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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원 블로그_blog.naver.com/gksrudnjs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아트랩와산 기획 / 이주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감저 GALLERY KAMJEO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 2920-2 Tel. +82.(0)64.794.5929 www.dam-dam.org
내 몸 사용법 : 거칠고 여유 있는 춤 담기 ● 한경원 작가는 지난해부터 제주에 머물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켜본 바에 의하면 그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연(自然)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자연이 좋다", "제주의 자연이 아름답다"같은 감상 대상인 자연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새로운 '자연'에 대한 반응을 이번 전시로 풀어냈다. 전시는 수묵·아크릴로 그린 평면 작업과 화판에 불을 놓아 열과 그을림을 다스려가며 만든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제주 암석의 탁본비단을 돌과 함께 원형으로 제시한 「히든스테이지」(2020)가 관람객의 시선을 기다린다. 이번전시 「붓춤, 돌발되지 못한 곳들」은 작가가 수묵의 붓놀림에서 나아가 도달하고자 했던 '넥스트스테이지'이자 경계점인 붓춤과 함께 그가 만난 세상 곳곳의 밀도를 탐하는 작업들이 보여진다. 예술과 함께 그가 지나온 가장 최근의 모험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 전시장에 나란히 보이는 「불이만든 땅」(2020), 「불이만든 산」(2020)은 각각 성산일출봉과 산방산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작품들은 작가의 고유한 기법인 불과 그을림으로 제주 동서의 상징과도 같은 자연을 그려냈다. 화면에서 성산일출봉과 산방산의 녹음은 짙은 그을림으로 암석의 차가움은 여백과 따듯한 미색의 흙으로 표현됐다. 이로 인해 제주의 상징과도 같은 자연물은 자연과는 대조적인 성격의 물체로 변모하면서도 각각의 생동감과 기운을 보존하고 있다는 역설을 담게 된다. 작가는 일찍이 동양화 재료의 전통적인 쓰임에서 벗어난 표현연구에 천착했다. 더욱 뜨겁고 거칠게 타오를수록 보다 큰 자연을 담을 수 있다는 원리는 전승되어 오는 전통과 관행에는 부합하지 않는 것이지만 작가가 지닌 모험적 태도로서 여전히 그의 화면에 작용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작품이 제주의 동과 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면 긴 화폭에 담아낸 「제주 것들」(2020)은 제주를 채우고 있는 곳곳의 '것'들을 담았다. 가로로 긴 화면을 우에서 좌로 찬찬히 보아갈 때 가장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편집적인 화면과 기운의 운영이다. 화면은 고유한 규칙을 찾을 수 있기 보다는 힘차게 이어지다가도 변주로 인해 힘겹게 끊어지고 또다시 전조로 웅장하게 박차 오르는 기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운동성을 전시의 제목에서 언급되는 춤사위와 관련짓는다면 작가는 꽤나 거칠지만 여운 있는 춤을 추는 것 같다. 동서양 예술에서 언급되는 춤은 각 문화가 가진 예(禮)의 실천이자 심미체계였으며 내향의 초월을 넘어선 외현의 한 방법이자 흥취의 한 반영이었다. 또한 이러한 춤에게 요구되는 것이 음악성이라면 작가는 일찍이 불을 다스려오며 독자적인 음악성을 형성해온 바 있다. 작가의 전통 조형 기법에 대한 탈피는 새로운 음악성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으며 그가 견지하고 있는 서화동원론(書畵同原論)으로부터의 탈피는 악기 자체에 대한 새로운 사용법 모색론인 것이다. ● 이번 전시에 출품된 수묵 작품들을 굳이 기법적으로 바라본다면 선으로 생동을 만들어가는 백묘(白描)법 보다는 농담과 색채로 한획한획 생동을 담는 몰골(沒骨)법이 주로 사용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 좀 더 팍팍 그리고 푹푹 물들여 새로운 표현을 얻고자 했지만 화면에서 기성화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하나의 과정으로 읽혀진다. 이것은 익숙한 감각과 체계에서 한단계한단계 다른 차원으로 나아가기 위한 단련이자 붓질이며 나아가 붓춤으로써 자신의 몸 이곳저곳에 각인된 음악성과 감각들을 깨우고 새로운 기능이 활성화되도록 부추기는 과정이다. 작가는 체인(體印) 개념을 이야기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체인이란 인간에 몸에 각인되어 외현에 이르는 여러 가지 요소들일 것이다. 이러한 체인의 계기는 세상사 곳곳에 있는데 삶의 이곳저곳에서 인연과 함께 찾아오기도 하고 교육과 훈련 등의 배움에서 오기도 하며 비극과 희극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찾아온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음악을 화면으로 환원하기 위해 작가는 최근까지 자신의 몸을 이곳저곳으로 이끌며 모험에 임한 것이다.
화가로서 내몸 사용법을 늘려가는 것은 작가가 선택한 감각적 확장의 방법론이다. 붓을 쓰고 다룬다는 개념에서 나아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붓을 사용하고 신체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 역시 같은 원리이다. 「각인된 것들」(2020)과 「부서지는 해」(2020)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조적인 감각과 감각의 밀도는 작가가 마주한 변화이다. 또한 이러한 이행 동안 적극적으로 구축과 해체를 반복하며 거둔 음악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선 조금 깊고 끈적한 음악을 만난 것 같다. 이러한 음악성이 작가의 붓춤에 의해 거칠지만 여운 있는 춤으로 반영되었다. 이러한 반영이 작가가 체현해 낸 제주의 기운이자 자연일 텐데 또 다른 자연을 마주하며 다음과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더욱 돌발적일 춤이 기대된다. ■ 이주희
Vol.20210115f | 한경원展 / HANKYUNGWON / 韓囧元 / painting