기억하고 존재시키기 위해 말로 풀어낸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다. 배미정의 그림에는 그냥 흘려보냈을 수도 있었던 일상을 멈추어 그것의 순간들을 끄집어내고 다시 나열할 수 있는 지혜가 담겨 있다. 일상을 특별하고 신비롭게 만드는 지혜." - 지현아(시각예술작가,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대표) ● "그가 펼쳐놓은 아름답지만 부서진 듯 슬프게 다가오는 그 여자들의 생애. 수많은 '그 여자들'의 삶으로 만들어진 배미정. 거기에서 길어 올린 배미정의 그림. 그에게서 나온 그림 속 그 여자들의 생애. 크게 다르지 않구나. … 배미정은 화가가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해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그 순간을 생생하게 현존시키고자 했다." - 서수경(화가)

Vol.20210508d | 배미정展 / BAEMIJUNG / 裵美貞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